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대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이지평의 경제돋보기]
인구감소도 사업 기회로 삼는 민간의 아이디어 중요해
저출생 문제 극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같은 지방소멸 문제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일본에서는 1990년 3246개에 달했던 기초자치단체가 2018년 기준으로 1718개로 급감하는 등 이미 지자체 간 통합으로 인한 지방소멸 현상이 심화됐다. 일본의 소규모 지자체로서는 인구감소로 인해 단독으로 의료, 생활 인프라 등 주민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려워져 소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일본 정부가 이러한 지방소멸 위기에 대해 방관만 해왔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지방창생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 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5년 지역재생법을 도입해 각 지자체가 작성하는 지역재생 계획에 대해 각종 보조금을 제공했다. 지방의 고용 확대, 경제기반의 강화, 생활환경의 정비 등을 주된 목표로 각 부처가 수평적으로 협력하도록 했다. 2023년 11월까지 이 법률에 의거한 지방재생 사업은 1만1899건에 달했다.
그리고 이 정책에 따라 일본 정부는 새로운 지원 제도도 추가해 나갔다. 디지털 전원도시 국가 구상 교부금, 고향 기부 납세 제도, 기업의 지방 거점 강화 세제지원, 지역 상가 활성화 사업, 지역 주택 재생 사업, 농촌지역 이주 촉진 사업 등 많은 지원정책이 개발됐다. 도시 주민 등에게 임시 공무 수행 보수 및 경비를 지원하면서 일시적으로 지방에 거주해서 지역을 활성화하도록 하는 ‘지역 부양 협력대’ 사업도 확대됐다. 그리고 이 지역 부양 협력대 인원 중 최장 3년간 임기 후에도 해당 지역에 생활 기반을 마련해 정착한 사람도 2023년 기준으로 7214명에 달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의 지방재생 정책이 일정한 효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결과는 지방소멸이 계속되었다는 것이며 인구감소세를 반전시키지도 못했다. 지방 부양 사업이 재정 투입 대비 효과 측면에서 미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기존 정책이 지방경제의 쇠퇴를 막자는 취지에서 인구 유입에 주력해 지자체 간의 주민 유치전 양상을 보이는 등 대처 요법의 한계를 보였다고도 할 수 있다. 지방경제가 활성화되고 국가 전체적으로 인구가 확대되는 효과가 미진했다.
이런 실패는 기존의 지방산업, 경제권을 지키자는 발상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지방의 인구감소를 기회로 삼아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전시키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일부 지방에서는 전통 산업인 농업의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기업과 농촌이 협력해서 보조금에 의존한 쌀 생산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 로봇 기술 등도 접목하는 한편 전에서 물을 쓰지 않는 신농법 등을 동원하여 초저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쌀의 수출산업화도 모색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해 경작 포기 지역이 늘어나는 것은 기회이기도 하다. 대형 농업화가 가능해져 농업 고부가가치화와 함께 관련 사업 종사자의 임금 및 소득 증대도 기대된다. 농업 등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고임금화는 새로운 인구 확대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
홋카이도 니세코의 경우 외국인 주도로 성과를 거두었다. 스키 리조트 관광객이 버블붕괴 이후 급감하자 호주 등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사업을 확대하여 세계적인 리조트로 성장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여기서는 아르바이트생도 전국 평균 최저임금의 2배 정도인 시급 2000엔 이상을 받기도 한다. 대만의 반도체 기업인 TSMC를 유치한 규슈의 구마모토시는 관련 일본 기업 진출, 새로운 인구 유입 확대 등의 효과로 지역경제가 부흥기를 맞고 있다.
일본 지자체 중심의 지방재생 정책의 부진과 함께 최근 산업정책이나 농업 이노베이션 측면에서의 성과 가시화를 보면 지방소멸 정책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있어 인구감소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중요할 것이다. 민간 주도, 외국인 주도 등 지방경제의 주체 교체를 통해 새로운 산업 및 경제 발전 구조로 이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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