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저널(oh-regional)’ 시리즈는 몰랐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오는 감탄사 ‘oh’와 지역의, 지방의을 뜻하는 ‘regional’의 합성어로 전 세계 여러 도시와 지역에서 유래한 재미있는 브랜드 이야기를 다루는 오리지널(original) 콘텐츠입니다. 아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진짜 국방비 천조원 넘긴 천조국
국방비만 천조원이라고 별명이 ‘천조국’인 나라, 미국. 사실 처음 별명이 붙었을 땐 국방비가 500조원 규모였다고 하는데요. 2022년 7780억 달러로 진짜 천조원을 넘기며 진짜 천조국이 됐다고 합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국방예산은 8860억 달러. 1200조원이 넘는 국방예산은 (한화 약 1200조원을 넘겼다고 합니다. 2024년 대한민국 정부의 전체 예산이 656조6000억원이니까 미국 국방비만 대한민국 예산의 2배쯤 되는 셈이죠.
여기서 퀴즈. 국방비 천조국 미국에서도 군수업체들이 특히 많이 모여있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힌트를 드리면 군수업체 특성상 첨단 기술 경쟁력이 높아야 하고 , 각종 군사 관련 테스트를 해야 할 광활한 영토를 갖고 있으면서 군사 기지들이 인근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오늘의 주인공이자 정답인 해당 주(state)는 텍사스주입니다.
군수산업 발전한 이유 있는 그곳, 텍사스
텍사스는 그 크기가 프랑스 전체 영토만큼 광활하고 텍사스 A&M 대학교, 라이스대, 텍사스 오스틴 캠퍼스 등 공학, 과학, 기술 분야에서 정평이 난 유수의 교육기관이 위치해 있으며 포트 후드, 포트 블리스, 락랜드 공군기지 등 대규모 군사기지가 다수 존재합니다. 여기에 더불어 주정부 차원에서 친기업적 세제 정책을 운영하고 노동규제가 비교적 유연해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주로 텍사스를 손꼽기도 합니다.
실제 국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신규 공장을 지으며 투자를 진행 중이고, 일론 머스크가 이끌고 있는 테슬라 역시 기존 캘리포니아주에 있던 본사를 2021년 텍사스 오스틴 지역으로 옮겨버립니다. 2022년 기준, 포춘 500대 기업 중에 가장 많은 기업 본사가 있는 주 역시 놀랍게도 캘리포니아(51개)와 뉴욕(51개)이 아니라 바로 텍사스주(53개)였습니다.
텍사스엔 록히드마틴과 같은 세계적인 군수기업을 비롯해 델 테크놀로지스, 오라클, 엑손모빌 등 굴지의 대기업 본사기 있습니다. 일본기업이라고 알고 계신 편의점 브랜드 세븐 일레븐 역시 바로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처음 탄생했습니다.
끊이지 않는 전쟁… 총잡이의 도시가 되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텍사스는 스페인과 멕시코, 그리고 미국이 서로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을 벌이며 성장해왔고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군사산업이 발달할 수 있는 여러 요인들로 인해 남성적이고 호전적인 성격을 띄어왔습니다. 텍사스 하면 총기 사용이 자유롭다는 인식이 생긴 것 역시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지켜야만 했던 텍사스 지역의 역사가 반영된 것이기도 합니다.
흥미진진한 텍사스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차후 다시 한번 다룰 기회가 있을 것 같고 오늘은 텍사스를 대표하는 도시 연고 프로농구팀이자, 지난주 다뤘던 보스턴 셀틱스와 맞붙는 NBA 파이널 진출팀 ‘댈러스 매버릭스’를 살펴보시죠.
부통령 이름 딴 ‘달라스’…텍사스의 중심 우뚝
휴스턴과 더불어 텍사스주를 대표하는 도시, 댈러스는 1841년 테네시주의 변호사 존 닐리 브라이언이 약 260헥타르의 땅을 개간해 통나무집을 짓기 시작하며 사람의 손을 타기 시작합니다. 댈러스라는 도시 이름이 붙은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가장 유력하게 알려진 것은 1845년 미국의 제11대 부통령을 지낸 ‘조지 머피 댈러스’의 이름을 땄다는 설입니다. 다만 도시 이름이 1841년부터 쓰였다는 말이 있어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는데요. 그렇기에 조지 머피 댈러스의 아버지, 알렉산더 제임스 댈러스의 이름을 땄단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역시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명망가입니다. 댈러스라는 이름 자체는 사실 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에 있는 지명입니다. 그렇다 보니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자신의 고향 이름을 따서 도시를 지은 것이 아니냔 이야기도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댈러스는 1870년대 철도가 설치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합니다. 이후 20세기 초반 전 세계를 휩쓴 세계대전이 발생하며 도시엔 항공기 공장과 군수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텍사스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미국 석유 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며 날개를 달았습니다.
자본과 기술력이 든든하게 받쳐주며 댈러스는 금융, 기술, 통신, 에너지 등 각종 산업 경제의 중심지로 발돋움합니다. 탄탄한 경제가 바탕이 되자 문화·예술· 스포츠 역시 함께 발전합니다. 많은 예술인들은 해당 지역으로 몰려들었고 지역 사회에서도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동반성장을 합니다.
길들여지지 않는 도시, 자유분방한 ‘매버릭스’
댈러스 매버릭스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1980년 NBA 올스타전에서 기존 구단주들은 텍사스 대표도시 댈러스에 새로운 농구팀을 창설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댈러스는 지역을 대표하는 농구팀 창단에 나섰고 팀명을 어떻게 지을지 고민합니다. 그리고 지역 라디오 방송 ‘WBAP’를 통해 공모를 통해 결정키로 했습니다. 당시 지역민들은 무려 4600개의 팀명을 제출했는데 그 중 선택된 이름이 바로 ‘매버릭스’입니다.
매버릭(Maverick)이란 단어는 독립성과 개성이 강한 사람을 뜻합니다. 이 어원도 재미있는데, 바로 목축업자로 샌안토니오 시장을 지낸 새뮤엘 오거스터스 매버릭이란 인물에서 유래했습니다. 매버릭은 다른 농장과 달리 소에게 소유주를 표시하는 낙인을 찍지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가축에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서인데요. 다만 다른 사람들은 낙인이 안찍힌 소들을 자신의 것이라고 우기기 위한 변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낙인이 없이 돌아다니는 소들은 ‘매버릭’이라고 불렸고 이후 전통이나 권위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매버릭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매버릭의 뜻은 독립적이고 개척정신이 강한 텍사스의 이미지와 일맥상통합니다. 독립성과 자유로운 정신을 상징하는 매버릭이란 팀명에 댈러스 사람들은 매료된 것이죠. 또한 1950~1960년대 인기리에 방영됐던 서부 드라마 제목 역시 ‘매버릭’이었는데요. 이 역시 대중들의 공감을 사는데 큰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지난 2022년, 36년만에 속편으로 제작된 탑건 시리즈의 제목 역시 ‘탑건:매버릭’이었습니다.
가장 미국적인 도시, 유럽인이 이끈 우승
이렇게 가장 많은 표를 받아 탄생한 댈러스 매버릭스는 지역사업가 돈 카터가 첫 구단주가 됐습니다. 하지만 2000년 이전까지는 한 번도 우승 반지를 껴보지 못했죠. 그리고 2000년 1월, 마이크로솔루션스를 창업한 IT사업가 마크 큐반이 2억8500만달러에 구단을 사버리며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습니다. 적극적인 투자와 선수 영입, 그리고 광적인 구단 사랑을 보여준 그는 프랜차이즈 스타 ‘덕 노비츠키’를 중심으로 팀을 완전히 재편시켰고 결국 2011년 구단의 첫 우승을 만들어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별명이 팀명이 된 보스턴 셀틱스의 에이스는 미국인 제이슨 테이텀 선수인데 반해 가장 미국적인 별명이 팀명이 된 댈러스 매버릭스의 에이스는 슬로베니아인 루카 돈치치라는 사실입니다. 과연 2024년도 영광의 우승컵은 누구의 손에 들리게 될까요.
‘흥’미로운 ‘부’-랜드 ‘전’(傳). 흥부전은 전 세계 유명 기업들과 브랜드의 흥망성쇠와 뒷야이기를 다뤄보는 코너입니다. 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 오리저널 시리즈를 연재중입니다. 아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