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앵과 뉴스터디]한동훈‧이재명 한 목소리? 도대체 ‘지구당’이 뭐길래

동정민 2024. 6. 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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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당 부활.

누구는 ‘개혁’이라고 하고, 누구는 ‘부패’라고 합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왜 갑자기 이 지구당 부활을 끌고 나온 걸까요? 지구당 속에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지구당이 뭐길래,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시원하게 풀어보겠습니다.

▶22대 국회, 최대 이슈는 ‘지구당 부활’?

안녕하세요, <동앵과 뉴스터디> 동정민 앵커입니다.

이번 주 이슈는 ‘지구당 부활’입니다. 부활이라고 쓴 걸 보니까 지금은 없어요. 지구당이 다 폐지됐는데 그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지구당 부활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데요. 한동훈‧이재명이 같은 편으로 되어 있습니다. 세대별로 갈리는 것 같지도 않고, 여야별로 갈리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간단치 않은 이슈라는 게 느껴지시죠? 이틀에 걸쳐서 파헤쳐볼 텐데요. 여러분, 공부는 호기심이 있어야 합니다. 호기심을 갖고 ‘지구당 부활’의 세계로 지금부터 들어가 보겠습니다.

▶한동훈‧이재명 한 목소리, ‘지구당’이 뭐길래?

길거리 지나가다 보면 그 지역 국회의원 사진과 현수막 걸려 있는 거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거기가 지역 국회의원 사무소입니다.

여기가 지구당이냐? 아닙니다. 그런데 이 지구당이라는 표현 자체가 많이 낯익게 들리시죠? 왜냐하면, 과거에는 있었으니까요. 쉽게 설명을 드릴게요.

예를 들어, 서울 동작을 같은 경우에 지금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있고 류삼영 민주당 지역위원장이 있습니다. 나경원 의원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에요. 254개 선거구마다 당협위원회가 민주당은 똑같은 걸 지역위원장이라고 불러요.

똑같이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인데 사무실을 국회의원만 열 수 있어요. 과거 지구당 때는 원외 지역위원장도 사무실을 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구당이 폐지되면서 이제는 현역 의원만 사무실을 낼 수 있어요. 안 그래도 현역 프리미엄이 있는데, 총선 후 4년 내내 사무실도 하나 내지 못하고 활동을 못 한 채, 4년 뒤에 다시 붙어야 되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이건 현역에게만 유리한 제도 아니냐는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들의 불만이 있는 겁니다.

그러면 지구당이 왜 폐지됐느냐? 지구당 제도는 역사가 깊습니다. 정당법이 생긴 1962년부터 지구당이 있었어요. 이게 폐지된 게 2004년입니다. 돈 먹는 하마. 이 논란 때문에 일단 폐지가 된 겁니다.

정당 구조를 설명을 드릴게요.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당대표와 사무총장이 있는 중앙당이 있습니다. 그 밑에 17개 시‧도마다 시‧도당이라는 게 있습니다. 지금은 없지만 그전에는 선거구별로 지구당이라는 게 있었어요.

이 정당구조가 국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데 정당에게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상당히 많은 권한들을 아직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시‧도의원 공천권을 갖고 있고 입당을 받아줄지 말지도 1차적으로 여기서 결정을 합니다. 조직도 관리를 하죠.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지구당까지 삼중 구조로 진행이 됐던 거예요. 그런데 조직을 관리하려면 뭐가 필요해요? 돈이 필요하잖아요.

예전에는 중앙당에서 돈을 내려 보내 줍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 같습니까? 지구당 위원장들은 돈을 많이 받아야 되죠. 그러면 어떻게 해요? 위에 잘 보여야겠죠. 당대표. 예전에는 아예 이름도 ‘총재’였죠. 1인 실권자, 이 사람에게 잘 보여야 돼요.

당 총재 입장에서도 자기편을 많이 만들어야 돼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돼요? 돈을 많이 내려 보내 주고 싶겠죠. 그러다 보니까 이 돈이 검게 바뀌기 시작합니다. 특히 내 편에게 많이 내려 보내 주고 싶어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도 돈 많이 받으려고 내 편이 될 수 있잖아요.

많이 내려 보내 주고 그러다 보니까 돈이 부족해요. 이제 기업들에게 돈을 받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지구당이 부정부패의 고리, 반민주주의, 사당화라는 비판을 받게 됩니다. 결정적인 일이 발생하죠. 바로 ‘차떼기 사건’입니다.

▶‘차떼기 사건’으로 사라진 지구당, 왜?

‘차떼기 사건’, 여러분 기억나시죠?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맞붙었던 대선에서 발생하는데요.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기는 했지만 이회창 후보가 사실 더 유력한 후보였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하고 5년 전에 붙었는데 정말 간발의 차이로 졌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될 거라 생각하고 돈이 갔던 겁니다. 시대적 배경도 있는데요. 1980년대~90년대 초반만 해도 불법 자금을 다 계좌로 보냈다는 거예요. 김영삼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면서 차명‧가명‧무기명으로는 돈을 못 보내게 됐잖아요.

실명으로만 보내게 되면서 계좌로 불법 자금을 줄 수가 없게 된 거예요. 그러면 이제 남은 건 뭐예요? 현금이죠. 그러면서 ‘차떼기 사건’이 벌어지는 겁니다. 2002년 대선 때 LG그룹이 트럭에다가 현금 150억 원을 싣고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건네줘요. 현대차는 스타렉스에 100억 원을 실은 채 통째로 전달해 주고, 삼성은 채권 112억 원을 책처럼 포장해 줘요.

이걸 누가 밝혀낸 거예요? 안대희 당시 대검중수부장이 이걸 밝혀낸 겁니다. ‘차떼기 사건’이 물론 양당에게 모두 있었지만 한나라당이 훨씬 액수가 컸어요. 이런 일이 발생한 게 IMF 직후잖아요. 국민들이 화가 많이 나니깐 한나라당은 800억 원을 국고에 헌납합니다. 당사까지 팔죠.

그러면 왜 이렇게 돈이 필요했냐? 아까 설명을 드렸지만, 대선을 치르려면 지구당으로 돈을 내려 보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조직 활동을 많이 하게 하기 위해서죠.

차떼기 사건 뒤 뭐가 나온 거예요? 바로 지구당을 폐지한 「오세훈법」이 발의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때 당시에는 한나라당 젊은 소장파죠.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더 이상 기업이 정치인들에게 후원을 하지 못 하게 금지시킵니다. 예전에는 기업이 국회의원에게 그냥 후원금을 많이 줬었는데, 이걸 못 하게 막아요. 그러다 보니까 편법이 또 발생하죠. ‘쪼개기 후원’ 많이 들어보셨죠? 법인‧단체가 아예 국회의원에게 후원을 못 하게 하다 보니까, 개인이 후원하는 것처럼 해놓았지만 실제로는 뒤에 기업이 있는 거죠.

두 번째로. 지구당을 폐지합니다. 반발이 많았죠. 당시 오세훈 의원이 나름 승부수를 던집니다. ‘총선 불출마’ 카드를 던진 겁니다. 오세훈 의원이 당시 서울 강남 국회의원이었거든요. 인기도 많았고, 무난히 다음 선거에서도 공천 받고 당선되지 않을까 했는데 ‘불출마 카드’를 던집니다.

「오세훈법」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받습니다. 그러면서 지구당이 폐지가 되고 기업 후원이 금지되는 지금 현재의 제도가 탄생이 되는 겁니다.

지구당을 폐지하면서 정당이 이중 구조로 만들어졌는데 너무 불편해요. 왜냐하면, 어쨌든 지역구마다 선거는 치르고 활동을 해야 되는데 아예 기반 자료가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니까 중간에 지금 하고 있는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 하는 당원협의회라는 제도를 만듭니다.

그런데 이거와 지구당은 하늘과 땅 차이예요. 지구당은 정당 조직이에요. 당연히 중앙당에서 돈을 내려 보내는 거예요. 당원협의회는 ‘자발적인 당원들의 모임’ 성격으로 지금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에서 돈을 내려 보낼 수가 없어요.

자발적인 당원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어떤 차이가 벌어지느냐? 여기서부터 ‘지구당 부활’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나경원 의원과 류삼영 위원장을 예를 들어볼게요. 나경원 의원은 사무실을 낼 수 있습니다. 류삼영 위원장은 사무실을 못 내요. 평소에 나경원 의원은 1억5천만 원까지 후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류삼영 위원장은 못 받아요.

선거 때, 현역 의원은 3억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지역위원장은 이때 받을 수 있는 후원금이 1억 5천만 원. 절반이에요. 현역 의원은 의정활동 보고서를 자기 지역 유권자에게 다 배포할 수가 있어요. 지역위원장은 이런 활동 보고서도 못 보냅니다.

너무 불리하다는 거예요. 선거에서 떨어지면 돈도 없고 지역에서 활동할 사무실도 하나 못 내고 너무 힘들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구당 부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2004년 「오세훈법」으로 지구당 폐지된 이후, 거의 그 직후부터 이 지구당 부활 얘기가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부활해야 한다고 얘기한 사람이 바로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입니다. 제3정당 입장에서는 지역에서 현역 의원하기가 어려우니까 더 어려움이 있는 거죠. 그래서 2007년 2월 선거구에 1개씩 지역위원회를 꾸리고, 사무직원도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발의하는데요.

하지만 본인이 바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휘말리죠. 노회찬 의원이 국회의원 안 됐던 시절에 원외 활동을 하면서 돈을 받은 겁니다. 5천만 원을 받았는데, 누구한테 받았냐? 드루킹 일당에게 5천만 원을 받은 사실이 특검 조사에서 나오면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도 발생을 하죠.

그만큼 원외들이 활동하기에 참 어려운 일이 발생을 한 거예요. 지금 국회의장이 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노회찬 전 의원 돌아가시고 난 뒤에 「노회찬법」을 발의하죠. 그게 바로 사실상 ‘지구당 부활’ 법안입니다.

지금 당협(지역)위원장이라는 사람들은 사무실을 못 내니까 산악회, 포럼 이런 걸 만듭니다. 약간 편법인 거죠. 변호사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활동하기도 하고요. 아니면 구‧시의원은 사무실을 낼 수 있거든요. 거기에 더부살이를 하는 당협(지역)위원장들도 많아요. 당협(지역)위원장들이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보이지만 또 나름 그 지역에서는 어쨌든 그 당을 대표하는 사람이잖아요.

구‧시의원 같은 지역 선거가 있으면 지방선거 때, 또 여기에 공천권을 행사합니다. 어떻게 보면 검은돈이 오갈 가능성이 있는 거죠. 공천을 대가로 구‧시의원이 돈을 주거나 사무실 비용 같은 걸 안 받고 제공할 수 있는 거죠.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어떤 기업이 검은 돈을 주겠냐’, ‘선거법도 많이 강화가 됐으니 이들이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지구당을 그냥 부활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한동훈‧이재명이 다시 띄운 ‘지구당 부활’

17대 국회에도, 18대 국회에도, 19대 국회에도, 20대 국회에도, 21대 국회에도 다 ‘지구당 부활’ 법안이 발의되는데, 통과 안 돼요. 3년 전 여야 송영길‧이준석 대표가 ‘지구당 부활’에 의견을 모았지만 안 돼요. 왜 안 돼요? ‘차떼기 사건’이 너무 강렬해서 국민들에겐 지구당 부활이 싫은 거예요.

국민들한테 지구당이 뭐가 좋은 거냐? 지역 현장에 있는 당원들도 결국 국민이잖아요. 지역 현장에 있는 목소리들이 잘 올라가 정치를 할 때 민심이 잘 반영되도록 하는 장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결국은 사무실 내고, 후원금 받고 이런 내용이잖아요. 그 비용은 결국 국민들이 후원금을 내거나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국고보조금 받은 걸 정당에서 내려 보내 줘야 되잖아요.

안 그래도 국회의원들 별로 마땅찮은데 결국 돈 쓰겠다는 거 아니냐 이거죠. 국민들 입장에서는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까 안 됩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못 거는 거예요.

지구당 폐지할 때도 ‘차떼기 사건’ 같은 게 발생하면서 가능했던 겁니다. 지금 없어진 걸 다시 만들려고 하니까 계속 노력은 하지만 안 되는 겁니다. 그런데 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지구당 부활이 정치개혁”이라고 하면서 들고 나온 걸까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구당 부활이 중요한 과제”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 뭔지 아십니까. 아까 ‘차떼기 사건’ 누가 밝혀냈다고 그랬죠?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밝혀냈다고 그랬죠? 그 당시에 저승사자라고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사를 하는데 당시 검사가 누구였느냐? 부장검사들도 있지만 당시 수사검사가 12명이었어요.

그 12명에 누가 있느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있어요. 윤석열‧한동훈 두 사람이 처음 같이 일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게 바로 이 ‘차떼기 수사’ 사건이었습니다. ‘차떼기 수사’를 담당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지금 와서는 오히려 “지구당 부활이 정치개혁”이라 그래요.

그러면서 뭐라 그래요? “그때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고 지금은 지구당 부활이 정치개혁이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런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지금 여당에서, 야당에서 막 비판도 하지요. ‘지구당 부활’은 단지 명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정치인들마다 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요. 찬성과 반대가 희한하게 갈려 있잖아요. 왜 이렇게 희한하게 갈리는지 그 속내를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복잡한데 궁금한 이슈 댓글로 남겨주시면 제가 대신 풀어드리겠습니다. 아시죠? 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오늘 순서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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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동정민 기자·김정연 작가
연출: 황진선PD
편집: 박현아‧허수연PD

동정민 기자 ditto@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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