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수식어에 어울리는 화려하고 성대한 국가대표 은퇴 경기…실전 방불케 하는 접전 끝에 김연경의 ‘팀 대한민국’ 승리
김연경은 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YK 인비테이셔널 2024’ 1일차 ‘팀 대한민국’과 ‘팀 코리아’의 경기를 통해 국가대표 은퇴를 기념했다. 이날 은퇴경기는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상 유례없는, 구단 차원에서 준비한 은퇴경기가 아닌 선수 개인의 브랜드 파워로 준비한 것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깊었다. 이날 잠실 실내체육관에는 김연경 개인 팬들뿐만 아니라 한국 여자배구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이 가득 차 한국 배구 남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의 은퇴를 축하했다. ‘국민MC’ 개그맨 유재석, 배우 이광수, 려원, 나영석 PD 등 유명인들도 이날 잠실실내체육관을 찾아 김연경의 은퇴기념 올스타전을 관전했다.
1세트 초반부터 팀 대한민국의 압도적 우세로 경기가 흘렀다. 유서연(GS칼텍스)와 한송이가 연속 득점에 황연주의 라이트 퀵 오픈까지 터지며 6-1로 앞서나갔다. 12-6에서는 김연경의 완벽한 시간차가 터져나오자 체육관을 찾은 모든 관중들이 환호했다.
경기 초반만 해도 다가올 2024~2025시즌 V리그를 위해 아직 몸을 만드는 과정이라 연타 위주로 슬슬 풀어가던 양팀 선수들은 경기가 거듭될수록 진지하게 경기에 임했다. 상대 페인트를 받기 위해 코트에 몸을 날리고, 상대 공격을 블로킹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모습에 팬들의 열광은 더욱 커졌다. 1세트 초반부터 리드를 가져간 팀 대한민국이 25-16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25-16에서 재개된 2세트에서는 팀 코리아의 반격이 매서웠다. 팀 대한민국이 단 1점을 내는 사이 1세트에도 4점을 따내며 맹위를 떨친 김주향(GS칼텍스)의 공격이 불을 뿜는 등 8점을 따내며 26-24까지 따라붙으며 접전으로 경기 양상이 바뀌었다. 권민지의 밀어넣기가 성공하면서 27-26, 1점차가 됐다.
팀 대한민국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후위로 빠진 김연경이 코트 후방에서 든든하게 상대 공격을 모두 받아올리는 가운데, 박은서(페퍼저축은행)의 연속 2득점으로 다시 29-26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팀 코리아가 다시 힘을 내면서 임혜림(흥국생명)의 페인트가 코트에 꽂히면서 30-30 동점이 되며 경기는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다.
이벤트 경기인 만큼 평소 실전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팀 대한민국에선 리베로 임명옥이 서브를 넣고, 코트 후방에는 도수빈이 수비를 지켰고, 팀 코리아도 리베로 김해란과 채선아가 동시에 코트에 섰다.
2세트까지 리드를 유지하긴 했지만, 2세트 자체는 25-30으로 밀렸던 팀 대한민국이 3세트 들어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후위에서 김연경이 든든한 수비를 보여주자 박은서와 한송이의 공격을 불을 뿜으면서 58-49로 크게 달아나며 승기를 굳혔다. 은퇴 당시 미들 블로커로 은퇴했던 한송이는 이날은 경기 초반엔 미들 블로커로, 3세트부턴 본 포지션이었던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서 김연경과 리시브 라인을 이뤘다. 2012 런던 올림픽 때 김연경과 한송이는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4강 신화를 함께 이룩한 사이다. 후위 때 수비로 숨을 고르던 김연경은 전위로 올라오자 특유의 고공강타를 선보였다. 리드를 안정적으로 이어간 팀 대한민국은 최종 70-60으로 승리했다.
경기 뒤 김연경은 “이벤트 경기지만, 이기려고 노력했다. 감독님의 푸시도 있었다. 선수들 전원이 몸을 아끼지 않고 날아다닌 것 같다”면서 “(한)송이 언니가 은퇴해서인지 이 포지션, 저 포지션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 이벤트를 통해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줬으면 한다”라면서 “내일 있을 세계 올스타전에서도 뛰어야하는데, 내일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내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잠실 실내체육관=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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