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경고’가 모든 것을 바꿨다···켈리만큼 달라진 엔스, KT전 5이닝 2실점 ‘3연승’, ‘7실점’ 쿠에바스에 ‘KO승’
차명석 LG 단장은 지난주 미국 출장을 떠났다가 지난 4일 귀국했다. 차 단장이 미국 출장을 갔던 이유는 꽤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던 두 외국인 투수들을 대체할 선수들이 있나 물색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었는지, ‘정신 차린’ 두 외국인 선수들의 반전이 시작됐다. 우선 켈리가 최근 3경기에서 18이닝을 던져 2승 평균자책점 3.00으로 살아났다. 지난 7일 KT전에서는 6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맞긴 했으나 실점을 3점으로 최소화하며 또 퀕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 승리 투수가 됐다. 한화
켈리의 부활에 맞서,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 또한 보조를 맞춰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엔스는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T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안타 4개와 볼넷을 5개 내주는 등 고전했지만,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이며 단 2실점으로 막아내고 시즌 7승(2패)째를 거뒀다. 이로써 엔스는 제임스 네일(KIA),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키움)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엔스도 켈리처럼 고전을 면치 못해 염경엽 LG 감독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차 단장을 중심으로 LG 프런트가 교체를 염두에 두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켈리처럼 엔스 역시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까지 포함해, 최근 3경기에서 17이닝을 던져 3승, 평균자책점 2.65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이날 엔스의 투구 내용은 썩 좋지는 못했다.
1회말 황재균에게 볼넷을 하나 내주기는 했지만 나머지 타자들을 안정적으로 막아냈던 엔스는 2회말 1사 1·2루, 3회말 무사 1·2루 등 수차례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발군의 위기관리능력을 발동,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4회에도 안타 1개만 내주고 무실점.
타선이 7점을 뽑아줘 여유있는 리드를 안은 엔스는 5회말 결국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2사 후 황재균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엔스는 다음 타자 강백호에게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한복판으로 몰리는 138㎞ 커터를 던졌다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맞았다. 문상철을 공 4개로 범타 처리하고 이닝을 마무리한 엔스는 6회말 KT 공격 때 정지현과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리그 최강의 타선을 자부하는 LG 타자들은 초반부터 KT 마운드를 맹폭하며 엔스를 지원했다. 1회초 무사 2루에서 문성주의 2루타, 1사 3루에서 오스틴 딘의 적시타로 2점을 선취한 LG는 3회초 1사 3루에서 김현수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냈다. 이어 4회초에는 박동원의 투런홈런으로 5-0까지 달아났고, 5회초 김현수의 1타점 2루타와 박동원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더 추가해 쐐기를 박았다.
이날 엔스의 역투가 반가웠던 것은, LG가 꺾은 KT 선발 투수가 ‘난공불락’ 윌리엄 쿠에바스였기 때문이다. 쿠에바스는 이날 5이닝 동안 8피안타 3볼넷을 허용하고 무려 7실점해 패전 투수가 됐다. 쿠에바스가 한 경기에서 7점 이상을 실점한 것은 2021년 5월5일 키움전 4.2이닝 10실점 이후 3년 만이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교체를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답이 없었던 두 외국인 투수의 대반전에 LG도 활짝 웃는다. LG는 켈리가 살아나기 시작한 지난달 26일 잠실 NC전 이후 12경기 10승2패의 무시무시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리고 결국 KIA를 제치고 단독 선두에 등극, 지난해 통합 우승팀의 위용을 되찾았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외국인 투수들의 부활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염 감독의 말처럼, LG도 당분간 외국인 투수 교체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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