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CEO 고해성사...中의 반도체 자립에 딴 목소리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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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475억 달러 반도체 기금 발표했는데...화웨이클라우드 CEO “3·5나노는 불가능하고 7나노만 해도 잘된 일, 반도체 공정 개발에만 매달려선 안돼”
5월말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화웨이 상무이사 겸 화웨이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 장핑안(張平安)의 연설 영상이 화제입니다.
화웨이는 작년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뚫고 7나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죠. 이후 3나노, 5나노까지 도전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장 대표는 이런 추측과 관련해 “미국의 제재 속에서 3나노, 5나노 반도체를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7나노 문제를 해결한 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일”이라고 했어요. “제재로 첨단 장비 도입이 불가능한 만큼 반도체 공정 개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이미 확보한 7나노 반도체를 잘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반도체 기금 발표에 찬물 끼얹어”
중국은 5월24일 3440억 위안(약 475억 달러) 규모의 3차 반도체기금을 조성했죠. 우리 돈으로 65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입니다. 중국 재정부와 6대 국유은행 등이 돈을 냈어요.
중국은 2014년 155억 달러 규모의 1차 반도체기금을 조성했고, 2019년에도 289억 달러 규모의 2차 반도체 기금을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1·2차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이에요. 서방의 강도 높은 반도체 제재 속에 어떻게든 반도체 자립을 이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 대표의 연설이 공개되자 분위기가 미묘해 졌어요. 정부는 소리 높여 ‘반도체 자립’을 외치는데, 화웨이 고위층은 “7나노 만든 것만 해도 훌륭하니 반도체 공정 개발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다른 소리를 낸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관영 매체들은 장 대표 연설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어요. 웨이보(중국판 X)에도 “적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 댓글이 올라왔는데, “제대로 진실을 말했다”는 호평도 있었습니다.
장 대표는 4월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쑤저우에서 열린 ‘중국 모바일 컴퓨틸리티 네트워크’라는 콘퍼런스에서 이 연설을 했어요. 국유 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이 주최한 연례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가 회의 자리였습니다.
◇화웨이 AI모델 개발 책임자
동영상 사이트 빌리빌리에 올라온 연설 영상은 반도체 부분만 편집한 것이었어요. 장 대표는 “인공지능(AI) 시대,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 혁신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느냐”는 화두를 꺼냅니다. 이어 “아시다시피 (미국 등의 제재로) 노광장비 수입이 막힌 상황에서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제작은 불가능하다”면서 “대만 TSMC는 3나노, 5나노 제품 공급 비율을 올리고 있지만, 중국은 3나노, 5나노 제품을 확보할 길이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도 “7나노 문제를 해결한 것만 해도 이미 아주 좋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혁신의 방향은 반도체 제조 능력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만큼 반도체 제작 하나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시스템 구성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면서 “공간과 대역폭(bandwidth), 에너지를 잘 활용하면 반도체 제조 분야의 결함을 보충할 수 있다”고 했어요. 성능이 떨어지면 더 많은 장비를 투입하고 네트워크 등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식으로 결함을 만회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장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화웨이클라우드는 작년 챗GPT와 비슷한 인공지능 모델 판구(盤古) 3.0을 개발한 곳이에요. AI를 활용해 산업 분야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화웨이는 자체 설계해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가 7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어센드 910B AI칩을 이 모델 개발에 사용했어요. 엔디비아의 최신 제품보다 성능은 크게 떨어지지만 구조만 잘 짜면 이 칩으로도 충분히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장 대표는 항저우에 있는 저장대 석사 출신으로 1996년 화웨이에 입사해 28년간 전략·마케팅, 제품 제작, 글로벌기술서비스,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 책임자를 두루 거친 엘리트에요. 2021년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화웨이클라우드 대표를 맡았고, 2023년 주주총회에서 상무이사가 됐습니다. 화웨이그룹 톱10에 드는 고위층이라고 할 수 있죠.
◇3·5나노 소문 끊이지 않는 이유
그의 언급은 대만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과 대체로 일치합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입이 막혀 있죠. 이런 상황에서 SMIC는 그 이전 단계 제품인 심자외선(DUV) 장비를 이용해 7나노 제품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만 TSMC가 2017년 개발했다가 불량률이 너무 높아 폐기한 기술인데, 이를 들여와 7나노 공정을 구축했어요. 높은 불량률로 인해 원가가 더 들어가는 부분은 중국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하는 식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5나노 반도체도 만들 수 있다고 해요. 문제는 제품 10개 중 9개는 불량이라는 겁니다. 화웨이는 하이실리콘이라는 자체 반도체 설계 자회사를 갖고 있고, 3나노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화웨이가 3나노, 5나노 칩을 개발 중이라는 엉뚱한 소문이 잊힐 만 하면 다시 나옵니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지만 필요할 때는 제대로 말을 하는 기업이에요. 창업주인 런정페이 회장도 시진핑 주석이 대규모 기금을 조성하면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주문한 2021년 관영 매체 인터뷰에서 “반도체는 인프라 건설하듯 돈 때려 붓는다고 되는 산업이 아니다”면서 “인재부터 길러야 한다”고 반박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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