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주민규, 첫 오픈트레이닝에서 함박웃음 “포기하지 않으니 이런 날이 옵니다”
팬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선수는 “포기하지 않으니 이런 날이 온다”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30대 중반에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에 데뷔해 늦깎이 데뷔골까지 당당하게 터뜨린 주민규(34·울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주민규는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축구대표팀의 오픈트레이닝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과거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할 때마다 내가 부족하다고 채찍질하며 견뎠다”며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 한을 풀었다”고 활짝 웃었다.
주민규는 지난 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C조 5차전에 선발 출전해 1골 3도움을 기록하며 7-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3월 태국과 3차전에서 한국 축구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전(만 33세 343일)의 영광을 안았던 주민규는 이날 득점으로 또 하나의 기록을 썼다. 고(故) 김용식 선생(39세 274일)에 이어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골 2위(만 34세 54일)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주민규는 “내 나이가 꽤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르게 생각하면 더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생겼다”면서 “첫 골과 첫 도움의 가치를 따진다면 공격수라 골이 더 기뻤다”고 말했다.
주민규의 A매치 데뷔가 늦어진 것은 30대에 기량을 꽃피운 영향이 크다. 그는 2021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생애 첫 득점왕(22골)에 등극한 이래 K리그1 최다골(2022년 17골·2023년 17골)의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안타까운 것은 그 전성기에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파울루 벤투와 위르겐 클린스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는 사실이다.
주민규는 “사실 나도 (대표팀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가족들이 포기하지 않더라”며 “(내가)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골을 넣고 이런 인터뷰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규의 대표팀 활약상에서 반가운 것은 기존 선수들에게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팀에 첫 소집됐던 3월 태국 2연전에서 적응에 힘을 썼다면, 이번에는 자신의 장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싱가포르전에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손흥민(토트넘)을 살리는 연계 플레이가 대표적이다. 또 기회가 생길 땐 과감한 슈팅으로 골 맛까지 봤다. 주민규는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선수들과 소통이 자연스럽게 나오면서 성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주민규가 2년 뒤 북중미 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차오른다. A매치가 열릴 때면 관중석에 걸리는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걸개와 맞물리는 얘기다. 팬들은 프랑스의 베테랑 골잡이 올리비에 지루(AC밀란)가 만 36살의 나이에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했던 것에 빗대 주민규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주민규는 “사실 월드컵 본선 같은 꿈은 아직 꾸지 않는다”면서도 “동료들은 지루는 지루, 넌 주민규라고 장난스럽게 얘기를 해서 별 생각은 없다. 눈앞에 있는 경기부터 잘하려는 마음”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주민규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중국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C조 최종전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각오다. 그는 “컨디션이 굉장히 좋다. 골을 넣으면서 부담감도 사라졌다. 중국전에서도 공격 포인트 뿐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겠다. 팬들이 늦게 핀 꽃도 아름답다고 해주시니 더 오래 버티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고양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종합] 토니안 “거울 깨고 피 흥건···조울증+대인기피증 앓아” (새롭게 하소서)
- ‘음주 튀바로티’ 김호중, 징역살이 억울했나···즉각 ‘빛항소’
- ‘마약투약·운반 의혹’ 김나정, 경찰에 고발당했다
- ‘송재림 사생활’ 유포한 일본인 사생팬에 비판세례···계정삭제하고 잠적
- [스경X이슈] “잔인하게 폭행” VS “허위 고소” 김병만, 전처와의 폭행 논란…이혼 후 재발한
- 한지민♥최정훈, 단풍 데이트 ‘딱’ 걸렸네…이제 대놓고 럽스타?
- 빈지노♥미초바 득남, 옥택연·로꼬·김나영 등 축하 물결
- [스경X이슈] 김광수가 되살린 불씨, 티아라·언니 효영에도 붙었다
- 최동석 ‘성폭행 혐의’ 불입건 종결···박지윤 “필요할 경우 직접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