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대법원 가는 '세기의 이혼'…최태원, 흔들림 없는 경영 행보 눈길

이한림 2024. 6.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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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판결 이후에도 주요 일정 예정대로 소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판결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이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이한림·정소양·이중삼·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이라진·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한림 기자] 보리를 베어내고 논에 모를 심는 절기인 망종(5일)이 지나면서 낮 기온이 최고 30도에 육박한 완연한 여름 날씨에 접어들었습니다. 더운 날씨지만 가슴 뛰는 휴가철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동해 등 여름 피서지에는 야외 활동을 즐기는 인파들로 부쩍 붐비는데요. 이 와중에 정부가 동해 포항 영일만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산유국'이라는 부푼 꿈을 안은 듯한 분위기가 각계에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다소 온도차가 존재했습니다. 석유·가스 관련주들은 테마주로 묶이면서 국내 증시에 '뜨거운 감자'로 자리한 반면, 관련 업계에서는 시추 평가업체인 미국 액트지오의 고문인 아브레우 박사가 한국을 찾아 직접 입장을 밝혔음에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지난주 경제계 가장 큰 화두였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의 뒷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진 6월 첫째 주 비즈토크 시작합니다.

◆ '세기의 이혼' 판결 후 '기여도' 관심↑…최태원, 그룹 경영 매진

-먼저 재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판결 후폭풍이 거센 지난 한주였는데요. 1심 판결이 왜 뒤집힌 것인지, SK 경영권에 영향은 없는 것인지, 재산 분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갖가지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그중에서도 1조3808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산 분할이 결정된 것과 관련해 '노 관장의 기여도'가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면서요?

-맞습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부친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의 부친 고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흘러 들어갔고, 이 비자금을 통해 SK가 성장했으니 재산 분할에 있어 노 관장의 기여가 확인된다고 설명했는데요. 특히 증거력에 의문이 드는 '비자금 쪽지 메모'가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 효력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죠.

-최 회장 측은 비자금 유입을 인정하지 않고 있나요?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300억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줄곧 주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쪽지 사진 한 장만으로 최 회장이 아닌 노 관장의 주장만 모두 받아들인 셈인데요. 향후 상고심에서는 비자금이 태평양증권 매입 등에 사용됐다는 노 관장의 주장과 재판부 판단은 뒤집힐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어음 발행일은 1992년 12월, 태평양증권 인수는 1991년 12월로, 받지 않은 돈으로 증권사를 인수했다는 것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죠.

-비자금을 포함해 노 전 대통령이 SK의 보호막·방패막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 대목도 최 회장 측이 전면 부인했다고 하던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지난 7일 대만 타이베이 TSMC 본사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고, 특혜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재판부가 특혜 사례로 제시한 '이동통신사업 진출'은 사실상 '오류'로 굳어지는 분위기인데요. SK는 노태우 정부 당시 제2이동통신사업권을 따고도 특혜 의혹을 의식해 사업권을 반납해야만 했고, 이동통신사업 진출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에야 이뤄졌죠. 이에 대해 당시 상황을 직접 경험한 SK 일부 경영진은 "어렵게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됐다"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군요. 비자금과 특혜 의혹을 사실로 보더라도 '재산 분할 1조3808억원' 판결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에 유입됐고 그 돈과 추가 특혜로 SK가 성장했다고 가정해도, 세월이 흘러 그것을 딸인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해석입니다. 항소심에서는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과 후광이 노 관장의 기여로 연결됐고, 그 결과가 '재산 분할 1조3808억원'으로 나온 것이죠.

-최 회장은 이혼 소송 판결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최 회장은 흔들림 없이 경영을 이어 나가겠다는 방침입니다. 지난 3일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항소심 판결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한 뒤 임직원들에게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도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고 전했는데요. 실제로 최 회장은 판결 이후에도 주요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고 있습니다. 같은 날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의 '제22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에 참석했고, 현재는 해외 출장 중인데요. 최 회장은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 본사를 찾아 주요 경영진과 협업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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