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의 와이프, 전업주부 여친...' 전통적 여성상의 반격 [PADO]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2024. 6.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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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최근 미국 사회에서 관찰할 수 있는 한 가지 조류는 '우파의 반격'입니다. 그동안 좌파가 주도하던 젠더, 교육 등의 각종 사회 이슈(이를 통틀어 '문화전쟁'이라고도 하죠)에서 우파의 반격이 두드러집니다. 그 중에서도 요즘 흥미로운 현상은 페미니즘이 만든 보다 진취적인 여성상에 대한 반발입니다. 소위 '전통주의 아내'(tradwife)나 '전업주부 여자친구'라는 문화현상이 바로 그것인데 한국에서도 우파 여성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확산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래 소개하는 '전통주의 아내' 현상에 대한 워싱턴포스트의 4월 10일 칼럼은 워싱턴포스트답게 진보적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자본주의가 개선된다면 일(성취)과 여가가 양립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여성적 여가'라는 퇴행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결론을 내비칩니다. '여성적 여가'를 진보주의 테마 속에서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도 전통주의적 여성이나 여성적 여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의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광대하고 이질적인 인터넷의 시민들이 뭔가를 위해 뭉치는 것은 언제나 고무적이다. 2024년 3월에는 한 에세이에 대한 혐오로 인터넷의 시민들이 똘똘 뭉쳤다. 더컷(The Cut) 매거진에 실린 '연상의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에세이였다.

바로 그렇게 결혼한 여성 그레이스 소피아 크리스티가 쓴 것으로, 그는 하버드 재학 시절, MBA 과정 지원자들을 위한 리셉션에 몰래 숨어들곤 했다.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젊음이 사라지고 평범해지기 전에 보다 자리를 잡은 남자를 낚기 위해서였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그는 20살 때 30세 남성과 결혼에 골인했는데 남편의 특징은 프랑스 출신에 부자라는 것뿐인 듯했다.

필자 크리스티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 팔자를 고치려는 여자'라는 고전적인 전형을 취하고는 그것을 뭔가 지적이고 해방적인 것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수건을 쓰고 바닥에 내버려두는 남동생을 언급하며,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남자와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고 쓴다. 그는 다른 여자가 많이 고쳐 놓은, 그리고 자신을 고쳐줄 수 있는 남자가 필요했다.

그는 '파트너'가 아닌 '멘토'를 원했다고 썼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페미니즘이 성취하지 못한 약속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난 공정함과 불공정함, 평등함과 불평등함에 대한 논의가 따분해졌다." 크리스티는 썼다. "그 대신 안락함이란 것을 선호하게 됐다."

안락함이란 것.

그 마지막 문장 하나만이 글 전체에서 유일하게 나로 하여금 멈춰 서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너무나 투명해 숨막힐 정도였다. '무슨 원칙이나 세계관에 기반해서 이러는 게 아니에요. 인생은 힘겨워 보이고 이건 쉬워 보였기 때문에 그런 거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젊음을 전제로 관계를 맺는다면 늙게 될 경우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비난'은 크리스티의 에세이를 다루는 가장 지루한 방법이었다.

왜냐하면 그 글이 근본적으로 다루고 있던 주제는 글쓴이조차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만큼 더 컸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성의 만족이란 무엇인가. 오늘날 여유란 무엇인가. 로맨틱한 관계를 인생을 뒤바꾸는 궁극적인 기법으로 보는 개념,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뒤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체념적 생각 말이다.

최근 '전통주의 와이프'(tradwife)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틱톡에 능통한 기혼 여성으로, 집안일을 하고 "전통적" 가치관을 찬양하며 남편에게 순종하는 여성을 뜻하는 신조어다.

심지어 '전업주부 여자친구'(Stay-at-Home-Girlfriend)라는 표현도 있다. 인플루언서 커뮤니티에서 여성적 안락함에 대해 설파하는 진정한 예언자들이다.

아이들 등하교나 육아로 하루를 보내는 전업주부 엄마들과 달리, 자녀가 없는 '전업주부 여친'의 하루는 주로 집 관리와 자기 관리로 채워진다. 정교한 피부, 운동, 식단 관리로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고 인생을 평온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지원해 주는 남자친구를 위해서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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