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찾는 사람 없는데 버릴수도 없고"…남아도는 앨범 `처치 곤란` 호소

박상길 2024. 6. 9.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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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호중 씨의 음주 뺑소니 사건을 계기로 팬들의 '앨범 기부 문화'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 발매 첫 주 판매량(초동) 기록을 올리기 위해서, 또는 팬 사인회 등 행사 참석 확률을 높이거나 앨범 속 다양한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앨범을 다량 구매하고 이를 다른 기관에 보내는 것을 '기부'라는 이름의 선한 행동으로 포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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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호중.<연합뉴스, 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김호중 씨의 음주 뺑소니 사건을 계기로 팬들의 '앨범 기부 문화'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씨가 검찰에 구속 송치된 후 일부 팬들이 그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100억원에 가까운 기부를 실천했다며 선처를 요구했으나, 이 중 75억원 상당이 기부한 앨범을 환산한 금액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의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가수 김호중 씨 앨범이 많이 들어왔는데 음주 뺑소니 사건 이후에는 달라는 분이 없으니 다 남아 있다"라며 "우리가 함부로 처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난처하다"라고 밝혔다.

SNS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특정 가수의 앨범 기부를 위한 공동구매를 안내하거나 이에 동참했다고 인증하는 게시물을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 발매 첫 주 판매량(초동) 기록을 올리기 위해서, 또는 팬 사인회 등 행사 참석 확률을 높이거나 앨범 속 다양한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앨범을 다량 구매하고 이를 다른 기관에 보내는 것을 '기부'라는 이름의 선한 행동으로 포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가수의 팬들은 과거에 너무 많은 양의 앨범을 무작정 기관에 떠넘기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던 것을 고려해 기관들의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필요한 만큼만 모아 전달하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방적인 기부에 '처치 곤란'을 호소하는 곳들도 있다. 한 서울의 한 아동지원 재단 관계자는 "한동안 앨범 기부가 많이 들어왔는데 아이들도 호불호가 있어 남은 앨범은 처분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기부받은 앨범을 다시 팔 수도 없고 창고에 쌓여서 최근에 몇백장을 싹 폐기해야 했다"고 전했다.

부산의 다른 장애인단체 관계자도 "솔직히 별로 유명하지 않거나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들의 앨범이 오면 쌓일 수밖에 없다. 소비가 안 되면 자체적으로 폐기 처분을 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이 밖에 출시된 지 시일이 꽤 지난 앨범이나 어르신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USB 형태의 앨범이 기부돼 난감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부 한다고는 해도 팬들이 당초에 필요 이상의 앨범을 구매하는 행위가 환경에 해를 끼친다는 비판도 외면할 수 없다. 작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5.8t(톤)에서 급증해 2022년 801.5t으로 집계됐다. 5년 만에 1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 플라스틱은 폐기물 부담금 부과 대상이다.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톱400 기준 1∼12월 앨범 누적 판매량은 약 1억2000만장으로 전년(약 8000만장)보다 약 50% 늘었다.

K팝 팬들로 구성된 기후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 관계자는 "앨범 기부가 앨범이 출고된 뒤 바로 버려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CD로 음악을 듣는 문화가 거의 없어졌을뿐더러 전달되는 앨범 장수가 너무 많아 기부받는 기관에서도 이를 버리는 경우가 발생해 실효성이 없다는 게 팬들의 주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버리는 시기를 늦추고 주체가 바뀔 뿐 그 많은 플라스틱 앨범이 원래 용도대로 쓰이는 것이 아니기에 기부 옵션은 마치 '폭탄 돌리기'를 보는 것과 같다"면서 "기획사가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상술을 중단하는 것만이 기형적이고 환경 파괴적 문화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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