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게야 잘 살아라"…불법 칠게잡이 어구 130개 수거한 시민들

박소영 기자 2024. 6. 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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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차, 영-차."

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갯벌에 불법 칠게잡이 폐어구를 수거하려는 시민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씨였음에도 송도갯벌을 오염시키는 불법 칠게잡이 폐어구 100여개를 치우려고 모인 것이다.

애초 송도갯벌 약 1㎞ 구간(옹암교차로~아암1교)에는 불법 칠게잡이 어구 수백개가 설치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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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녹색연합 주최, 활동가·시민 100여명 모여…어구 30개 남아
8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갯벌에서 인천녹색연합 등 활동가들과 시민 100여명이 불법 칠게잡이 폐어구를 수거하고 있다.2024.6.8/뉴스1 ⓒ News1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영-차, 영-차."

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갯벌에 불법 칠게잡이 폐어구를 수거하려는 시민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씨였음에도 송도갯벌을 오염시키는 불법 칠게잡이 폐어구 100여개를 치우려고 모인 것이다. 애초 송도갯벌 약 1㎞ 구간(옹암교차로~아암1교)에는 불법 칠게잡이 어구 수백개가 설치돼 있었다. 지금은 시민단체 등이 몇차례 수거운동을 벌여 개수가 3분의 1로 줄었다.

8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갯벌에서 인천녹색연합 등 활동가들과 시민 100여명이 수거한 불법 칠게잡이 폐어구 모습.2024.6.8 ⓒ News1 박소영 기자

불법 칠게잡이 어구는 PVC 파이프를 가로로 쪼개 갯벌에 매립한 것으로 칠게가 빠지면 나오지 못하는 구조로 돼 있다. 갯벌 먹이사슬 최하층에 있는 칠게는 낙지 등의 먹이일뿐 아니라 갯벌의 자연정화 역할을 담당, 없어서는 안될 생물이다.

멸종위기조류인 알락꼬리마도요도 칠게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생존에 위협을 끼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행법으로 대규모 어획을 금지하고 있다.

시민들은 허벅지까지 오는 노란 장화를 신고 갯벌에 들어갔다. 질퍽질퍽한 갯벌을 걷는 게 쉽지 않았고, 빠르게 걷지 않으면 금세 빠져버려 옴달싹하지 못했다.

1m 짜리 파이프는 끈으로 묶여 여러 개로 연결 돼 있었다. 이를 자르고 매립돼 있는 파이프를 파내는 데에만 3~4명이 협동해야 했다.

발이 조금 덜 빠지는 갯벌 쪽으로 작업장소를 옮겨봤으나, 무거운 파이프를 들고 옮기는 대해 많은 체력이 필요했다.

송민규 씨(39·남·회사원)는 "발이 이렇게 빠질지 몰랐다"며 "원래 다이빙 강사여서 해양환경에 관심이 많은데, 폐어구로 인한 쓰레기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드윅송도국제학교 학생들도 서로를 도우며 폐어구를 치우고 있었다. 이연우 학생(15·여)은 "꽤 힘들지만 친구들과 보람 있는 활동을 해서 좋다"고 했다.

8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갯벌에서 인천녹색연합 등 활동가와 시민이 불법 칠게잡이 폐어구를 옮기고 있다.2024.6.8 ⓒ News1 박소영 기자

이같은 파이프를 매립한 것은 칠게 유통업자들이다. 유통업자들은 인적이 드문 새벽시간을 이용해 칠게를 수거, 미끼 등으로 ㎏당 3000~4000원에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지자체 및 기관들은 폐어구를 치우는 데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녹색연합은 2015년 영종갯벌에 불법어구를 방치한 혐의(직무유기)로 당시 인천 중구청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어 2018년에는 용유해변, 2020년에는 영종도 동측 중산동 갯벌에서 불법 칠게잡이 어구를 직접 수거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활약도 빛이 났다. 이곳에서 만난 김수영 씨(29·여·회사원)는 "송도에 살면서 송도갯벌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폐어구가 많을지 몰랐다"며 "환경단체에 소속돼 있지는 않지만, 환경에 관심이 많아 이번 활동이 굉장히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들은 1m짜리 파이프 130여 개를 치웠으며, 이로써 송도갯벌에 불법 칠게잡이 파이프는 30여개가 남아있다.

8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갯벌에서 인천녹색연합 등 활동가들과 시민 100여명이 불법 칠게잡이 폐어구를 수거하기 전 유의사항을 듣고 있다.2024.6.8 ⓒ News1 박소영 기자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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