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청년들] ② 마음이 아프다…"조현병, 조기 발견 조기 치료해야"

박세진 2024. 6. 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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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 주로 발병…충동성 억제 못 해 중범죄 일으키는 경우도
전문의 "피할 대상 아닌 공동체 구성원 중 하나로 봐야"

[※ 편집자 주 =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각종 수치나 통계가 위험 신호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는 만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연합뉴스는 정신건강 문제의 현주소와 대책을 점검하는 기사를 매주 1건씩 4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청년들이 앓는 정신 질환 중 조현병도 빼놓을 수 없는 질환이다.

전체 조현병 환자 가운데 30% 이상이 20세부터 39세로 파악될 만큼 청년 세대의 비중은 적지 않다.

조현병이 주로 발병하는 시기도 청년기로 의료계는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현병을 발병 초기에 확인하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조현병은 환청과 충동성을 억제하지 못하는 증상이 있는데, 일부 환자들은 이로 인해 중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청년기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충동 조절 실패 → 중범죄' 반복되는 사건들

대전지법 형사12부(김병만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26)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조현병 진단을 받은 A씨는 지난해 12월 3일 오전 10시 30분께 대전 동구 판암동 대로변에서 지나가던 7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강태호 판사는 지난 4월 특수존속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B(33)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버지의 복부를 흉기로 찌르고 주먹 등으로 얼굴을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조현병을 앓는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박민 판사는 지난 2월 폭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C(32)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조현병을 앓던 C씨는 2021년 7월∼2022년 12월 서울의 길거리에서 상습적으로 처음 보는 사람을 때리거나 우산으로 찌르는 등 17명을 상대로 난동을 부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에서는 지난해 8월 조현병을 앓는 20대 제자가 40대 교사를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일이 있었다. 그는 지난달 16일 대전고법으로부터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지난 5월 15일 새벽 충남 예산군 한 아파트에서 30대 주민이 옆집 이웃을 둔기로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30대 주민은 경찰 조사에서 "옆집이 평소 시끄러워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지만, 가족들은 그가 조현병을 앓아왔다고 진술했다.

지난 4월 17일 인천 서구 한 빌라에서 30대 아들과 60대 엄마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정황상 조현병을 앓았던 아들이 엄마를 숨지게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마음을 이어 달리다 [촬영 양지웅]

청년기 주로 발병…"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중요"

조현병은 주로 청년기에 발병해 이 시기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3만명 이상이 조현병 치료를 받고 있다.

연도별 조현병 환자 수는 2018년 13만5천128명, 2019년 13만5천5명, 2020년 13만3천80명, 2021년 13만4천353명, 2022년 13만4천715명이다.

이 중 20세∼39세 조현병 환자는 2018년 4만6천575명, 2019년 4만6천377명, 2020년 4만5천516명, 2021년 4만5천603명, 2022년 4만5천65명으로 매년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대한조현병학회는 조현병은 중증 정신질환으로 본다.

다만 사회적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편견'이라며 적절한 치료와 사회적 재활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창민 대구 수성구 정신건강복지센터장(신경정신과 전문의)은 "지역사회에서 조현병 환자들을 피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단지 감기처럼 질환을 앓고 있는 공동체의 구성원 중 한 사람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조현병을 앓고 있는 분들도 지역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현병을 앓는 분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대처를 통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복지기관 등 우리 지역사회의 역량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조현병은 항상 공격성을 가지고 있는 무서운 질환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조현병의 초기 증상으로는 감정과 사고, 행동이 평소와 달리 크게 달라지는 점 등이 있다.

이후에는 환각, 망상, 무쾌감증, 무의욕증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초기 증상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약물 치료를 시작해 증상이 완화됐다고 스스로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 우려가 높아 반드시 의료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김수경 정신건강 전문 간호사는 "조현병은 환자마다 증상, 경과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주변 사람들은 환자의 감정과 경험에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족은 환자의 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며 "가족 상담이나 모임을 통해 환자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조현병 환자를 위한 정부의 정서적 지원 프로그램, 안정적인 주거 지원, 직업 재활 서비스, 의료 서비스 확대, 가족들을 위한 돌봄서비스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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