"이런 물건도 있다고?"…주말동안 맛본 중국 직구의 힘과 위험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마침 필자도 샤오미가 출시한 중저가폰 포코(Poco) F6 Pro를 사려던 참이라 카페 게시판을 지켜봤다. 그런데 한 네티즌이 알리바바 산하의 중국 오픈마켓 타오바오에 올라온 제품 가격을 올렸는데, 알리익스프레스 가격보다 10만원 넘게 싸길래 타오바오에 접속했다.
타오바오는 2010년대 필자가 중국에서 생활할 때 자주 사용하던 중국 온라인 쇼핑몰이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접속할 일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 주소로도 해외 배송이 가능했다. 게다가 배송비는 21.5위안(약 4050원)다. 통상적인 국내 배송비 3000원보다 겨우 1000원 비싼 가격이다.
타오바오에는 F6 Pro와 똑같은 사양의 K70이 1999위안(약 37만8000원)에 올라왔다. 한국으로의 해외배송비 21.5위안을 지불하고 알리페이의 결제 수수료 3%를 지불해도 2081위안(약 39만3000원)으로 F6 Pro 대비 약 10만원 싸다. 구매 가격 150달러 이상일 때 부과되는 약 10%의 관부가세를 포함해도 44만원이라면 괜찮아 보여서 큰맘 먹고 구매 버튼을 눌렀다. 국내서 비슷한 사양의 중급기 스마트폰을 사려면 최소 60만~70만원은 들 텐데 샤오미가 가성비 좋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참, K70은 중국 내수롬(rom·기본 소프트웨어)이 적용돼서 시스템 언어를 중국어, 영어로만 설정할 수 있지만, F6 Pro는 글로벌 롬이 적용돼서 한글 설정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또 해외 직구 후 1년이 되지 않은 스마트폰 등 전자 제품은 전파법에 의해 판매가 금지되는 것도 반드시 알아야 할 대목이다.
먼저 부착틀이 포함된 강화유리 액정보호필름 2매와 투명 젤리 케이스를 각 12위안(약 2250원)과 5.5위안(약 1050원)에 구매했다. 여기에 별도로 각 21.5위안(약 4050원)의 해외배송비를 추가 지불했다. 사는 김에 와인 오프너도 찾아봤는데, 샤오미 자동 오프너가 있길래 29위안(약 5500원)에 사버렸다. 타오바오에서 해외 배송비 무료 쿠폰을 한 장 줬기 때문에 이 제품 배송비는 공짜다.
위의 세 가지 물건은 가격이 한국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에 불과했으며 해외배송비를 포함해도 한국보다 더 저렴했다. 해외 배송에 걸리는 기간도 약 10일로 생각보다 빨랐다. 필자가 주문한 제품들은 산둥성 웨이하이 물류센터로 배송된 다음 평택항으로 해운을 통해 운송된다.
사지는 않았지만 타오바오를 훑어보면서 인상 깊었던 제품이 두 개 있다. 하나는 효도폰이다. 얼마 전 아버지가 사용할 폴더폰을 알아봤는데 국내에는 제품 종류가 너무 적은 데다 신제품도 없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중국은 14억인구라는 방대한 내수시장이 있어서 그런지 효도폰이 많았다.
특히 중국 제조업체 진리가 출시한 'V60'이 마음에 들었다. 'V60'은 키패드가 있는 바형 스마트폰인데, 4기가 램/64기가 모델 가격이 484위안(약 9만1500원)이다. "대화면 스마트폰을 좋아하지 않는 어머니를 위해, 한참 알아보다가 겨우 키패드가 있는 스마트폰을 찾았다. 컬러가 예쁘고 글자도 크고 소리도 커서 어머니가 좋아한다"는 구매자 리뷰가 눈에 띈다. 만약 글로벌 롬이 탑재돼서 한글로 설정할 수 있다면 필자도 사고 싶은 폰이었다.
다른 제품은 휴대용 전기포트 물병이다. 이번에 처음 본 제품인데 '전기포트+보온병+텀블러' 3개의 기능을 하나에 담았다. 45도 보온, 60도 차, 80도 커피, 100도 컵라면물 등 4가지 온도를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데, 5분 만에 100도까지 가열할 수 있다. 300ml 용량 제품이 49위안(약 925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따듯한 음료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 제품들은 △방대한 내수시장의 영향으로 제품 구성이 다양하고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 제조업의 영향으로 제품 가격이 싸다는 게 양대 특징이다. 더구나 예상보다 해외배송비(4000원)가 싸고 배송기간이 짧아서(10일) 한국에서의 접근성이 상당히 높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외직구·역직구 무역적자(면세점 제외)는 2020년 3조3602억원에서 2023년 5조9290억원으로 불과 3년 만에 70% 넘게 급증했다. 작년 우리나라 이용자가 해외직구에 사용한 금액은 무려 6조6819억원에 달했다. 반면 해외역직구, 즉 해외 직접판매 금액은 7529억원으로 해외직구의 9분의 1에 불과했다.
올해 1분기에도 해외직구·역직구 무역적자는 1조4884억원을 기록하는 등 무역적자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해외직구·역직구 무역수지가 악화된 주된 이유는 중국 해외직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작년 1분기 해외직구 금액 1조5065억원 중 중국이 40.5%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미국(31.1%), 유럽연합(12.6%), 일본(7.6%)순이다.
올해 1분기에는 중국 비중이 57%로 급증한 반면 미국 비중은 22.8%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아마존을 통한 직구보다 알리·테무·쉬인을 이용한 직구가 늘었다는 얘기다. 지역별 해외직구 금액을 살펴봐도 올해 1분기 중국 직구 금액은 9384억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53.9% 증가했으며 금액으로는 3288억원 늘었다. 반면 미국 직구 금액은 3753억원으로 작년 대비 19.9%(932억원) 감소했다. 만약 알리 등뿐만 아니라 타오바오에서 직구를 하는 한국 이용자까지 늘어난다면 해외직구·역직구 무역적자는 더 커질 수 있다.
당국이 이런 추세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5월16일 정부가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KC인증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사흘 만에 입장을 번복했는데,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국내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직구의 유해물질 검출 등 안전성 우려는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안전에 대한 규제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언어 장벽도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낮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네이버 카페의 한 사용자는 "타오바오 직구를 위해 중국어를 공부해야겠다"고 말했는데 필자가 타오바오의 배송 페이지를 파파고로 번역해봤더니 대부분 이해가 가능했다. 인공지능(AI)은 이 부분을 더 자유롭게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국 직구는 다양한 제품 구색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장점이 있고 IT 기술 발전으로 크로스보더(국경간) e커머스의 장벽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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