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짐 달라진 주민규의 자신감 충전 "부담감 사라져…중국전도 할 수 있는 것 하겠다"

이성필 기자 2024. 6. 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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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규 ⓒ곽혜미 기자
▲ 주민규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양, 이성필 기자] "당장 앞에 있는 것부터 해결해야 그다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늦게 핀 꽃' 주민규는 지난 6일 싱가포르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싱가포르와의 5차전에서 김진수(전북 현대)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었다. 지난 3월 태국과 3차전에 선발 출전해 한국 축구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전인 만 33세 343일을 기록을 남겼고 역대 두 번째 만 34세 54일의 기록에 최고령 A매치 득점 기록을 세웠다. 역대 최고령은 1950년 4월 15일 홍콩과의 친선경기에서 고(故) 김용식 선생이 기록한 39세 274일의 나이다.

골만 아니라 도움을 3개나 해내며 스트라이커가 보여줘야 하는 플레이의 정석이었다는 평가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두 골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골에 도움을 해내는 과정에서 동료들에게 내주는 패스는 일품이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은 "주민규가 골을 넣을 것이라 예상했다. 먼저 너무 내려와서 패스 연결보다는 조금 더 위에서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우연히 득점 장면이 위에서 머리로 득점했다. 또, 3도움을 한 것에 대해서는 몰랐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가지고 있는 득점 능력은 물론 팀플레이에도 어울리는 선수라고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나와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라며 칭찬했다.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6차전 대비 훈련에서 주민규는 1골 3도움의 기억 중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것을 두고 "데뷔골이다. 저는 공격수이기 때문에 골을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라며 웃었다.

골을 넣고 공식 인터뷰까지 할 수 있어 신분이 달라진 것 같다는 주민규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도 풀었다며 "과거에는 대표팀 명단에 들지 못했고 제가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안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채찍질하면서 보완해 이렇게 견뎌낼 수 있었다"라며 "가족들은 제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항상 '왜 안 될까'라는 실망감도 있었고 그 부분을 충족 못 시켜드려서 굉장히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도 환을 풀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체제에서 주민규는 늘 뽑힐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는 선택받지 못했다. 그는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렇지만, 가족들이 먼저 포기를 하지 않더라. 끝까지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저 또한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라며 함께 믿음 결과가 대표팀 발탁과 골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 6일 오후 9시 싱가포르국립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5차전 원정 경기에서 김도훈 임시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이강인과 주민규의 득점으로 전반부터 2-0 리드에 성공했다. 후반에도 손흥민과 이강인이 계속 골을 넣어 5-0을 만들었다. 이후 교체 투입된 배준호와 황희찬까지 릴레이 득점에 가세하면서 7골 대량득점에 성공했다.

A매치 최고령 두 번째 데뷔골에 대해서는 "사실 '나이가 꽤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의미에서는 나이가 더 많으면 많을수록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생각에 동기부여를 갖고 운동을 하고 있다"라며 하나의 자극제가 됐음을 강조했다.

3월 태국과의 2연전에서 데뷔했던 주민규다. 그는 "당시와 달라진 점은 제가 좀 더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처음에 들어와서는 긴장감도 많이 있었고 어색하기도 했다. 또, 잘해야 되겠다라는 그런 부담감도 있었다. 두 번째 들어왔을 때는 선수들과의 소통이나 이런 것들이 좀 자연스럽게 나왔다. 경기장에서 그런 부분들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혹시 2년 뒤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누비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는 "그런 꿈은 꾸지 않았다. 당장에 앞에 있는 것부터 일단 해결해야 그다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하나하나씩 이제 풀어나갈 생각이다"라며 계속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랑스 국가대표 올리비에 지루(AC밀란)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만 36살의 나이에 주전으로 뛰었던 것을 두고는 "저에게는 굉장히 동기부여도 많이 된다. 선수들이나 주변 동료들이 (월드컵에 그렇게 늦은 나이에도 나서는 것은) 프랑스의 지루니까 그렇지 않나. 너는 주민규라고 장난스럽게 말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A매치부터 잘하고 생각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전도 하고 싶은 경기를 하겠다는 주민규다. 그는 "컨디션은 굉장히 좋다. 골을 넣었기 때문에 부담감도 사라졌다. 다음 중국전에서도 전에 했었던 공격 포인트나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잘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할 생각이다"라고 의지를 보였다.

팬들 앞에서 훈련해 기분이 남다르다는 주민규는 "처음에 발탁됐을 때 대표팀 입소하면서 이렇게 사복 입고 사진 찍고 그런 것을 기대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 주셨다. 당시에는 시기가 그래서 조금 아쉬웠지만, 오늘은 이기고 훈련해 정말 감사하다"라며 "( 3월에는) 사복도 샀었다. 백화점 가서 샀다. 제가 돈을 잘 안 쓰긴 하지만, 아내와 조금 고가의 옷을 좀 샀다. 보여줄 사람이 아내가 유일했다. 아쉬운 마음이 있는데 그래도 괜찮다. 좋은 옷을 샀으니까"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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