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으로 포장한 폭탄 돌리기"…도마 위에 오른 앨범기부

김경태 2024. 6. 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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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호중 씨 앨범이 많이 들어왔는데 음주 뺑소니 사건 이후에는 달라는 분이 없으니 다 남아 있죠. 우리가 함부로 처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난처합니다."

한 서울의 한 아동지원 재단 관계자는 "한동안 앨범 기부가 많이 들어왔는데 아이들도 호불호가 있어 남은 앨범은 처분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기부받은 앨범을 다시 팔 수도 없고 창고에 쌓여서 최근에 몇백 장을 싹 폐기해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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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가수 앨범 다량 구매해 보내…복지기관 마냥 반갑지 않은 현실
앨범(기사와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사진=연합뉴스

"가수 김호중 씨 앨범이 많이 들어왔는데 음주 뺑소니 사건 이후에는 달라는 분이 없으니 다 남아 있죠. 우리가 함부로 처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난처합니다."

오늘(8일) 부산의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최근 '앨범기부' 현황을 묻는 말에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팬들이 응원하는 가수의 앨범을 여러 장씩 산 뒤 이를 복지기관 등에 기부하는 '앨범기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김호중 씨가 음주 뺑소니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뒤 일부 팬들이 그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100억 원에 가까운 기부를 실천했다며 두둔했으나, 이 중 75억 원 상당이 기부한 앨범을 환산한 금액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 발매 첫 주 판매량(초동) 기록을 올리기 위해서, 또는 팬 사인회 등 행사 참석 확률을 높이거나 앨범 속 다양한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앨범을 다량 구매하고 이를 다른 기관에 보내는 것을 '기부'라는 이름의 선한 행동으로 포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산의 다른 장애인단체 관계자도 "솔직히 별로 유명하지 않거나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들의 앨범이 오면 쌓일 수밖에 없다. 소비가 안 되면 자체적으로 폐기 처분을 해야 한다"고 털어놨습니다.

한 서울의 한 아동지원 재단 관계자는 "한동안 앨범 기부가 많이 들어왔는데 아이들도 호불호가 있어 남은 앨범은 처분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기부받은 앨범을 다시 팔 수도 없고 창고에 쌓여서 최근에 몇백 장을 싹 폐기해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밖에도 출시된 지 시일이 꽤 지난 앨범이나 어르신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USB 형태의 앨범이 기부돼 난감하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버려지는 앨범들/사진=연합뉴스

기부를 한다고는 해도 팬들이 당초에 필요 이상의 앨범을 구매하는 행위가 환경에 해를 끼친다는 비판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5.8t에서 2022년 801.5t으로 5년 새 14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이 플라스틱은 폐기물 부담금 부과 대상입니다.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톱400 기준 1∼12월 앨범 누적 판매량은 약 1억 2,000만 장으로, 전년(약 8,000만 장)보다 약 50% 늘어난 수치입니다.

K팝 팬들로 구성된 기후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 관계자는 "버리는 시기를 늦추고 주체가 바뀔 뿐 그 많은 플라스틱 앨범이 원래 용도대로 쓰이는 것이 아니기에 기부 옵션은 마치 '폭탄 돌리기'를 보는 것과 같다"면서 "기획사가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상술을 중단하는 것만이 기형적이고 환경 파괴적 문화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 필요하거나 원하는 것을 받는 것이 기부일 텐데 취향의 문제인 앨범을 가져다 놓고 '기부'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한 명이 똑같은 앨범을 수 장씩 구매하는 것은 산업적 구조를 뒤트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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