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9분 혈투+승승승승승' 두산 미쳤다, KIA 3위까지 밀어내나…"모두 포기하지 않은 결과"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이틀 연속 '난적' KIA 타이거즈에 역전승을 거두며 5연승을 이끈 선수들을 칭찬했다. 두산은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와 주말 시리즈 2번째 경기에서 9-8로 역전승했다. 선발투수 김유성의 부진으로 0-5로 끌려가는 경기를 하다 KIA 새 외국인 투수 캠 알드레드를 두들기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두산은 이번 주에만 3차례 연장전을 치른 여파로 5경기에서 1189분(19시간 49분) 혈투를 펼치면서 모두 승리했다. 3위 두산은 시즌 성적 37승27패2무를 기록하면서 2위 KIA(36승26패1무)에 경기차 없이 승률에서 밀려 있다. 9일 KIA와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까지 잡으면 KIA를 3위로 밀어내고 2위로 한 계단 더 올라선다.
선발투수 김유성이 ⅓이닝 21구 3피안타 2사사구 2실점에 그친 가운데 불펜 투수들의 릴레이 호투가 빛났다. 김명신이 3⅔이닝을 끌어주면서 50구 6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고 5회부터는 이영하(1이닝)-김강률(1⅓이닝)-이병헌(1이닝 1실점)-최지강(⅔이닝)-박정수(⅔이닝)-이교훈(⅔이닝 2실점)-김택연(⅔이닝)이 이어 던지며 승리를 지켰다. 승리투수는 김명신, 세이브 투수는 김택연이다.
타선에서는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던 양의지의 활약이 돋보였다. 4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8, 9번타자로 나섰던 이유찬과 조수행은 나란히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면서 타선에 불을 제대로 지폈다. 1번타자로 나선 헨리 라모스도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0-5로 뒤진 3회말 두산이 반격을 시작했다. 타순이 한 바퀴 돈 이후부터 알드레드의 공을 두산 타자들이 공략하기 시작했다. 3회말 1사 후 조수행이 볼넷을 얻고, 다음 라모스 타석 때 2루를 훔치며 알드레드를 흔들었다. 이어 라모스가 우중간 적시타를 날려 1-5로 쫓아갔다. 계속된 1사 1루 기회에서 허경민이 3루수 앞에서 크게 튀어 오르는 좌전 안타를 날렸고, 이때 좌익수 송구 실책까지 겹치면서 1사 2, 3루로 연결됐다. 다득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양의지와 김재환이 각각 2루수 뜬공과 헛스윙 삼진에 그치면서 알드레드가 기사회생했다.
4회말 알드레드는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양석환에게 좌전 안타, 김기연과 김재호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한계 투구수로 설정했던 70~80구에 임박하고 있었다. 알드레드는 이유찬과 조수행에게 연달아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고 두산은 3-5로 바짝 따라붙었다. 무사 만루 위기가 계속되자 KIA는 임기영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임기영이 첫 타자 라모스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주면서 4-5가 됐다. 이어진 1사 2, 3루에서 허경민이 2루수 뜬공에 그쳐 아쉬움을 삼켰지만, 2사 후에 양의지가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려 6-5로 경기를 뒤집었다.
5회말에는 캡틴 양석환의 홈런이 터졌다. 선두타자로 나선 양석환은 볼카운트 2-1에서 임기영의 4구째 시속 137㎞짜리 몸쪽 직구를 받아쳐 좌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2경기 연속 홈런이자 시즌 16호포였다. 덕분에 두산은 7-5로 달아났다.
7-6으로 쫓긴 뒤 맞이한 7회말에는 2점을 더 도망가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선두타자 양의지가 우익수 왼쪽 안타로 3안타 경기를 한 뒤 대주자 김태근과 교체됐다. 다음 타자 정수빈이 1루수 땅볼에 그치면서 1사 2루가 됐고, 양석환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2사 2루가 됐다.
2사 후의 집중력이 대단했다. 김기연과 김재호가 연달아 볼넷을 얻어 2사 만루로 연결했다. 그리고 하위 타선이 일을 냈다. 이유찬이 유격수 왼쪽 내야안타로 타점을 올려 8-6이 됐다. 최초 판정은 타자주자의 아웃이었으나 비디오판독 결과 세이프로 인정됐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에 빠르게 들어가면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던 이유찬은 바뀐 결과에 만족하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KIA는 장현식에서 김건국으로 투수를 교체했고, 계속된 2사 만루에서 조수행이 우전 적시타를 날려 9-6으로 달아났다.
두산은 이번 주에만 3차례 연장전을 치르며 필승조를 소진한 여파로 이날 콜업한 좌완 이교훈을 8회 2사 후부터 끌고 갔다. 이교훈은 9회초 선두타자 최형우에게 안타를 맞았고, 다음 타자 이우성의 빠른 타구를 유격수 김재호가 몸을 날려 직선타로 처리하면서 1사 1루가 됐다. 그런데 다음 타자 소크라테스에게 우월 투런포를 허용해 순식간에 9-8까지 좁혀졌다. 두산은 결국 김택연 카드를 꺼냈고, 김택연이 김선빈에게 다시 좌전 안타를 허용해 1사 1루가 됐다. 다음 타자 한준수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해 2사 2루가 됐고, 최원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경기를 끝냈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놀라운 집중력을 확인한 하루였다. 선발투수가 일찍 내려가면서 힘든 경기가 예상됐는데,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4회 무사 만루에서 하위 타순인 8번 이유찬과 9번 조수행이 잇따라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계속된 찬스에서는 양의지가 기대대로 경기를 뒤집는 2루타를 날렸다. 이유찬과 조수행은 7회에도 나란히 적시타를 날렸는데, 최근 각자의 위치에서 너무 잘해주고 있다"고 총평했다.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이 감독은 "연이틀 만원 관중이 야구장을 찾아주셨다. 열정적인 응원 덕분에 선수들이 힘을 내 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했다.
수훈선수로 선정된 양의지는 "이번주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세 번의 연장전 승리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생각한다. 오늘(8일) 역시 선수들 모두 집중력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주를 계기로 팀이 한층 강해진 것 같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맙고, 잘해주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오늘도 잠실야구장 가득 채워주신 팬분들의 함성 덕분에 5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지금처럼 뜨거운 응원 부탁드린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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