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소에 사는 로봇개 ‘투모로우’를 아시나요? [이동수는 이동중]
제철소 내 로봇 작동 장면 최초 공개
최고 70도 ‘사우나’ 속 로봇개 투입해
데이터 자동 수집·전송…원격 제어도
사람은 2시간 걸리던 석탄 재고 관리
수직 이착륙 드론으로 20분만에 해결
“위험지역 설비 점검 로봇 확충할 것”
‘로봇개가 제철소를 뛰어다니면 어떤 모습일까.’
포스코가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로봇 ‘스폿’을 투입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이 질문이 좀처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찾았다. 광양제철소 내에서 로봇개가 실제 작동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봇개를 두 눈으로 확인하기까진 여러 보안 절차를 거쳐야 했다. 광양제철소는 ‘국가보안목표 가급 시설’로, 내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촬영을 금지했다. 덕분에 언제 마지막으로 사용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디지털카메라를 목에 걸고 고로로 향했다.
송풍구 주변은 사우나나 다름없었다. 김덕호 제선부 파트장은 “주변 온도가 최저 50도에서 최고 70도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직접 무더운 여름 날씨에 발목까지 늘어지는 두꺼운 보호복까지 착용한 채 44개나 되는 송풍구를 일일이 점검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 막혔다.
충전소 문이 열리자 천천히 걸어 나온 투모로우는 잔걸음을 치며 송풍구로 향했다. 가늘고 긴 다리는 울퉁불퉁하고 전선 등 턱이 있는 제철소 바닥에서 안정적으로 걷기 제격이었다.
투모로우는 포스코가 개발한 순서에 따라 하루 두 번 고로 주변을 돈다. 장착된 열화상 카메라와 고성능 마이크로 송풍구의 정렬 상태, 가스 유출, 냉각수 누수 여부 등을 살핀다. 송풍구마다 QR코드를 부착해 투모로우가 각 송풍구를 구분해 점검할 수 있다. 점검이 끝나면 투모로우는 스스로 충전소로 돌아간다.
김 파트장은 “투모로우가 있어서 기존 인력을 다른 파트에 배치해 운용할 수 있었다”며 “사람이 직접 점검해야 하는 경우가 아주 가끔 있지만, 정기 점검은 로봇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겠더라”고 말했다.
로봇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폿을 사용하고 이를 구동할 소프트웨어는 포스코홀딩스의 AI로봇융합연구소에서 개발했다. 연구소의 엄문종 차장은 “바퀴 달린 로봇은 이동 시 카메라가 크게 흔들려 제대로 된 점검이 힘들다. 4족 보행로봇을 선택한 이유”라며 “투모로우는 계단도 잘 오르내려서 향후 활용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을 통해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프로그램만 있으면 미국에서도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조만간 포항제철소에도 투모로우와 같은 로봇개를 투입한다. 지난 3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취임사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적용해 지금의 스마트공장을 인텔리전트 공장으로 진화시키겠다”고 예고한 대로다.
제철소를 관리하는 로봇은 투모로우뿐이 아니다. 포스코는 2021년부터 석탄 재고 관리에 드론을 투입했다.
드론이 광양제철소 상공을 헤집는 모습도 스팀펑크 그 자체였다. 드론은 150m 상공에서 시속 58㎞로 일정하게 야적장을 비추며 석탄이 얼마나 쌓여있는지 파악한다. 스위스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 상업용 수직이착륙 드론 생산 업체 ‘윙트라’의 제품을 사용한다.
드론을 조종하는 우영균 대리는 “사람이 직접 차를 타고 다니면 야적장에 쌓인 80만t가량의 석탄 더미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며 “드론을 사용하면 20분 안에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재고량을 파악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제철소가 연간 사용하는 석탄은 1000만t 이상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로봇개의 고로 도입 경험을 바탕으로 위험지역 설비 점검을 위한 로봇 적용을 계속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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