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숙 효성에어캡 대표 “대한민국 경제, 여성이 움직입니다” [여성(女成)CEO스토리]
전국 314만, 경기도 80만 여성기업 시대. 여성기업은 어느새 대한민국과 경기도의 근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산업에서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일자리 창출 등 고용에도 힘쓰는 등 ‘여성기업’의 역할이 날이 갈수록 강조되는 가운데, 도내 여성기업을 찾아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다. 편집자주
“대한민국 경제는 여성이 움직입니다.”
8일 화성시 팔탄면에 위치한 효성에어캡. 이곳에서 만난 류현숙 대표(65)와의 대화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강인하다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류 대표가 이끄는 효성에어캡은 지난 2007년 설립 이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연 매출 40억원을 올리고 있다. 류현숙 대표는 창업 이후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역경을 지나쳐 왔다고 한다.
1959년 경상도에서 태어나 상경한 뒤 공직자인 남편 옆에서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일생을 보내던 류 대표는 우연한 계기로 사업의 길에 들어섰다. 아파트에 살던 류 대표는 가족과 함께 살 집을 직접 짓게 됐고, 집을 본 주변에서 류 대표의 감각을 인정, 높이 평가했다. 류 대표는 이런 긍정적인 반응에 용기를 얻어 건축자재와 마노석을 공급하는 사업에 나섰다.
마노석은 대표적으로 2000년대 초반 엄청난 인기를 끌던 보석사우나에 활용되는 수입 품목이자 지압 슬리퍼, 건축자재로도 활용되는 등 사용 범위가 넓어 많은 수입업자로부터 관심을 받았던 품목이다.
1998년 마노석 수입 사업을 시작한 류 대표는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으나, 오래 거래하며 믿음을 쌓았던 바이어에게 큰 사기를 당했다. 바이어에게 건낸 사업 자금이 모두 먼지가 됐고 류 대표는 그 충격에 사업을 접게 됐다. 애정을 담았던 사업인 만큼 상심이 컸던 류 대표를 일어설 수 있게 했던 것은 가족과 주변의 응원이었다. 가족의 위로와 지지에 다시 힘을 낸 류 대표는 마노석 사업을 했을 때 눈여겨보던 포장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 차례 큰 절망을 경험했던 류 대표는 2007년부터 2년에 걸쳐 보다 신중히 포장재 사업을 준비했고 지난 2009년 화성시에서 본격적인 포장재 시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남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은 압출 산업에서 류 대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섬세함’이었다. 항상 고객사의 눈높이에서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류 대표에게는 겸손과 배려가 묻어났다. 17년간 효성에어캡은 ‘고객과의 신뢰’와 ‘정직’을 최우선으로 운영됐다. 작은 컴플레인도 허투루 지나지 않는 류현숙 대표의 섬세함이 가장 큰 강점이었던 효성에어캡은 창업 이후 현재까지 함께하는 고객사가 많다.
이처럼 일을 사랑한 류 대표는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도 사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4번의 대수술에도 일에 대한 열정이 우선이었던 류현숙 대표는 현재 사랑하는 가족과의 미래,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또 스무 곳 가까이 되는 사회단체에 정기기부를 이어오며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도 아낌없이 전하고 있다.
이런 류현숙 대표의 노력에 효성에어캡은 초석을 잘 다질 수 있었고 어느새 업계 상위에 자리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택배 배송이 보편화된 지금. 효성에어캡 포장재는 철저한 관리하에 생산, 납품된다. 일반 포장, 택배 포장은 물론 1차 산업 생산품이 2차 생산으로 이동할 때 생산품의 품질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용 포장재까지 포장재의 전 영역을 생산하고 있다. 또 다양한 크기로 제작, 납품해 고객사 선택의 폭을 넓혔다.
대표 상품인 단열 에어캡은 여름, 겨울 냉, 난방비 절약에 효과적이다. 일일이 테이프를 붙여야 하는 타제품과 달리 효성에어캡의 단열 에어캡은 창문에 물을 뿌려 부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동차 범퍼와 도어 포장용 에어캡은 무겁고 외부 충격에 민감한 범퍼, 도어와 같은 자동차 부품을 포장하기 위해 특수 제작됐으며, 오염에 예민한 반도체를 포장할 수 있도록 정전기 방지 처리가 된 반도체 포장용 시트도 효성에어캡의 자랑이다.
류 대표는 현재에 만족하기보다 미래에 대한 큰 꿈을 그리고 있다. 뿌리산업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반 마련에 도움을 준 정부,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에 감사함을 전하며 류 대표는 또 다른 기지개를 켜 지역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다짐했고, 지역사회 여성들과 힘을 합쳐 폐기물 처리, 쓰레기 수거 등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사업을 준비 중이다.
류 대표는 “나도 누군가의 엄마이면서, 한 여성이다. 엄마는 강하다는 인식과 함께 늘 책임감이 수반된다. 그러나 그 책임감 속에서도 나라는 존재를 의식하면서 ‘나는 할 수 있다’는 다짐을 반복한다. 일단 시작하면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좌절은 할 수 있지만 어떤 상황에도 앞을 바라보면서 전진하고 나아가면 대한민국 경제를 여성이 이끌어갈 수 있는 밝은 미래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본인과 같이 창업 시장에 발을 들이는 젊은 여성 CEO에게는 “창업한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다. 자본부터 거래처 확보, 인적 자원 등 모든 것이 각각의 장벽인데, 그 장벽을 두들겨 보지 않고서는 장벽 건너의 무지개를 만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여자가 뭘 알아, 젊은 게 뭘 알아’라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창업에 대한 마음과 의지만 있다면 다 할 수 있다. 하고자 하는 의지, 인내, 끈기가 뒷받침됐을 때 그 장벽을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기에 든든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와 지자체, 국가의 도움이라는 창을 이용해 창업의 문을 열면 장벽 너머 기다리던 무지개를 볼 수 있다”는 응원의 말을 전했다.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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