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양제'는 옛 이야기? 매일 한 걸음씩 ‘중국’이 되는 홍콩
‘홍콩판 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의 중국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7일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에 따르면 전날 밤 홍콩 경찰은 국가(國歌)법 위반 혐의로 18∼31세 남녀 3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경기에 앞서 중국 국가가 연주될 때 등을 돌려 국가 모독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현장에는 사복 경찰관들이 배치돼 관중석을 촬영하고 있었다. 체포된 이들은 이날 오전 보석 석방됐고 12일 경찰에 출두해야 한다.
홍콩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반정부 시위대에 의해 ‘홍콩의 국가’로 널리 알려진 노래 ‘글로리 투 홍콩’을 금지했다. 구글 등에서 ‘홍콩 국가’를 검색하면 의용군 행진곡 대신 글로리 투 홍콩이 상단에 뜨고, 몇몇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도 홍콩 국가로 글로리 투 홍콩이 연주되자 아예 해당 곡을 금지해버린 것이다.
이날 홍콩 법무부는 현지 최고법원인 종심법원 비상임 영국인 판사 로런스 콜린스와 조너선 섬션이 사임계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콜린스 판사는 성명을 통해 “홍콩의 정치 상황 탓에 사임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섬션 판사는 자신의 사임에 대해 다음 주 성명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콜린스 판사와 섬션 판사는 각각 2011년과 2019년부터 홍콩 종심법원 비상임 판사로 재직해왔다. SCMP는 “홍콩 최고 법원에서 영국인 판사 2명의 사임은 법조계에 충격파를 안기는 정치적 폭탄을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이어 홍콩정부 한 소식통이 이들의 사임을 ‘불행한 일’로 묘사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소식통은 “이들 외국인 판사가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 사이에서 어떻게 샌드위치 신세가 됐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번 사임이 홍콩 법원에서 민주 활동가 14명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유죄를 선고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앤드루 청 홍콩 법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두 영국인 판사 사임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종심법원에는 4명의 현지 출신 비상임 판사와 다른 관습법 사법권 지역 출신 8명의 비상임 판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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