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중국과 전쟁 일촉즉발 ‘이 남자’...앞으론 순해질 거라는데 [지식人 지식in]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의사로 성장
1990년대 中의 대만 위협에 정치 뜻
친미반중 성향 ‘대만인’ 정체성 강해
취임 후엔 중국과 교류 늘 것 전망
대만 여론 감안해 유연 대응 예상
한국에게도 양안관계 안정이 유리
지금으로부터 65년전. 대만 북쪽 해안 광산촌에서 한 소년이 태어납니다. 소년은 광부였던 아버지를 만 1세가 채 되지 않아 사고로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5남매와 함께 자랐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학업에 정진해 의사가 됩니다.
의술에 전념하고 있던 37세의 청년은 1996년 운명적인 순간을 맞이합니다. 대만 최초로 국민들이 총통과 부총통을 직접 선거로 선출할 시기를 앞두고 중국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미사일 실험을 한 겁니다. 대만 유권자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소년은 이때부터 의사가운을 벗고 자신의 고향 대만의 자유를 위해 헌신하겠노라 다짐합니다. 이후 30여년이 지난 2024년. 청년은 미중갈등의 최전선 대만을 이끄는 지도자가 됩니다. 지난 20일 대만의 제14대 총통으로 당선된 라이칭더 이야기입니다. 이번주 ‘지식人 지식in’ 코너에서는 라이칭더 총통에 대해 알아봅니다.
1990년대 초반 라이칭더 총통은 미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습니다. 정계에 진출한 이후 3년간 대만과 미국을 오가며 하버드대학교에서 공공위생학 석사를 취득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 시기를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기억한다고 회상했습니다. 어쩌면 이때 미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얻고 간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대만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 중입니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확대해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대만 지도부와의 교류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당시 부총통이던 라이칭더 총통은 미국을 방문했으며 지난 27일에는 대중국 강경파인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이 총통을 예방해 ’중국의 위협에 맞서 대만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생각하면 대만 자주적 정체성과 친미 성향이 강한 라이칭더 총통의 행보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모이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지난 20일 있었던 취임식에서도 ‘민주’, ‘대만’ 등 중국과 대만을 분리하는 단어를 여러번 언급해 이러한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유는 대만 주민들의 여론 때문입니다. 대만은 1992년부터 국립 정치대학이 매년 주민들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최근 조사결과에서 ‘통일, 독립, 현상유지 중 어떤 상태를 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현상유지’를 답한 주민들이 90%에 육박했습니다. 김 교수는 “민진당은 (자주적인) 정체성 부문에서는 대만 주민들을 만족시켰는데 ‘현상유지’ 측면에서는 그러지 못했다”며 “양안 관계가 불안하다 보니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됐고 중국으로부터 받는 경제적 이익도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은 차이잉원 총통 시기 대만산 농산물에 대해 관세를 붙이거나 까다로운 검수 절차를 거치도록 해 사실상 수입에 제재를 가했습니다. 중국은 대만의 제1 농산물 수출국이기도 한데요.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만 언론은 중국의 대만산 농산물 수입 금지로 2022년 농산물 수출금액이 6억7806만달러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단체 관광객들이 대만에 가는 것을 막아 여행사와 대만 여행산업 종사자들 사이 불만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미국 역시 대만과 중국 사이 관계가 너무 틀어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김진호 교수는 “미국은 (대만이) 중국과 너무 대항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 중국이 대만을 미국 세력으로 받아들이고 러시아와 더 가까워지면 미국의 세계 전장 관리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교류는 경제・사람 등 기본적인 부분에 그칠 확률이 높습니다. 안보・과학기술 분야는 미국이 대만에 중국과의 교류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진호 교수는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샤오메이친 부총통이 대만-미국 간 관계를 조율하고 있다”며 “반도체를 포함한 안보・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경제・인적 교류에서 제한적으로 교류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양안관계와는 별도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에서 한국도 전략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철 박사는 “(한국이) 전환기에 시기를 놓쳐 현재까지도 대응을 못하고 있다”며 중국과 미국 사이 큰 국가 차원의 정책이 부재하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 많이 투자해 놓은 기업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함으로서 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김진호 교수는 한국이 정치력을 국내 문제에만 낭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진호 교수는 “대만은 일본과 미국을 대상으로 다채널 외교가 잘 되어 있어 정보원이나 학자들이 현지에 매우 많다”고 말했습니다. 또 “샤오메이친 부총통을 중심으로 미국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연락 채널이 이어질 수 있도록 미국 민주당, 공화당과의 교류가 탄탄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미국 대선을 가장 큰 이벤트로 지정학적 상황이 급변하는 요즘. 우리 모두가 한반도 밖의 상황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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