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수색 그날, 왜 무리수 뒀나 [그날의 기록]
해병대의 이런 공지가 나오기 전까진 국방부에서는 “올해는 해병대가 잠잠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지난해 집중호우 발생 이후 군은 7월11일부터 국방부 재난대책본부 1단계 유지 중이었고 다른 군은 이미 수해 현장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구조 소식을 알린 것은 육군이었다. 당시 육군은 주말이었던 7월15일 보도자료를 통해 특전사 13특수임무여단 장병 60여 명이 충북 청주시·괴산군 일대에서 생존자 수색·구조작전을 실시했고 지역주민 11명을 구조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고 알렸다.
공군도 다음날 16전투비행단 장병들이 경북 예천 산사태 피해 지역에서 민가 피해 복구를 위해 투입됐고 제6탐색구조전대 소속 항공구조사 20여명을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현장에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고 알렸다. 당시 몇몇 군 관계자들은 주말 사이 출입기자들에게도 연락해 이런 내용을 보도해줄 수 있냐고 문의를 하기도 했다.
올해는 대민 지원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보다는 물밑에서 조용히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던 상황에서 화요일인 18일 포항 물난리에서 대활약한 KAAV의 투입 소식을 알린 것이다.
해병대사령부는 18일 오후 2시35분에는 문자 공지를 통해 해병대 1사단 장병과 KAAV, 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 투입 소식을 알렸으며 약 5시간 후에는 KAAV가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보도 영상을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9일 오전 10시31분. 해병대사령부는 경북 예천군 호명면 석관천 일대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렸다는 소식을 문자를 통해 전했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핵심 인물은 다름 아닌 임성근 전 1사단장이다. 이른바 ‘VIP 격노설’이 나온 것도, 해병대수사단이 임 사단장을 포함한 8명의 혐의를 적시해 경북경찰청에 이첩했지만 국방부 검찰단이 이를 도로 회수해간 것도 결국 ‘임성근 구하기’였다는 의혹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세계일보가 입수한 국방부 조사본부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조사본부는 당초 해병대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하려고 했던 8명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나타나 ‘외압 의혹’의 재점화됐다. 조사본부는 최종적으로 해병대수사단의 최초 판단과 달리 혐의자 2명만 특정해 이첩시키는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중간보고서는 해병대수사단의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조사본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임 사단장은 7월15일 오전 7시20분쯤 경상북도 재난상황실로부터 호우피해복구 지원요청을 받으면서 주요 지원 사항이 실종자 수색임을 인지했다. 그러나 임 사단장은 실종자를 수색해야 하는 예하 부하들에게 3일이 지나도록 전파하지 않고 있다가 17일 오전 신속기동부대장이었던 7여단장에게 “피해복구작전의 중점은 실종자 수색이다”라며 구체적인 임무를 뒤늦게 하달한 것도 모자라 약 1시간 뒤인 오전 11시쯤 곧바로 수색 지역 출동을 지시하는 바람에 예하 부대 지휘관들과 투입된 인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전 임무에 맞는 안전대책 수립 및 안전장비 준비 등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기재했다.
17일 오전 10시부터는 작전통제권이 해병대에서 관할지역을 담당하던 육군 50사단으로 넘어간 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이후부터는 임 전 사단장은 예하 부대에 구조작전 등에 대해서 명령을 내릴 수 없다. 실제로 임 전 사단장 측은 그 이후로는 작전과 관련된 단편 명령을 발령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본부 중간보고서에는 임 전 사단장이 구체적인 수색방법을 거론하고 위험성 평가 여건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작전 전개를 재촉했다고 기재했다. 작전병력이 물에 들어가지 않고 도로 위주로 수색활동을 하자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 보아야 한다”, “내려가는 사람은 가슴 장화를 신어라”는 등의 구체적인 방법을 거론해 숨진 해병대원이 군화가 아닌 장화를 신고 수중 실종자 수색을 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또한 화요일인 18일에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에서 단편 명령으로 안전교육을 지시했는데도 위험지역과 작전구간을 선정하며 위험성 평가를 하고 있던 9중대 행정관에게 “너네 몇 중대냐. 병력들 왜 아직도 저기 있냐. 투입 안 시키고 뭐 하냐. 병력들 빨리 데리고 와.”라고 지적했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18일은 KAAV가 실종자 수색을 위해 내성천에 투입됐다가 빠른 유속으로 인해 10분 만에 철수하기도 한 날이다.
다만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 측은 “제1사단장으로서 소속 부대원인 제2신속기동부대에 대한 작전수행 지원을 위해서는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작전 이외의 인사, 군수, 행정, 군기, 부대편성, 교육훈련 등 작전 수행 지원의 권한이 있으므로 작전 수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의견이다. 또한 “수변 수색정찰 작전은 제방과 수변, 즉 지상·육상에 한정해서 실시하고 물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교육·지시했다고 설명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사건의 당사자인 임 전 사단장은 7일 기자들에게 ‘국방부 조사본부 중간검토 결과 원문자료 공유 요청합니다’라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임 전 사단장은 “객관적 사실을 외면하고 특정 목적으로 왜곡하는 보도가 있기에 올바르고 공정한 정보를 알아야 하는 국민의 기본 권리와 진상규명 차원에서 더 이상 지켜 어렵기에 객관적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밝히고 싶다”며 기자들에게 해당 자료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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