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Pick] ‘금’은 왜 ‘금값’일까

2024. 6. 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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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안전 자산

금은 시대를 막론하고 공급을 넘어서는 일정한 수요가 항상 있었다. 즉 화폐로서, 또 귀금속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금은 다른 귀금속, 일테면 보석류에 비해 환금성에서도 그 보존 가치를 그대로 유지한다. 금에 대해 안전성, 신뢰성을 가지는 이유다.
중앙은행들은 미래 경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금을 매입하고 또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도 금을 매입한다. 이 바탕에는 금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가치 수단이라는 국제적 공통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즉 금 보유량이 많은 국가의 통화, 경제, 재무 구조가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1 지난 4월 1~19일까지 국내 금시장 하루 거래량이 대폭 상승했다. 4월 20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하루 평균 금 거래대금은 169억1,000만 원. 이는 2014년 3월 24일에 개장한 KRX 금시장 하루 거래량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3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 68억6,000만 원에 비하면 2.4배가 증가한 수치이다.
또 거래량은 4월 하루 평균 16만895g으로 3월 하루 평균 7만4,137g의 2배에 이른다. 또 5월 22일 뉴욕상업거래소의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 온스당 2,419달러로 3월 말 2,254.80달러보다 상승했다(금 1온스 31.1g, 약 8.3돈). 이처럼 금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국제 지정학적 분쟁 증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이 요인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안전 자산인 금을 적극 매입했기 때문이다.
[이미지=픽사베이]
#2 재테크의 수단으로 가장 많은 것이 부동산 투자이지만 요즘은 ‘금테크’도 늘고 있다. 금값 상승이 가장 큰 이유다. 골드뱅킹은 통장을 개설해 일정 금을 사서 통장에 예치하는 것이다. 지난 4월 17일 기준 KB국민, 신한, 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6,232억 원으로 2023년 말 5,177억 원에 비해 20% 늘었다.
사고 팔 때의 수수료, 매매 차익에 세금이 붙지만 여전히 금값 상승 요인이 더 크다는 금테크족의 예측이다. 또 지난 4월 1~17일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서 팔린 골드바는 62억5,000만 원이다. 지난 2월 66억2,000만 원, 3월 86억 원에 비해 하루 평균 판매액도 증가했다.
#3 4월 7일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발표에 의하면 3월 말 중국의 금 보유량은 7,274만 트로이 온스로 2,262t이라고 한다. 이는 2022년 10월 말에 비해 약 314t이 증가한 수치이다. 중국은 2022년 11월 이후 17개월 연속 금을 매입하고 있고 2023년에는 225t을 매입,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금을 매입한 국가 1위가 되었다. 이 결과 중국이 보유한 금의 가치는 1,610억 달러 규모가 됐다.
인류가 창출한 가장 오래되고 검증된 자산
1997년 말, 당시 우리나라가 보유한 외환은 바닥이 나고 국가 신용도는 하락했다. ‘IMF사태’이다. 이때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기존의 기준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세워졌다. 바로 ‘돈이 국력’인 시대이다. 당시 방송에서는 ‘금 모으기 운동’을 중계했다. 아이 돌반지, 할아버지 마고자 단추 등 국민들은 장롱 깊숙한 곳에 보관했던 금을 죄다 국가에 팔았다. 물론 이때 모인 금 때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IMF를 조기 졸업했다.
그 뒤로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에 집중해온 결과, 외환보유고는 2024년 4월 말 기준 4,132억 달러로 세계 9위이다. 외환보유고 구성을 보면 미국 국채 및 정부 기관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 3,706억1,000달러, 예치금 188억5,000만 달러, IMF특별인출권 146억4,000달러이고 금 47억9,000만 달러이다. 참고로 중국은 3조2,457억 달러로 세계 1위이고, 2위는 일본 1조2,906억 달러, 스위스가 8,816억 달러로 3위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우리나라의 금보유고는 104.4t이다. 2011년 40t, 2012년 30t, 2013년 20t의 금을 사들인 뒤 2013년 이후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 보유량은 세계 36위이다.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적은 편이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리는 추세에 비하면 너무 적은 금 보유량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금 자체가 무수익 자산이기에 미국 국채 대비 수익률이 떨어져 굳이 미국 국채 대신 금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 또 ‘금값의 변동성이 너무 커 금 보유량을 늘릴 필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국가의 금 보유량이 많을수록 좋은 점은 확실히 있다. 그것은 그 국가의 재무적 신뢰도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금은 인류가 만들고, 또 창출한 재화 중 가장 지속력을 인정받은 안전 자산이다.
금의 희소성…채굴 가능한 양 5만7,000t
금의 원소기호는 Au, 원자번호는 79이다. 이 금의 가치는 기원전 6,000년부터 인정받았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금을 ‘신들의 피’로 신성한 힘과 영원불멸의 상징으로 보았고, 고대 잉카나 아즈텍 제국에서도 금은 권력과 신성함의 상징이었다. 금의 라틴어 ‘Aurum’은 ‘빛나는 빛’이라는 뜻이다. 인류사에서 금은 지배층의 전유물이었고 또 그들의 신성함을 드러내는 도구였다. 해서 죽어서도 금은 필수 부장품으로 죽은 이와 같이 안장되어 후에 왕의 무덤들은 도굴의 대상이 되었다.
이처럼 금이 그 가치를 지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희소성에 있다. 금은 유한하다. 이 말은 지구가 갖고 있는 금의 총량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조사에 따르면 지구의 금 총량은 약 24만4,000t. 그중 인류는 지금까지 약 18만7,000t을 채굴했다. 이제 남은 금의 양은 5만7,000t정도. 세계 각국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채굴한다면 금 또한 멀지 않은 시기에 바닥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는 금의 유한한 희소성의 가치이다. 일테면 총발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된 비트코인이 그 희소성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과 비슷하다.
경쟁적으로 금을 사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
‘금이 금값이 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전 세계가 평화롭다면 전 세계에 통용되는 두 가지 국제 자산은 안정된다. 바로 달러와 금값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정학적 불안정,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미국의 국채 발행 증가 등등의 불안 요인이 증가하면 달러와 금값은 오른다. 그중에서도 금값은 미국의 달러 즉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성에 ‘물음표’가 붙으면 더 오르게 된다. 금값이 오르는 다양한 요인을 살펴보자.
먼저 경기 둔화 우려이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증가되면 안전 자산 선호도가 증가한다.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역시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를 부추긴다. 그리고 달러 가치 하락 역시 금값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금은 달러로 거래한다. 이에 달러화가 약세이면 금을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또 각국 중앙은행의 경쟁적인 금 보유량 확대도 원인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미래 경제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또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금을 매입한다. 이 바탕에는 금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가치 수단이라는 국제적 공통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즉 금 보유량이 많은 국가의 통화, 경제, 재무 구조가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9월 기준 각국의 금 보유량이다. 1위 미국으로 8,133t, 6위 중국 2,192t, 일본 847t, 9위이고, 한국은 36위로 104.4t이다. 일부 언론과 학자들은 인도가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라고 말한다. 인구 대국인 인도는 특히 국민들의 금 선호도가 높은데 인도 민간의 금 보유량이 미국 연방은행의 3배 수준인 약 2만4,000t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은 전 세계 금의 약 20% 수준이다. 2023년 각국의 중앙은행이 사들인 금은 1,037t이다. 이는 전 세계 1년 금 생산량 약 3,000t 중 33%에 해당되는 양이다. 그리고 평균 500t 수준인 예년의 2배 수준이다. 이처럼 각국 중앙은행들은 세계 경제와 통화의 불확실을 예측, 가장 안전한 자산인 금을 모으는 중이다.
[이미지=픽사베이]
현재 전 세계 금 매장량은 약 5만5,000t 안팎이다. 매장량 1위는 호주로 9,800t, 2위 남아프리카공화국 6,000t, 3위 러시아 5,300t, 4위 미국 3,000t, 5위 페루 2,600t, 6위 인도네시아 2,500t, 7위 브라질 2,400t, 8위 중국 2,000t, 9위 캐나다 2,000t, 10위 우즈베키스탄 1,800t 순이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영상이다. 한 자산가가 금 100g 골드바를 무려 120개를 보여주며 이것이 자신의 노후 설계라고 말했다. 한 달에 골드바 한 개씩을 팔아 생활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금 100g은 약 26.6돈, 한 돈에 44만 원 정도이니 골드바 하나가 약 1,170만 원이다. 영상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나는 뭐했나’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금이 금값이 시대다. 편의점에 가서 1g짜리 금이라도 사는 ‘소금족’이 늘어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나날이다.
[글 권이현(라이프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3호(24.6.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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