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하>] "시추사업 아직인데"…'산유국' 꿈에 너도나도 테마주 '들썩'

이한림 2024. 6. 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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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업체 신빙성 논란…불확실성도 대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가스전에 더 많은 석유와 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뉴시스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이한림 기자]

◆ 테마주 된 '동해 석유주', 급등락 반복에 '묻지마 투자' 주의보도

-증시 소식을 들어볼까요. 이번 주 국내증시는 석유·가스 관련주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일까요. 석유, 가스, 에너지사업을 하는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했고 일주일 내내 거래대금과 회전율이 치솟았다고요?

-네. 상장사인 한국석유, 한국가스공사, 동양철관, 대성에너지, 하이스틸 등 관련주로 묶이던 종목들이 일제히 빨간불을 켰습니다. 업계 판도를 뒤흔들만한 소식이 나오면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곳이 주식시장이라는 것을 또 각인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가스전에 더 많은 석유와 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을 직접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투심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정부는 이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만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140억 배럴이라니 감이 잘 오지 않는데요. 어느 정도 수치라고 보면 될까요?

-140억 배럴은 매장량 기준 세계 15위권이며 금액으로는 약 2250조원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460조원)의 5배에 이르는 금액이고요. 증권가 역시 동해에 석유나 가스가 매장될될 가능성이 사실로 이어진다면 향후 증시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이 막대하므로 시장이 급하게 움직일만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들 종목이 오를 때 급등하고 내릴 때 급락하면서 테마주같은 모양새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인데요. 아직 시추가 진행되지 않았고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았음에도 정부의 가능성 시사 하나만으로 거래량이 폭등했기 때문에 '묻지마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시추 평가업체인 미국 액트지오의 고문이 한국을 찾은 7일 장에서는 석유 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하는 진풍경이 이어지기도 했고요.

-그렇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시추가 아직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주가에 기대감이 과하게 깔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겠군요. 시추 첫 단계인 깊은 땅속을 파고 들어가는 시추공의 성공 확률은 약 20%라고 하는데요. 주가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묻지마 투자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 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사의 대표 아브레우 박사가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장윤석 기자
◆ 尹 "영일만 '석유·가스 매장'" 발언에도 업계 '관망' 이유는?

-이번엔 업계 반응을 살펴볼까요. 대통령까지 나선 갑작스러운 대형 발표에 업계에서도 여파가 상당한 모양새입니다.

-그렇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백브리핑을 통해 '탐사 시추 성공률이 20%' 정도라며 "굉장히 높은 수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업부는 정부 재정지원과 석유공사 해외투자 수익금, 해외 메이저기업 투자유치를 통해 개발 과정의 투자 비용을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한번 시추하는데 1000억원 이상 재원이 들지만, 성공이 보장되지 않으니 최대한 필요 재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야말로 '전폭' 지원한다는 의미입니다.

-윤 대통령이 부존 가능성을 언급하며 검증을 벌였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어떤 곳이죠?

-미국 액트지오라는 회사입니다. 사안이 중요한 만큼 국정브리핑 직후 국내외의 관심이 쏟아졌는데요. 액트지오 회사 주소가 가정집이라는 논란이 제기되는 등 신빙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영일만 석유탐사 사업에 참여했던 호주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에너지가 "장래성이 없다"고 평가하며 철수한 것으로 알려져 의문이 증폭됐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 듯 액트지오 고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한국에 방문해 직접 입장을 밝혔습니다.

-언론도 상당한 관심을 가졌는데 아브레우 박사 입장 한 번 설명해 주시죠.

-아브레우 박사는 성공률 20%는 높은 수준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가 근거로 제시한 것은 남아메리카 가이아나 리자 사례입니다. 당시 16% 성공률이었지만, 약 120억배럴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20% 성공 가능성은 80%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가정집 논란에 대해선 업무마다 브라질과 멕시코, 스위스 등에 인력이 있다고 일축했습니다. 호주 업체 철수에 대해서는 합병 이슈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영일만에 대한 업계와 학계 반응은 어떤가요?

-관련 주식 가격의 변동이 컸지만, 정작 업계는 지켜보자는 분위기입니다. 우선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0년대도 박 대통령 등이 언급했던 '영일만 석유'가 다시 언급된 점이 화제가 됐습니다. 정치적 성격이 있다는 의미죠. 지금은 경제성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한마디로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죠. 실제로 매장돼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이후 사업성까지도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관련 기업이 사업에 대한 판단을 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석유공사는 지난달 노르웨이 해양 시추업체 시드릴과 시추선 사용 계약을 맺었습니다. 첫 시추 작업은 올해 12월 시작해 40일 정도 진행됩니다. 시추선 이름은 웨스트 카펠라로 2008년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선박인데요. 시기적으로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글로벌 탈탄소 추세에 과연 석유·가스 채굴을 진행하는 것이 맞냐는 환경단체 의견입니다. 정부는 석유·가스가 채굴되면 2035년부터 상업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기차가 상용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시기에 과연 맞는 사업인가 하는 의견입니다. 이마저도 계획대로 됐을 때의 시나리오이고, 현 정부가 신뢰하는 액트지오의 말을 빌어도 '실패 가능성'이 80%에 달하죠. 일단은 사실유무부터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추 과정을 지켜봐야겠습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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