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人] 서유석 금투협회장 "밸류업, 페널티보다 평판 형성이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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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9일 "밸류업이 우리 자본시장의 오래된 숙제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벤치마크가 된 일본의 금융시장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가계 자산의 자본시장 유입 유도 정책과 총리 직속의 조직 등을 꼽으면서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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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계 자산의 자본시장 유입 유도·총리 직속 조직으로 성공"
"코리아디스카운트, 주주환원율 제고로 해소…금투세 여부, 조속한 결론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임은진 기자 =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9일 "밸류업이 우리 자본시장의 오래된 숙제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에서는 기대가 큰 만큼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원할 수 있지만, 단기와 중장기 과제를 세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벤치마크가 된 일본의 금융시장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가계 자산의 자본시장 유입 유도 정책과 총리 직속의 조직 등을 꼽으면서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의 주주환원율을 제고해야 하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업계의 준비를 위해 정치권의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서 회장과의 일문일답.
--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강제성보다 자율성에 방점을 찍으면서 시장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 과거 코리아 디스카운트로도 표현됐던 밸류업은 자본시장의 오랜 숙제다. 그간 여러 형태로 부분적으로 개선돼 왔지만, 지금처럼 기업과 기관, 개인, 전문가, 언론 등 전국민적 관심 속에서 자본시장을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 아닐까 한다. 30년 가까이 된 묵은 과제인 만큼 단기와 중장기 과제를 세워 진행해야 한다. 기대가 큰 만큼 시장에서는 밸류업의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원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나온 가이드라인은 초기에 할 수 있는 방안들이다. 인위적인 페널티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현 방향이 바르다고 본다. 강제적 페널티보다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평판 형성'을 통해 운영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정책의 방향성과 의지가 맞으면 옆에서 힘을 보태고 같이 장기 계획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관련 토론회 및 정책 발표, 해외 IR(투자설명회) 등과 더불어 관련 세제 점검 및 연기금·인게이지먼트 펀드 등 기관 투자자 측면의 개선,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개편, 관련 지수 개발 등 우리 자본시장이 걸맞은 평가를 받기 위한 종합 플랜을 지속 추진 중이다.
-- 벤치마크인 일본의 밸류업 성공 비결은.
▲ 가계 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구조 개혁과 총리 직속의 컨트롤타워인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회의'를 꼽을 수 있다. 자본시장에 대한 장기 투자를 통해 가계 소득을 올리도록 유도하는 한편,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직접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있다. 실제로 모리타 토시오 일본증권업협회장에 따르면 '신 NISA 제도'(새로운 소액투자 비과세 제도)를 통해 지난해부터 계좌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올해 1분기 계좌 개설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2배 늘었고, 투자 금액도 2.8배 증가했다. 아울러 총리와 정부 고위 관계자가 글로벌 IB(투자은행)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일본 특유의 '네임 앤드 셰임'(Name and Shame) 문화도 밸류업을 정착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고 본다. 한국도 저성장·저출생·고령화 시대의 돌파구로서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 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입시키는 국가적 차원의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Invest K-Finance'(인베스트 케이 파이낸스)나 정부에서 ISA 혜택 확대 검토도 이 같은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일본의 밸류업 정책도 10년이 넘은 지금에야 빛을 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긴 호흡을 가지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하게 추진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공시가 시작했지만, 아직 내용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있다.
▲ 일본을 보면 '자본비용과 주가를 고려한 경영'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자본을 조달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 대비 수익이 안 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할 이유가 없다. 기업이 주주가 요구하는 수익률에 합당한 돈을 벌고 있는지 공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지표는 ROE(자기자본이익률)나 ROIC(투하자본이익률)가 될 수 있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과 해법은 무엇인가.
▲ 한국은 주주 환원율이 낮다. 국내 상장 기업의 주주 환원율은 주요 45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특히 배당 성향이 낮은데 이를 높이는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법이라고 본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 원천이 되는 자본 생산성이 주요국 대비 낮은 점도 원인일 수 있으나, 배당과 관련된 세제 이슈, 기업 재무 활동 및 투자자 관행 등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해 배당소득 과세 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 배당 인센티브 등 장기 투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배당 성향 증가 시 투자자의 상장주식 장기보유 유인이 확대돼 국내 주식시장의 안정적 수요 기반 마련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또 장기보유 주식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의 경우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데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업계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으로, 국회의 논의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협회는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투세와 관련한 결론이 조속히 결정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시행 혹은 폐지에 맞춰 증권사와 운용사가 준비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협회는 세제 관련 업계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 변화에 따른 정보 교환과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점검과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 최근 운용업계에서 보수 인하 등 상장지수펀드(ETF) 경쟁이 과열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ETF 시장은 계속 성장해 공모펀드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치열한 경쟁과 과점화한 시장에 중소형 회사가 점유율을 확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패시브는 선점한 회사가 유리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자사의 철학과 운용 능력을 담은 액티브를 권하고 있다. 아울러 ETF의 대안으로 공모펀드 직상장을 들 수 있다. 중소형 회사가 지닌 규모가 큰 플래그십 펀드를 거래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 가상자산 ETF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거운데.
▲ 현재 우리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이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의 중개는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만큼, 국내에서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 또는 금융당국 유권해석 등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밸류업 정책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 향후 국회와 정부의 결정에 따라 가상자산 현물 ETF 상품을 발행하고 중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협회는 금융당국과 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상품이 늦춰지지 않게 발행·중개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 국내 1호 대체거래소(ATS)가 내년 상반기 본격 출범하는데, 경쟁 체제가 자본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 ATS는 거래 시간 연장, 매매체결 수수료 인하, 다양한 호가 제도 등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다. 안정적으로 빨리 정착하는 게 중요하다. 출범 후 800개 종목이 거래되는데 이를 더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
-- 인공지능(AI)의 금융투자업계 변화 전망은.
▲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 이후 업계에서는 퀀트(계량분석) 운용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후 잠시 관심이 사그라들었다가 챗GPT가 나온 이후 AI를 활용한 운용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아직은 운용 측면에서는 사람이 경쟁력이 있어 보이지만, AI를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 등은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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