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억울한 옥살이’ 日 사형수… “신속 구제” 논의 탄력 [세계는 지금]
사건 발생 58년 만에 누명 벗나
경찰의 강압에 일가족 살해 허위자백
범인옷 혈흔 불일치 증거로 재심 결정
누명 벗어도 문제는 잃어버린 시간
“재판소 재심 인정땐 검찰 항고 금지
증거개시 구체적 규정 마련도 시급”
지난달 22일 일본 시즈오카 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서 열린 하카마타 이와오(袴田··88)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인 측과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검찰 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사형수 하카마타’, 반전의 반전
1966년 6월 30일 새벽 시즈오카의 한 된장 공장 전무의 집에서 누군가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하카마타는 두 달 뒤 용의자로 체포됐다.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했고, 검찰은 법원에 자백서 45통을 제출했다. 그러나 그는 재판 과정에서 자백은 강압적인 수사 때문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980년 12월 12일, 최고재판소는 사형을 확정했다. 하카마타의 주장이 수용되지 않은 것이다.
사형 집행만을 기다리던 그를 위해 누나 히데코(秀子·91)가 나서 동생의 무죄와 재심을 호소했다. 꿈쩍하지 않던 여론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하카마타를 구하는 모임’이 만들어졌고, 1992년, 2010년에는 그의 사연을 다룬 책과 영화가 나왔다.
최초 기소 당시에도, 재심 과정에서도 핵심 쟁점은 ‘피 묻은 옷 5점’의 신뢰성 여부였다. 검찰은 된장 공장 탱크에서 찾은 이 옷들이 하카마타가 범행 당시 입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초동수사 당시엔 없었고 사건 발생 후 1년2개월 정도가 지나 발견됐다. 수사에 참여한 형사는 “사건 직후 탱크 내부도 수사했는데 (중요한 증거를) 빠뜨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증언했다.
법원은 증거로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변호인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카마타가 범행 당시 입고 있었다는 데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생긴다”는 이유였다. 수사기관의 조작 가능성까지 지적했다. 유죄 증거로 삼기 위해 사건 이후 된장 탱크에 피 묻은 옷을 숨겨 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억울한 죄로 인한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카마타에 대한 재심 결정이 나오면서 일본 사회에서 이런 고민은 더욱 짙어졌다. 사형 확정 이후 재심 결정이 나온 사례는 하카마타 사건에 앞서 네 차례 있었다. 1950년 가가와현에서 남성을 살해하고 돈을 빼앗은 ‘사이타가와 사건’이 처음이었다. 이후 1940∼1950년대 발생한 3건의 살인사건에 대해 재심 결정이 내려졌고, 4건 모두 결국 무죄 판결이 나왔다. 예전 사례에 비춰 하카마타도 무죄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억울함은 벗었으나 문제는 시간이다. 특히 판결에 문제가 있어 재심 판단이 나왔음에도 그것이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 문제 의식이 강하다. 하카마타의 경우 2014년 시즈오카 지방재판소에서 첫 재심 결정이 나왔으나 지난해 3월 도쿄 고등재판소에서 확정되기까지 9년이나 걸렸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게 하카마타 사건처럼 검찰이 재심 결정에 불복해 항고하는 것이다. 일변연은 “재심 절차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재판소가 재심을 인정한 경우 검찰이 불복해 항고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심에서 증거개시(검찰과 피고인 측이 서로 증거를 열람, 복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변연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증거개시의 범위 등이 재판소, 재판관의 재량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재심 절차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은 시행된 지 70년 이상이 넘었으나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규정도 명시되지 않았다”며 “재판소, 재판관에 따른 ‘재심 격차’가 발생하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NHK방송은 “지금 시점에서 즉시 (재심 관련 법률을) 수정한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법적 안정성이나 개별 사건의 시정 필요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고이즈미 류지(小泉龍司) 법무상의 말을 전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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