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갈등… 인천 ‘을왕산 아이퍼스힐’ 무산 위기

최종일 기자 2024. 6.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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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청, 아이퍼스힐 조성 요구...국토부 ‘공항시설 조성’ 의견 확고
산업부 “의견 갈려 안건 상정 어려워” 일각선, 을왕산 ‘나지’ 방치 우려감도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을왕산 일대를 복합영상산업단지로 만드는 ‘IFUS-HILL(아이퍼스힐)’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인천 중구 을왕산에 영상산업단지를 만드는 IFUS-HILL(아이퍼스힐) 사업이 백지화 위기다. 그동안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으로 지정조차 하지 못한데다, 국토부가 최근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통한 공항 관련 시설의 직접 개발까지 검토하는 등 의견차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인천경제청에 올해 상반기까지 아이퍼스힐 사업에 대한 국토부와의 의견 차이를 좁힐 것을 요구했다. 앞서 인천경제청이 지난 2022년 7월 아이퍼스힐 사업 부지를 IFEZ로 지정하기 위해 영종국제도시 개발계획 변경안을 산자부에 제출했지만, 국토부의 반대로 산자부는 경제자유구역위원회조차 열지 못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올해 들어 이 사업의 반대 입장이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오는 8월부터는 공항공사가 공항 인근에서 직접 사업에 나설 수 있는 만큼, 굳이 IFEZ로 지정해 공항과 아무런 상관없는 형태의 민간개발을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공항 관리·운영에 필요한 주변 지역의 개발사업을 공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한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은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 8월부터 적용을 받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공사가 사업을 추진할 법적 근거가 생긴 만큼 민간이 개발하는 방식은 공감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이 일대는 공항과 관련 시설로 사용하기 위해 산을 깍은 만큼, 공항 관련 시설 계획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자부가 올해 하반기에 열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는 아이퍼스힐 사업 계획이 담긴 개발계획 변경안의 상정이 또다시 실패하는 등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산자부 입장에서는 국토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없는 탓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인천경제청이 국토부를 설득해오지 않는 이상 위원회에 안건을 올리긴 어렵다”며 “사업 추진에 기한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계속 안건을 갖고만 있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경제청의 추진 상황을 보고 받고, 만약 사업 추진이 힘들다면 일단 개발계획 변경안을 반려한 뒤, 나중에 재신청하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한 다양한 해결책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을왕산은 정상이 깍여진 채 나지 방치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당장 공항공사가 이 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개발계획 등을 세우지도 않은데다, 계획을 마련해도 이후 인허가 등의 절차만도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 당초 높이 118m의 을왕산은 인천공항을 오가는 항공기 안전과 추가 활주로 건설을 위해 깍아 52m로 낮아졌다. 이후 인천경제청이 왕산마리나 조성 사업에 쓸 흙을 마련하려 10m를 추가로 깎아 현재는 해발 42m의 나지로 남아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산자부는 이 일대 개발 콘셉트에 찬성하고 있지만, 이를 반대하는 국토부와의 이견을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에 IFEZ 지정을 받기 위해 공항공사는 물론 국토부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더이상 나지 방치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설득해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경제청은 2018년부터 특수목적법인(SPC)인 아이퍼스힐㈜을 통해 중구 을왕동 산77의4 인천공항 일대 을왕산 부지에 80만7천733㎡ 규모의 영상콘텐츠 개발 단지를 조성하는 아이퍼스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종일 기자 assq12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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