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잘 먹는데 키가 자라지 않아요…” 성장호르몬 결핍증 때문?

권대익 2024. 6. 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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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주 1회만 투여해도 되는 성장 호르몬 제제 허가받아
게티이미지뱅크

성장은 유전·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정해진다. 대부분(70~80%) 유전적 요인으로 결정되고, 나머지(20~30%)는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적절한 영양 공급과 수면으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성장 호르몬 결핍으로 키가 덜 자랄 수 있다.

‘성장 호르몬 결핍증’은 ‘호르몬 분비 사령탑’인 뇌하수체(腦下垂體)에서 성장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질환이다.

성장 호르몬이 결핍되면 같은 성별 및 또래에서 키가 100명 중 3번째 작거나, 3세 이후 사춘기 전까지 시기에 연간 4㎝ 미만의 성장 속도 감소를 보이고, 뼈 나이가 늦어지는 등 특징적인 성장 장애를 보인다.

성장 호르몬은 성장 외에도 근육, 지방, 뼈 등 신체 구성 성분에 다양하게 작용하기에 결핍되면 저신장을 비롯해 골다공증, 관절염,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런 신체적 증상 외에도 성장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 피로, 자아존중감, 수면장애와 활동력 저하 같이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심한 저신장 어린이는 미성숙, 우울, 사회적 위축과 같은 정서적 문제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처럼 성장 호르몬으로 인한 저신장은 다양한 신체·정서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성장 호르몬 결핍 어린이는 성장 호르몬 보충 요법이 필요하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가 내놓은 ‘소아 및 청소년의 성장 호르몬 및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 치료 지침’(2016년)에서 성장 호르몬 결핍증 소아·청소년에게는 성장 호르몬 치료를 강력히 권고했다(strong recommendation).

성장 호르몬 치료는 1985년부터 유전 공학 기술에 의해 성장 호르몬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현재까지 성장 호르몬 결핍증을 비롯한 저신장증을 동반하는 여러 질환에 쓰이고 있다.

성장 호르몬 치료제는 성장 호르몬 결핍이나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 저신장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성장 호르몬 치료의 전체 부작용은 대부분 경증으로, 치료와 별다른 관련성이 없었다.

2006~2016년 유럽에서 진행된 ‘NordiNet IOS’와 2002~2016년 미국에서 진행된 ANSWER 프로그램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한 성장 호르몬의 장기 안전성 평가 결과, 어린이에게 실시된 장기 성장 호르몬 치료는 모든 위험군에서 성장 호르몬 용량에 대해 심각한 부작용이나 사망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

성장 호르몬 치료 효과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10세 이후 시작하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그만큼 줄기에 정상 성인 키에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5세 이전에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게 최종 성인 키 성장에 효과적이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또한 성장 호르몬 치료를 충분한 용량으로 가급적 오랜 기간, 빠짐없이 치료를 계속하는 것도 효과에 영향을 준다.

성장 호르몬 결핍증이 의심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검사를 받아 걸맞은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성장 호르몬 주사는 대부분 매일 피하주사로 투여한다. 이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육체·심리적 부담을 주고, 목표한 치료 기간을 지키지 못해 치료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75명의 성장 호르몬 결핍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매일 성장 호르몬제를 투여하는 환자 중 주 1회 이상 투여하지 못한 케이스가 39%, 2회 이상 놓치는 케이스는 23%였다. 이처럼 성장 호르몬 치료의 낮은 순응도는 치료 효과를 낮추고, 의료비를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치료 순응도 개선 전략이 필요했다.

그런데 최근 치료 순응도를 개선하는 주1회 투여 지속형 성장 호르몬 치료제가 등장했다. 주 1회 투여하는 한국화이자제약의 ‘엔젤라(성분명 소마트로곤)’는 어린이 성장 호르몬 결핍증 적응증을 획득하며 지난해 1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엔젤라는 매일 투여하는 성장 호르몬 제제보다 연간 키 성장 속도에서 비열등성을 보였으며, 유사한 안전성과 내약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채현욱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주 1회라는 투여 편의성과 프리필드 펜 타입의 사용 편리성을 갖춘 엔젤라는 치료 부담에 대한 3상 교차 연구에서 매일 투여 성장 호르몬 제제보다 치료 부담이 적고, 치료 경험 만족도를 높여 환자와 보호자에게 선호되는 치료 옵션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채 교수는 “엔젤라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임상에서도 실제 처방이 이뤄지면서 어린이 성장 호르몬 결핍증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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