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통폐합 ‘은행찾아 삼만리’... 인천 디지털 취약 노년층 ‘외면’
인터넷 뱅킹 어려워 지점 방문... 어르신 맞춤 디지털 교육 필요
“인터넷 뱅킹도 이용할 줄 모르는데, 자꾸만 은행 지점들이 없어져 힘이 듭니다.”
7일 오전 10시께 방문한 인천 계양구 계산역 인근 A 은행 지점은 현금자동인출기(ATM)만 운영하는 ‘자동화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지점은 대출 상담, 공과금 관리 등 여러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올해 약 1.5㎞ 떨어진 지점과 통폐합되면서 기능이 대폭 축소됐다.
이날 지점을 찾은 주민 B씨(67)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동하기엔 (다른 지점이) 제법 먼 거리”라며 “인터넷 뱅킹도 이용할 줄 모르고 걷기도 힘드니, 거래 은행을 바꿀지 고민 중”이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연수구 신연수역 인근 C 은행 점포는 이제 은행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10㎞ 떨어진 다른 지점과 통폐합되면서 아예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인천 지역에는 신한, 국민은행 등 16개 주요 금융기관들이 지점 279곳과 출장소 32곳을 운영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출장소는 35곳으로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지만, 지점은 231곳으로 48곳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온라인 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자 은행들이 인건비, 건물 임대료 등 비용 감축을 위해 지점 통폐합에 속도를 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4월부터 각 은행에 점포 폐쇄 전 사전 영향 평가 강화, 점포 폐쇄 시 대체 점포 마련이 담긴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내놨지만 주민 불편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천 지역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체적인 은행 방문 인원이 줄었고 인터넷 뱅킹이 활성화되며 점진적인 (점포) 감소와 그에 따른 불편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디지털 약자의 피해를 줄이고자 지역 대학 등과 연계해 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는 “‘디지털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현상으로, 뾰족한 해결 방안은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인들이 많이 찾는 공공·민간 시설에 디지털 교육을 활성화하거나 찾아가는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배려나 정책 지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성식 기자 js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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