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AI와 인간의 일자리 경쟁?…그보다 '물 쟁탈전' (영상)
생성형 AI 확대로 전기·물 사용량 급증
이상기후에 가뭄 이어지자 '논란' 확산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산업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에 인공지능(AI)의 도입이 확대되면 국내 일자리 327만 개가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AI에 의해 일자리를 위협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보다 더 시급한 걱정이 있습니다. 바로 '물 부족' 문제입니다.
생성형 AI와 같이 대규모 데이터 학습과 연산이 필요한 AI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요합니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양도 막대한데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 따르면 오픈AI가 초거대 AI 모델 'GPT-3'를 훈련시키는 데 들어간 전력은 1287MWh로, 축구장 1.5개 넓이의 태양광 발전소가 약 1300개는 있어야 감당 가능한 전력 소모량입니다. 평균적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연간 20~50㎿(메가와트) 전력을 사용하는데, 이는 약 3만 7000가정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양입니다.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만큼 데이터센터 내부 발열량이 크기 때문에 이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데이터센터의 온도가 올라가면 GPU와 CPU 성능이 저하되고 시스템이 충돌하거나 데이터가 손실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21℃ 이하의 서늘한 온도 유지가 필수입니다.
AI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수식 냉각탑을 주로 이용합니다. 냉각탑에 지속적으로 차가운 물을 공급해 데이터센터 내부의 열을 식히는 방식입니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명령어 10개~50개를 질문에 답하려면 물 500㎖가 필요합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가 발표한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세 기업이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사용한 물의 양은 약 443억 ℓ(리터)에 달합니다. 국제대회용 수영장 규격이 200만 ℓ인데, 이 수영장 2만 2000여 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을 사용한 것입니다.
◇담수만 사용 가능…물 부족에 AI 기업들 '워터 포지티브' 노력
문제는 이 냉각탑에 바닷물은 사용할 수가 없고 음용수(식수)나 재처리한 깨끗한 담수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바닷물을 사용할 경우 데이터센터 장비가 부식되거나 박테리아가 번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사용한 물은 열을 식히면서 증발해 버려 재활용도 쉽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담수가 사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구글은 우루과이에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건설용 부지를 매입했는데 데이터센터 서버 냉각을 위해 사용될 물이 5만 5000명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760만 ℓ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격렬히 반대했고, 계획이 축소되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AI와 인간의 '물 쟁탈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상기후에 의한 가뭄으로 지구 일대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AI가 사용하는 막대한 물의 양은 논란 거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각국 정부는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환경 지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는 EU 회원국 내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내의 설정 온도는 얼마나 되는지, 용수는 얼마나 사용했는지, 재생에너지 활용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를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기업에서도 기술 혁신을 통해 에너지 및 물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AI 개발 과정에서 냉각수 사용량을 비공개에 부쳐왔는데, 이제는 환경보고서를 발간하며 에너지 효율 변화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은 2030년까지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끓는 점이 50℃인 특수 용액에 서버를 담가 온도를 유지하는 실험을 하는 등 인간과 AI가 효율적으로 물을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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