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도로 위의 무법자 전동 킥보드…문제는 사람? 제도?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요즘 날씨가 좋아 공유자전거나 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를 사용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하지만 관련 사고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제도적 대응 방안, 그리고 공유경제 현실까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속출하는 안전문제, 한웅희 기자입니다.
[과속에 멋대로 주차…공유자전거·킥보드 사고 무방비 / 한웅희 기자]
[기자]
인천의 한 대학교 인근. 공유자전거와 킥보드가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럭을 침범한 채 무분별하게 주차돼 있습니다. 이 지역은 4천 대가 넘는 개인형 이동장치가 있을 정도로 수요가 높은 곳입니다.
"전동자전거나 킥보드는 자전거도로나 차도에서만 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곳에서 1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인도에서 주행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는데요. 심지어 이렇게 자전거도로에 킥보드를 방치하기도 했습니다."
<공유킥보드 이용자> "사실 이게 자전거도로에 세워져 있는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위험하기도 하고 막혀 있으면 인도로 나와서 타는 것 같아요. 원래는 헬멧이 달려 있었는데 요즘 사라진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거 하나 타려고 헬멧을 들고 다니기는 조금 그러니깐…"
공유자전거와 킥보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자체들은 앞다퉈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는 2014년 공유자전거 '따릉이' 사업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2015년 10월부터는 정식 운영에 나섰습니다.
기후동행카드로 따릉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서울 시내에는 모두 4만5천대의 따릉이가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3월 말 기준 누적 이용 건수는 약 1억8천건, 회원 수는 434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문제는 안전 불감증에 따른 사고도 속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신촌에서는 도로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던 전동킥보드가 승용차와 충돌해 킥보드 운전자인 20대 여성이 중상, 함께 탄 30대 남성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습니다.
법을 어기고 2명이 함께 탄 데다 헬멧까지 쓰지 않았습니다.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한 교통사고는 2019년 447건에서 지난해 2천389건으로 5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부상자와 사망자 수 역시 각각 5.5배, 3배나 늘었습니다.
<김미숙 / 경기 부천시> "2명 (같이) 타서 헬멧 안 쓰고 (인도에서) 사이사이로 막 지나가는 데 봤어요. 위험하다고 생각했고. 저렇게 타고 다니면 안 될 텐데 이런 생각도 했어요. 불편하더라고요. 지나가는데도."
음주운전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20년 256건이었던 음주사고는 지난해 400건을 넘었고, 같은 기간 부상자 수는 1.5배로 늘었습니다. 관련 사고가 급증하다 보니 '킥보드'와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라니'를 합친 '킥라니'라는 단어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편리함 속에 이제는 일상이 되고 있는 개인형 이동장치.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이용자의 주의와 세심한 규제가 필요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한웅희입니다.
영상취재 기자 이상혁
#공유자전거 #킥보드 #개인형_이동장치
[이광빈 기자]
도로 위의 무법자가 된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대부분의 경우 헬멧 착용이나 과속 금지 등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합니다. 이용자가 급증하다 보니 단속도 쉽지 않은데요. 단속에 한계가 있는 만큼 안전 수칙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채린 기자입니다.
[자전거·킥보드 단속 한계…안전교육 강화 절실 / 안채린 기자]
[기자]
헬멧을 쓰지 않고 인도를 내달리는 전동 킥보드. 둘이서 사이좋게 함께 타기도 합니다.
모두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엄연한 불법입니다. 제대로 타려면 어떻게 타야 할까.
도로교통법을 준수해 전동 킥보드를 타 보겠습니다. 먼저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이렇게 보도와 차도가 분리된 곳이라면 차도 오른쪽 한켠에서 주행해야 합니다.
또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반드시 혼자서 탑승해야 합니다. 자전거 또한 헬멧을 착용하고 차도나 자전거 전용 도로를 통해 주행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범칙금 규모가 최대 10만원대이고, 범칙금을 부과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많습니다.
경찰이 단속을 하고 있지만 모든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를 일일이 들여다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시민들은 안전 수칙 자체가 생소하다고 말합니다.
<혼다 아키모토/ 서울시 종로구> "따로 (안전수칙과 관련해) 교육받은 건 없어서 그런 거를 제대로 인지하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이에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선 관련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자전거 천국이라고 불리는 네덜란드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자전거 이용 수칙 등을 교육하도록 의무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전거 이용이 많은 영국은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정부 차원에서 제공합니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도 매년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일진/ 서울시 보행자전거활성화팀장> "안전 수칙이나 교통 관련 법규를 제대로 알고 이용해야 보행자도 보호하고 차로에서 자동차와의 접촉 사고도 최소화할 수 있어서 안전 교육을 매년…"
특히 교통법규 숙지와 약자 배려 등 인식 개선을 위해선 어린 나이부터 교육을 받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초·중·고교 123곳을 대상으로 자전거 관련 교육 시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같은 교육을 더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연합뉴스TV 안채린입니다.
#자전거 #킥보드 #안전
[진행자 코너]
공유 교통수단은 지난 몇 년간 공유경제의 생태계 속에서 나타났습니다. 공유 교통 업체로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우버'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교통 분야 공유경제가 초반의 기세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우버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 전동 킥보드의 우버를 표방하며 우후죽순 등장한 기업들도 사정이 여의찮은 곳이 많은데요.
대표적으로 2017년 설립된 미국 기업 '버드'입니다.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22개 도시로 사업을 확대하고 지난 2019년에만 해도 기업 평가액이 30억 달러에 이르며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경영난 끝에 지난해 12월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전동 킥보드 업계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공유 전동 킥보드 '알파카' 서비스를 운영하는 매스아시아가 최근 파산 선고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 사업인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되는 등 성장성을 인정받았지만, 적자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애초 교통 공유경제는 규제에 발목이 잡혀 온 측면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승차 공유 서비스인 타다는 지난 2019년 불법 콜택시 영업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가 이듬해 무죄가 났는데요. 지난해 6월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앞서 국회에서 통과된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인해 사업 재개는 어려워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유경제는 흔들리는 측면도 있습니다. 공유경제 신화 중 하나인 미국의 '위워크'는 최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공유경제 아이콘'으로 불리며 뉴욕에서만 47개 지점을 운영해왔지만, 상업부동산이 남아도는 실정에 설 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공유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 에어비앤비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는 점은 불안 요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그러나, 공유경제가 주춤거리는 현상은 쇠락이 아닌 성장통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교통수단과 집 등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움직임은 효율성과 혁신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들이 공유경제의 시장 규모에 성장세를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공유경제 산업이 기존 규제의 틈만 노린 채 기술 혁신에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면, 성장이 아닌 위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광빈 기자]
공유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를 이용해 놓고 정작 지정된 주차공간이 아닌 아무데나 세워두고 가는 이용자들 때문에 보행에 불편을 느끼신 적 한두 번이 아닐 텐데요. 무분별하게 방치된 킥보드에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지자체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데요.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최진경 기자입니다.
[방치된 킥보드 신속 처리 방법 없나…지자체마다 고민 / 최진경 기자]
[기자]
골목 한 편 전동 킥보드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횡단보도 앞에도 여러 대가 쓰러진 채 방치돼 있습니다. 이렇게 방치된 킥보드들은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본 사람들에게도 반납은 늘 고민입니다.
<채원주 / 서울 강남구> "보통 역 근처나 이렇게 모아져 있는 곳들은 종종 있더라고요. 일반적으로 통행하는 거리에 있거나 할 때는 명확하게 반납해도 되는 위치인지 파악하기 쉽진 않았습니다."
자치단체마다 보행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인데, 교차로나 횡단보도, 어린이 보호구역 등 보행이나 교통에 장애를 초래할 만한 곳에 주차할 경우 견인하는 방법이 최우선으로 꼽힙니다.
부산시도 최근 조례 개정을 통해 무단 방치된 전동킥보드, 전동 이륜 평행차, 전동기 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 장치에 대한 견인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업체에 자진 수거 이동명령을 내리고 1시간 내 조치가 없으면 견인한 뒤 대여 업체에 견인료와 보관료를 청구하게 됩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견인된 전동 킥보드만 해도 6만 2천 대에 달하는데요. 불법 주정차된 전동 킥보드로 인한 보행자들의 불편 신고가 잇따르자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송파구는 지난 1월 전국 최초로 '공유모빌리티 통합신고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방치된 킥보드를 발견한 시민이 해당 시스템에 민원을 접수하기만 하면 업체에 내용이 바로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시민이 공유업체에 따로 연락해야 할 번거로움을 덜었습니다.
<최윤실 / 송파구청 도시교통과 교통행정팀> "반년 정도 1,800건 이상의 민원 신고가 들어오고 수거를 처리함으로써 보행 불편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전용 주차공간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구 수성구는 인근 편의점 등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킥보드 주차공간을 45군데 운영할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이용한 개인형 이동장치를 제대로 반납하지 않는 비양심 사용자들을 견제할 구조 역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현승진 / 변호사> "렌터카 같은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되면 렌터카 업체에서 경찰에 납부 의무자 변경 신청이라는 걸 하거든요. 이용자한테 바로 고지서가 날아갈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이 방법을 전동 킥보드에도 좀 도입을 해서…"
이용자와 보행자가 모두 안전하게 오갈 수 있게 서로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교통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 봅니다.
연합뉴스TV 최진경입니다.
#전동킥보드 #방치 #처리 #대책
[클로징: 이광빈 기자]
공유 교통수단. 새로운 수단이 도입되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인데요. 개인형 이동장치는 앞서 보신 것처럼 교통사고, 안전 수칙 미준수, 무단 방치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전동 킥보드에선 화재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2022년에만 115건에 달합니다. 화재 원인은 대부분 배터리와 연관됩니다. 행정안전부는 개인형 이동장치를 '잠재 재난위험 요소'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도로에서의 통행 방해와 안전사고가 늘어나는 만큼, 감독 기관의 체계적인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고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닐까요?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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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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