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석-뉴진스, 이들이 우리에게 소환하는 것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청춘 영화는 언제 보아도, 어느 연령대의 사람이든 그 마음을 달뜨게 만드는 힘이 있다. 모든 가능성을 안고 있던 그 시절, 대부분의 것에 붙던 ‘첫’이라는 어두까지 찬란한 햇빛이 필터링되며, 봄과 여름의 사이를 꼭 닮은 청춘의 싱그러움을 떠오르게 혹은 짐작하게 하는 까닭이다.
변우석과 뉴진스가 끌어온 세계인의 사랑은, 이들이 공통으로 지닌 어떤 특성에서 비롯되는데, 요즘 많이 쓰는 표현으로 이야기하자면 바로 ‘청춘 영화 재질’. 청춘 영화는 우리가 으레 알고 있는 그 청춘 영화이고, 재질이란 원래 사물에 주로 사용되었으나 최근 사람에게 더 많이 쓰여 그 사람의 본바탕과 됨됨이를 표현하고자 할 때 주고받곤 하는 단어다.
즉, ‘청춘 영화 재질’이란 청춘 영화 주인공으로 나올 법한 이미지나 분위기를 가졌거나 혹은 보는 이들에게 그러한 추억을 상기시키거나 그것의 근사치에 놓인 기분 등을 선사하는 특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그리하여 청춘 영화 재질을 지닌 이와 맞닥뜨리는 누구나, 청춘이라 부를 만한 시절의 자신을 혹은 그 시절의 인연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지고 만다고 할까.
변우석을 제대로 튀어 오르게 만든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그는, 수영선수 출신의 아이돌 가수 류선재로 등장한다. 운동부라니, 안 그래도 청소년 시절 한 번쯤 설레어본 적 있을 대상인데 아이돌 가수까지, 그야말로 소녀들의 판타지를 완벽히 충족시키는 설정이다. 심지어 여주인공인 임솔 하나밖에 모르는 순정파로, 여기에 고등학생 특유의 말갛고 순수한 얼굴, 청량한 표현 방식이 더해지자, 반응은 가히 폭발적일 수밖에.
마음에 품고 있는 풋풋했던 날의 추억을 한 번에 소환시키며, 물론 모두가 선재나 솔과 같은 첫사랑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다만. 그럼에도 이들과 비슷한 시간대의 자신이 꿈꾸었던 사랑의 환상을 다시 한번 끄집어내게 하는데 이는 팍팍한 현실에 핑크빛 낭만을 건네는 일인 까닭에, 보는 이들은 자연스레 깊고 짙게 몰입하여 너도나도 자발적으로 선재를 앓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태에 이르렀다.
뉴진스가 얻고 있는 광활한 크기의 인기를, 사랑스러운 외모와 특출난 실력 등 표면적인 것으로만 해석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사실 뉴진스에 버금가는 외모나 실력을 갖춘 아이돌 가수는 찾으면 또 찾을 수 있으니까. 이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국경을 넘나들며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소년과 소녀 시절을 향한 ‘노스탤지아’를 불러일으킨 결과라 보아도 좋겠다.
이 ‘노스탤지아’는 레트로와는 좀 다른 계열의 감성이다. 과거, 어느 특정 시기의 모양이나 풍조 등을 재해석하여 다시 끌어온 것의 여파가 아니라, 그들의 존재 자체가 나의 혹은 우리 모두의 소년과 소녀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그들의 존재에 나의 혹은 우리 모두의 소년과 소녀 시절을 상징한다는 가치를 부여한 것으로, 어떤 어려운 상황도 잘 헤쳐 나가길, 한없는 응원을 펼치게 되는 힘도 여기서 기인한다.
물론, 이미지메이킹이나 스타일링 등이 뉴진스에 청춘 영화 재질을 부여하는 방향을 취했으니, 어느 정도 유도한 바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중의 머릿속에 그것이 하나의 선명하고 확고한 그림 혹은 이야기가 되어 어떤 대상의 존재적 가치를 형성하는데 이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먼저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은, 기꺼이 설득당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성사될 일인 까닭이다.
뉴진스는 주어진 모양새에 본연의 모습, 즉 진정성을 담아 충실히 부합해 냄으로써 대중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았고. 이는 변우석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오늘 세계인에게 그들로 인해 소환된 청춘이 선사하는 낭만의 힘으로, 잠시나마 현실의 가라앉은 공기를 환기할 수 있게끔 하니, 어느 누가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불가항력인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변우석, 뉴진스 공식SNS]
뉴진스 | 변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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