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사람 있어요… ‘김칫국 세리머니’하다 메달 놓친 경보선수

스페인의 가르시아-카로(오른쪽)가 7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2024 유럽육상선수권 여자 경보 20㎞ 결선에서 동메달 획득을 확신하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올리아노브스카가 결승선 2ｍ 앞에 두고 역전했다./AP연합뉴스

유럽 여자경보 대회에서 한 스페인 선수가 너무 빨리 세리머니를 펼쳤다가 뒤따라 오던 선수에게 추월당해 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7일(현지 시각) 영국 더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2024 유럽선수권 여자 경보 20㎞ 결선에서 나왔다. 경기 막바지 1, 2등은 결승선을 통과한 상황이었고, 스페인의 라우라 가르시아-카로(29)는 3위로 뛰어오고 있었다.

가르시아는 동메달을 확신했다. 그는 결승선을 5m가량 앞두고 스페인 국기를 목에 두른 채 혀를 내밀고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때였다. 바로 뒤에서 가르시아를 쫓아오던 우크라이나의 류드밀라 올리아노브스카(31)가 빠른 속도로 그를 지나쳐갔다.

기쁨의 미소는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방심하고 있던 가르시아는 자신의 오른쪽에 지나쳐가는 올리아노브스카를 발견하고 놀라 속력을 높였지만 만회하지 못했다. 영국 가디언은 “가르시아의 얼굴이 공포에 질려 있었다”고 묘사했다. 가르시아와 올리아노브스카 모두 1시간28분48초를 기록했지만 올리아노브스카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페인의 가르시아-카로(오른쪽)가 7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2024 유럽육상선수권 여자 경보 20㎞ 결선에서 동메달을 확신하고 세리머니를 펼치다가 뒤따라오던 우크라이나 선수를 보고 놀라는 모습. /유럽육상연맹

이후 가르시아는 스페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실망스럽다. 동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 확신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정신적인 회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메달을 따낸 올리아노브스카는 “전쟁을 치르는 조국 우크라이나를 위해 꼭 메달을 따고 싶었다. 내가 레이스 마지막까지 힘을 낸 이유”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5살짜리 아들이 우크라이나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아들이 메달을 따는 장면을 봤는지는 모르겠다. 우크라이나는 인프라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 인터넷도, 전기도 쓰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이번 경기 1, 2위는 이탈리아의 안토넬라 팔미사모(1시간28분08초)와 발렌티나 트라플레티(1시간28분37초)가 각각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