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밝았던 '배구여제' 김연경도 마지막 순간엔 끝내 울었다
김연경은 8일 잠실체육관에서 6000여 명의 팬들과 선후배 동료가 함께 한가운데 국가대표 은퇴 경기와 은퇴식을 가졌다.
김연경은 ‘국가대표 은퇴 경기’에서 ‘팀 대한민국’ 소속으로 나서 ‘절친’ 양효진(현대건설)이 이끄는 ‘팀 코리아’와 맞붙었다. 공식 국가대표 경기는 아니었지만 김연경의 유니폼 상의 왼쪽에는태극마크가 선명히 박혀 있었다.
김연경은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을 마친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코로나19 여파와 V리그 일정으로 인해 은퇴 경기 일정을 잡지 못하다 3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열었다.
이날 은퇴 경기는 3세트에 걸쳐 누적 70점을 획득하는 팀이 최종 승리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이벤트 경기인 만큼 전반적으로 가벼운 분위기에서 치러졌지만 때로 진지한 모습으로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연경도 강타와 연타를 적절히 섞으면서 실전처럼 공격을 이어갔다. 수비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공을 받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브 에이스를 성공한 뒤에는 양팔을 번쩍 들어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쇼맨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43-43 동점 상황에서 작전 타임 때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라고 박수치며 말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2020 도쿄 올림픽 4강 기적을 이룰 당시 “해보자! 후회 없이”라고 간절하게 외쳤던 모습을 다시 재현한 것이었다.
김연경은 이날 13득점을 기록하며 ‘팀 대한민국’의 70-60 승리를 이끌었다. 팀 대한민국은 김연경을 중심으로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한송이(은퇴), 황연주(현대건설) 등 2012 런던올림픽 4강 주역들이 주축을 이뤘다. 반면 2020 도쿄올림픽 4강 주역들이 주력멤버로 자리한 팀 코리아는 주장 양효진이 손가락 부상으로 선발에서 빠진 데다 김희진(IBK기업은행)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주로 벤치를 지켰다.
공식 은퇴식은 은퇴 경기 후 곧바로 이어졌다. 김연경은 “많은 분과 은퇴식을 함께할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은퇴사를 차분하게 시작했다. 이어 “태극기를 달고 참 오랫동안 뛰었다. 태극마크를 꿈꿨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많은 생각이 든다”며 “여기 계신 모든 분과 선배님들이 없었다면 여자배구가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은퇴사를 이어가던 김연경은 갑자기 감정이 올라온 듯 말을 멈췄다. 그는 “얘기하다 보니까 약간씩 (눈물이) 올라온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고 한 뒤 급하게 마이크를 사회자에게 전했다. 잠시 후 전광판에 헌정 영상이 소개되자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계속 쏟아냈다.
이날 김연경과 함께 대표팀 생활을 했던 선배 및 동료들도 함께 국가대표 은퇴식을 가졌다. 양효진(현대건설)·김수지(흥국생명)·한송이·김사니·이숙자·임효숙·한유미·김해란(이상 은퇴)·황연주(현대건설)·이효희(은퇴) 등 10명이다.
아리 그라사 국제배구연맹(FIVB) 회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김연경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훌륭한 롤모델이자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면서 “우리 스포츠를 위해서 해주신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 전 세계 팬에게 영감을 줘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연경 선수가 한국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것을 보고 모두가 슬퍼할 것이고, 그의 에너지와 헌신을 그리워할 것”이라면서 “다른 곳에서도 많은 사람의 롤 모델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응원했다.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은 “대한민국 배구가 김연경을 보유했다는 것이 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우리나라 배구 발전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은퇴 경기와 은퇴식에는 ‘국민 MC’ 유재석을 비롯해 배우 이광수, 정려원, 나영석 PD 등 유명 스타들도 경기장을 찾아 김연경을 응원했다.
‘국민 MC’ 유재석은 “많은 분이 함께하는 이 자리가 (김)연경님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 같다”고 격려했다. 개그맨 송은이는 “내가 언제부터 배구를 좋아했는지 생각해보니 ‘김연경 이후’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나영석 PD는 “김연경 선수의 은퇴가 아쉽지만, 사랑하고 기쁜 마음으로 끝까지 남아 가장 오래 박수를 치겠다”며 “너무 수고하셨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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