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남북 '치킨게임' 속 사라진 완충지대…즉.강.끝. 빈말일까?

이치동 2024. 6. 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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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이치동 연합뉴스 기자>

[앵커]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정리해 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국제, 외교·안보 분야 담당하는 이치동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이번 주 주요 사안부터 소개해주실까요.

[기자]

남북 간 '치킨 게임' 양상 속에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살얼음판입니다.

오늘 다룰 내용 정리하고,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우리 정부가 결국, 9.19 남북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 카드를 빼 들었습니다.

북한이 경고를 무시하고, 재차 오물 풍선을 살포하자, 초강수를 둔 겁니다.

이에 따라, 최전방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재개합니다.

5년 전에 창고로 치운, 대북 확성기도 꺼내, 스위치를 켤 준비를 마쳤습니다.

유엔 안보리 의사봉을 잡은 한국이 다음 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남북 간 또 한차례, 치열한 유엔 외교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앵커]

남북 간 대치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데요.

현 상황부터 점검해 볼까요.

[기자]

대북 전단과 오물 풍선이 오갔죠.

이후 우리 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라는 카드까지 꺼내면서, 일단 공을 북한에 다시 넘겼습니다.

탈북민 단체들도 북한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대북 전단을 담은 풍선을 띄워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일주일 가까이 침묵 모드 중인데요.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우선,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방침 등 예상치 못한 초강수에 당황해 멈칫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일단 숨 고르기를 하면서 대응 전략을 고민하는 거죠.

아니면, 대북 전단 추가 살포에 대해 공언한 대로 100배의 오물을 살포하기 위해서 준비 중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보낼 수도 있다고 봤는데, 비가 오는 데다, 하루 종일 남동풍이 불어서인지 아직 관련 뉴스는 없습니다.

어쩌면, 이번 오물 풍선 작전에 대해 내부적으로 실패를 인정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을 정상 국가로서 첨단 군사 강국으로 키우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비문명적인 오물 풍선으로 국제사회의 비난과 조롱을 샀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유치하고 역겨운 전술이라며 비웃기도 했습니다.

물론, 성난 북한이 국지 도발과 같은 더 강력한 물리적 대응을 획책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공을 넘겨받은 김정은 정권이 노리는 골대가 뭔지, 머지않아 드러나겠죠.

[앵커]

탈북민 단체들이 연이어 대북 전단을 가득 담은 대형 풍선을 북쪽으로 띄워 보내고 있는데요.

우리 당국이 딱히 제지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기자]

자유북한운동연합이 6일 현충일 새벽에 애드벌룬 10개로 대북 전단을 보낸 데 이어, 어젯밤에 겨레통일연대에서도 전단 수십만 장을 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노래와 드라마, 한미 주요 인사의 대북 메시지 등이 저장된 USB도 넣었다고 하는데요.

주목되는 점은 경찰 포함 우리 당국이 추가 전단 살포를 막지 않았다는 겁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건데요.

윤석열 대통령도 현충일 추념사에서 힘에 의한 평화와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강조했습니다.

대화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이 대북 전단 살포에 아파한다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됐기 때문에, 기세등등한 북한 인권 관련 단체는 더 세차게 활동할 전망입니다.

[앵커]

9.19 군사합의가 사실상 폐기됨에 따라, 대북 방송용 확성기도 다시 등장할 거 같은데요.

이거에도 북한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해 왔잖아요.

[기자]

그렇죠, 준비는 다 돼 있고,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보낸다든지 하면 곧바로 방송을 틀 방침입니다.

속칭 삐라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일종의 비대칭 전력이거든요.

북한이 열세에 놓여있어서 이 전통적인 방식의 심리전으로 받는 타격이 훨씬 더 큽니다.

체제 경쟁이 끝난 데다, 폐쇄 사회에서 주민들의 사상과 체제 단속.

통제에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으로 인해 주민과 전방 병사들이 동요할 가능성이 더 큰 겁니다.

아울러,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이나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실제 포사격 훈련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그간 서북 도서 방어를 책임지는 우리 해병대 등은 멀게는 경북 포항까지 가서 사격 훈련을 해왔습니다.

이젠 현장에서 실전처럼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제대로 된 훈련을 막던 족쇄가 풀린 건지, 충돌 방지를 위한 안전핀이 뽑아 버린 건지는 어느 쪽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견해가 갈립니다.

[앵커]

아무래도 걱정은 북한의 국지도발, 또는 남북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인데요.

우리 군은 강력 대응을 천명했죠?

[기자]

전례로 볼 때, 북한이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포라는 대공포를 쓰거나, 확성기 장비 폭파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완충지대마저 공식적으로 사라졌고요.

요즘 북한이 임의로 설정한 '해상 국경선'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요.

서해 화약고 주변에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입니다.

김강일 국방성 부상이 지난 달 26일에 낸 담화에서도 "한국 당국의 함정이 해상국경선을 침범하는 빈도가 잦다" 면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때와 달리, 우리 군은 즉.강.끝의 대응 태세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야겠죠.

[앵커]

그래서인지, 미국의 전략 폭격기가 출격해 한반도에서 폭탄 투하 훈련까지 하면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기자]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의 B-1B 랜서, 초음속 전략 폭격기가 떴습니다.

괌에서 두 시간이면 오는데요.

우리 공군의 F-35 스텔스기 전투기 편대와 공동으로 훈련했습니다.

강원도 필승 사격장 상공에서 JDAM이라는 정밀 유도 폭탄을 투하하는 모습도 공개했습니다.

이렇게 미 전략 폭격기가 한반도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까지 한 건 2017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입니다.

[앵커]

2017년 당시엔 한반도 긴장 수위가 지금보다 더 높았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그러고 나서, 2018년 초에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 국면이 열렸고요.

[기자]

당시에 북한이 좌표를 설정해서, 진짜 괌으로 미사일을 쏘겠다고도 했습니다.

자칫 전쟁이 터질 수도 있다는 분위기였습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일명 'boody nose 코피 터뜨리기 작전'으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제한적으로 정밀 타격하는 방안을 검토까지 한 것 알려졌습니다.

그보다 앞서 1994년에는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파괴를 위해 surgical 외과 수술적 타격까지 고려한 건 여러 경로로 확인됐습니다.

물론, 핵을 가진 북한과 전면전까지 불사해야 하는 옵션이어서 현실적으로 실행하기는 쉽지 않긴 합니다.

어쨌든, 이번에도 전략 폭격기를 띄워서, 북한에 강력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물론, 말씀하신 대로 한반도에서 긴장 수위가 치솟다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대화 국면으로 급반전하는 사이클이 있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좀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곧 나올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대응이 일단 관건이겠습니다.

[앵커]

유엔으로 가보겠습니다.

이번 달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문제를 두고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고 하던데요.

[기자]

올해 한국이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이 됐습니다.

11년 만에 처음인데요. 이번 달엔 안보리 순환 의장국까지 맡았습니다.

유엔 무용론이 널리 퍼지긴 했지만, 누가 뭐래도 유엔은 치열한 남북 외교전의 현장인데요.

황준국 유엔 주재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이달 중순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식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뉴욕 시간으로 12일, 수요일로 정해졌다고 하는데요.

당장 구체적인 성과를 내려는 건 아닐 거고요.

이 문제에 대한 주의 환기, 관심 촉구하는 차원으로 봐야겠습니다.

남북한 입장 차례로 들어보시겠습니다.

<황준국 / 주유엔 한국대사>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고도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북한의 심각한 인권 및 인도주의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안보리가 북한의 조직적 인권 침해가 초래할 위험에 대해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김성 / 주유엔 북한대사> "안보리 회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 행사를 부당하게 처리하려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가당찮은 요구에 의해 소집된 것으로 우리 인민의 분노를 반영해 터무니없는 정치적 도발과 주권 침해 행위로 단호히 규탄한다."

[앵커]

그런데 최근에 남북한이 유엔에서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는데 소개를 좀 해주실까요.

[기자]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 문제와 관련해서, 5월에 유엔 총회 결의안 표결이 있었는데요.

남북한 모두 이례적인 한 목소리로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미국은 반대했습니다.

앞서 안보리 표결에서도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식 회원국 도전이 또 좌절됐습니다.

남북한이 1949년부터 오랫동안 유엔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단독 가입을 시도하다가 실패를 거듭했고, 1991년에야 동시 가입을 했습니다.

설움과 아픔을 경험한 남북이 팔레스타인에 동병상련이라고 할까요.

물론, 북한은 이미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지만,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 가진 않았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과 관계를 고려해서인데요.

어쨌든, 남과 북이 이번처럼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같은 입장, 목소리를 내는 일이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앵커]

대북 전단과 오물을 실은 풍선이 오가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에서 풍향까지 변수로 떠올랐는데요.

너무 늦지 않게 훈풍이 불어서,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녹여내면 좋겠습니다.

오늘 한반도 브리핑 여기서 마칩니다.

이치동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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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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