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낮으니 채권 발행 어렵다…중소형 캐피탈, 7~8% 고금리로 '수혈'
중소형 캐피탈사가 조달난에 빠졌다. 신용등급이 양호한 대기업·금융지주계열 캐피탈사를 제외하곤 채권 발행이 되지 않고 있다. 중소형 캐피탈사는 5~7%대 고금리를 감수하고 사모발행에 나서거나 자금을 빌리고 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캐피탈사(할부금융사)가 발행한 채권은 4조661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73%에 해당하는 3조4000억원은 신용등급이 AA- 이상인 캐피탈사가 발행했다.
신용등급이 높은 캐피탈사는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발행에 성공한 신용등급 AA- 이상 캐피탈사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과 주요 금융지주계열사인 신한·하나·우리금융·NH농협·IBK·BNK·JB우리·미래에셋캐피탈이다.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A+로 캐피탈사 중 가장 높다. 현대커머셜을 비롯한 8개 금융지주계열사의 신용등급은 AA-다.
반면 신용등급이 낮은 캐피탈사는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A+ 등급의 캐피탈사는 지난달 9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전체 발행액의 19% 비중이다. A0 등급은 3150억원(7%), BBB+ 등급은 350억원(0.76%)을 발행하는 데 그쳤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발행 규모가 작아졌다.
중소형 캐피탈사가 조달난에 처한 이유는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 우려로 채권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캐피탈사의 부동산PF 잔액은 지난해말 기준 25조8000억원으로, 금융권 전체 잔액(135조6000억원)의 19% 비중이다. 은행·보험사 다음으로 많다. 캐피탈사의 경우 업권이 작은 데다 부동산PF 대출을 대부분 후순위로 취급했기 때문에 부실 위험이 다른 업권보다 높은 상황이다.
캐피탈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수신) 기능이 없고 사실상 채권 발행이 유일한 자금 조달 수단이라 채권 발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영업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 신용등급이 AA- 밑인 중소형 캐피탈사는 사모발행 형태로 간신히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사모발행은 신용등급이 없어도 가능해 중소기업이 소규모로 자금을 조달할 때 주로 활용한다. 중소형 캐피탈사는 신용등급을 갖고 있지만 공모발행으로는 조달이 힘들어 사모발행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달 저축은행 계열사인 오케이캐피탈과 애큐온캐피탈은 사모발행으로 각각 50억원, 30억원을 조달했다. 한국신용평가 기준 오케이캐피탈의 신용등급은 BBB+ 부정적이다. 한신평은 앞서 지난해 12월 오케이캐피탈의 부동산PF 대출이 부실화하자 신용등급을 BBB+ 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 기준 애큐온캐피탈의 신용등급도 A0 안정적으로 높지 않다. DB캐피탈·한국자산캐피탈·도이치파이낸셜 등 또다른 중소형 캐피탈사는 지난달 사모발행을 통해 총 130억원을 조달했다.
오케이캐피탈·M캐피탈 등 일부 캐피탈사는 자금 차입 형태로 유동성을 수혈받고 있다. 오케이캐피탈은 계열사인 오케이홀딩스대부로부터 지난 3·4월 총 1200억원을 빌렸다. 오케이캐피탈은 500억원을 2027년 3월까지, 나머지 700억원을 2028년 4월까지 갚아야 한다. M캐피탈은 지난달 29일 메리츠증권으로부터 3000억원 자금을 차입하기로 했다.
중소형 캐피탈사의 유동성 위기가 일시적으로 해소되는 모습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자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사모발행에 나선 캐피탈사는 5.6~6.5%의 고금리로 채권을 발행했다. 오케이캐피탈이 오케이홀딩스대부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면서 내건 이자율도 7.75~7.98%로 높은 수준이다. M캐피탈은 3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핵심 자산을 메리츠증권에 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기업·은행계 캐피탈사는 자금 조달이 잘 되고 있지만 부동산PF 우려로 인해 중소형 캐피탈사의 채권 수요는 상당히 줄어들었다"며 "AA- 등급 미만의 채권은 조달이 어려운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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