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열전] ‘골드바·금통장·ETF’ 금테크로 金빛 수익 얻으려면

김태호 기자 2024. 6.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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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금 시세 27% 상승
현물 금 거래시 높은 세금 부담
“단기 차익 어려워 장기투자해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진열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서울 중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3)씨는 지난달 금 10돈(약 37.5g)을 팔아 쏠쏠한 재미를 봤다. 2021년 3월쯤 샀던 금 10돈 가격이 3년 새 270만원에서 377만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김씨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화폐가치가 떨어져 실물자산인 금을 샀다”며 “지금도 금 투자를 시도할 생각이 있어 시세가 떨어지면 다시 금을 매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금은 대체투자(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투자 방식) 수단 중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품목이다. 고대 시대부터 귀금속의 대명사로 통용된 데다 현재도 예물과 장신구 등으로 흔하게 쓰이고 있다. 전국 곳곳 금은방에서 실물 금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은행 및 증권사를 통한 비대면 금 투자 방법도 다양하다.

특히, 최근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폐가치가 하락한 반면, 금은 올해 들어 가치가 급상승해 투자 매력이 더욱 부각되는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제 금 가격은 1g당 10만4200원이다. 지난해 6월 7일(8만2110원)과 비교하면 시세가 26.90%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4.10%, 삼성전자 주가는 7.81% 상승했다.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0.47% 떨어졌다.

그래픽=정서희

금 투자 방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투자별 장단점을 살펴봤다.

① 골드바

당장 손에 금을 쥐고 싶다면 귀금속 거래소나 은행을 찾아야 한다. 1g 혹은 1돈부터 1㎏까지, 무게에 맞춰 가공된 골드바를 살 수 있다. 금을 살 땐 시세에 부가가치세 10%를 더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세공비가 추가로 붙는데 거래소마다 다르며 보통 구매하는 골드바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단위 무게당 세공비가 저렴하다. 즉, 100g짜리 골드바 10개를 구매하는 것보다 1㎏짜리 골드바 1개를 구매하는 게 투자자 입장에서 유리하다.

골드바 투자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고액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현물 금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때 부동산 등 다른 자산 대비 추적이 어렵다는 점도 자산가들이 절세 수단으로 금을 선택하는 이유다. 서울에서 귀금속 거래소 점포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주로 60~70대 고액 자산가들이 골드바를 구매한다”며 “증여세나 상속세를 피하는 수단으로도 쓸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② 금 통장

비대면으로 소액 투자를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방법도 여럿 있다. 그중 하나가 은행 금 통장 개설이다. 투자자는 은행에서 전용 통장을 만들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을 적용한 금을 실물 거래 없이 0.01g 단위로 사고팔 수 있다. 거래 때마다 수수료가 약 1% 정도 붙으며 매매차익이 발생하면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한다. 사들인 금이 100g을 넘기면 실물 금으로 찾을 수 있는데 이때도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한다.

③ KRX 금 시장

증권사 계좌를 만들고 금 투자를 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것인데 증권사에서 금 거래 전용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국제 금 시세에 따라 금을 1g 단위로 소액 투자할 수 있다. 은행 금 통장과 마찬가지로 100g 이상 금을 모으면 현물로 찾을 수 있으나 부가가치세 10%를 추가로 내야 한다. 다만 금 통장과 달리 배당소득세가 붙지 않아 비대면 거래만 하는 이들 입장에선 수수료 및 세금을 아낄 수 있다.

④ 금 ETF

마지막으로 금 시세 지수를 추종하는 현물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있다. 금 투자 전용 계좌를 만들 필요 없이 일반 증권 계좌만으로 투자를 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 ETF는 지수 추종 상품이기에 투자금 규모에 상관없이 금을 실물로 바꿀 수는 없다. 또한 매매 차익에 따른 배당소득세 15.4%가 붙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한 귀금속 판매점에 골드바 사진이 붙여져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이 꼽는 금의 진정한 가치는 안전하면서도 시세가 장기 우상향한다는 점이다. 화폐가치 하락, 자금시장 경색, 지정학적 리스크 등 거시경제에 악조건이 달릴 때, 오히려 금은 안전자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시세가 오른다.

또한 금이 한정적인 자원이라는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학계에선 지구에 매장된 금을 25만t으로 추정하는데 현재 채굴돼 유통되는 금이 20만t가량이다. 나머지 5만t 역시 20년 이내에 모두 채굴되고 공급의 한계점이 생겨 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이 단기 투자용은 아니며 오랜 시간 현금화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서민철 한국금거래소 이사는 “실물 금은 오늘 사서 오늘 팔면 부가가치세, 세공비, 거래소 마진 등의 이유로 15%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며 “이 15%의 가치를 메우고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보통 2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금은 5년 혹은 10년 단위로 장기투자해야 하는 상품이다”라며 “1~2년 안에 현금화하려는 생각으로 투자에 뛰어들었다가는 오히려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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