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봐 형들 싸움이다" 이재용·최태원 등판한 '칩 워'…AI 동맹 경쟁
최태원, 젠슨 황 이어 TSMC 웨이저자 회장과 회동…'삼각동맹' 공고화로 HBM 선두 굳히기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갑'이 된 엔비디아를 기준으로 팹리스(반도체 설계)·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의 전선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급변한 반도체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재계 총수들이 발벗고 나서 동맹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빅테크 만나는 이재용…턴키 솔루션 앞세워 연합전선 꾸리나
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2주간의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동부 일정을 마무리하고 서부 실리콘밸리 일정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 기업을 만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미국 출장 당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던 이 회장은 이번에는 엔비디아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와의 만남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팹리스인 AMD를 방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같은 이 회장의 방미 일정은 AI 동맹 구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삼성전자 메모리와 파운드리가 고전하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직접 고객사 확보에 나선 거란 분석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턴키 서비스를 앞세워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고객사 확보와 파운드리 수주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반도체 생산, 첨단 패키징, 테스트까지 모든 제조 공정을 갖춘 유일한 '턴키 서비스' 기업이다.
메타와 AMD는 삼성과의 파운드리 협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으며, 엔비디아와 같이 AI 가속기를 생산하는 AMD는 삼성전자의 HBM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도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파운드리 포럼 2024'를 열고 고객사 확보에 나선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의 기조연설과 팹리스 기업 암의 르네 하스하스 CEO, 미국 팹리스 스타트업 그로크의 조나단 로스 CEO가 연단에 선다.
삼성전자는 이번 포럼에서 턴키 서비스 강점을 극대화할 전략을 발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운드리와 메모리, 첨단 패키징 사업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사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기업이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징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사 입장에서 시간 단축과 전력 소모 등에 장점이 있고 반도체 설계도 단순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 이어 TSMC까지…삼각동맹 굳히는 최태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일 대만에서 웨이저자 TSMC 회장을 만나 AI 반도체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4월 말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난 지 한 달 반여만이다.
최 회장의 대만행은 SK하이닉스(000660)와 엔비디아, TSMC의 AI 반도체 '삼각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웨이저자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인류에 도움되는 AI 시대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고 말했다. 최 회장이 지난 4월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황 CEO가 최 회장에게 선물한 책자에 적은 '우리의 파트너십과 함께 만들어나갈 AI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라는 문구와 맥을 같이 한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우월적 지위는 SK하이닉스와 TSMC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다.
팹리스인 엔비디아의 GPU를 TSMC가 생산하는데 여기에 SK하이닉스의 HBM이 탑재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4세대인 HBM3는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5세대인 HBM3E도 가장 많은 물량을 납품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TSMC는 6세대 제품인 HBM4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GPU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베이스 다이'(Base Die) 생산에 TSMC의 로직(Logic)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HBM4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3사의 '삼각동맹'이 AI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대만 언론은 최 회장의 대만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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