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축산법’ 개정해 지원”…한우협회 “‘한우법’ 재추진”
“법취지 살려 생산자 의견 반영”
협회, 요구조항 반영할 땐 동의
산업 안정화 촉구 투쟁 예고도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한우법)’ 제정이 무산돼 한우농가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농가 마음 달래기에 나섰다. ‘축산법’ 개정을 통해 한우산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생산자들은 ‘한우법’ 제정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전국한우협회는 5일 서울 서초구 제2축산회관에서 ‘2024년 제3차 회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회장단 회의는 5월29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한우법’ 제정이 최종 무산되자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회의에선 농림축산식품부의 김정욱 축산정책관과 이연섭 축산경영과장이 참석해 ‘한우법’ 제정에 대한 정부 입장과 향후 정책 추진 방향을 설명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5월29일 브리핑을 통해 ‘한우법’ 제정에 대해 “개별법이 제정될 경우 특정 축종에 치우치지 않는 ‘축산법’ 체계가 훼손되고, 축종별 법안 난립으로 행정·입법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회의에서도 이같은 견해는 되풀이됐다. 김 정책관은 “한우산업의 위치와 성장성 등을 고려하면 독립된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정부는 1963년 제정돼 이어져온 ‘축산법’ 체계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돈법’ ‘양계법’ 등이 만들어지면 결국 비슷한 내용들이 법안에 담길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법 개정사항이 생긴다면 3∼4개 법을 동시에 바꿔야 하는 비효율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예산문제도 거론했다. 김 정책관은 “축종별 법안이 병립한다면 한정된 예산 안에서 축종별 종사자들이 같은 예산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도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우법’ 제정 취지를 살린 ‘축산법’ 개정을 통해 한우산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했다.
실제로 이날 공개한 개정안에는 ▲5개년 단위로 주요 축종별 축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 ▲가축의 생산·출하 안정사업 이행 등 축산 관련 생산자단체에서 요구해온 내용들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정책관은 “‘축산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의원 입법으로 처리할 계획”이라며 “법 개정이 기존 체계를 흔들지 않고 생산자 요구를 담을 수 있는 타당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원책 발표에도 생산자단체 관계자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협회 회장단들은 농식품부가 축종별 형평성을 언급하며 ‘한우법’ 제정을 반대한 데에 극심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기웅 한우협회 부산경남도지회장은 “한우농가가 전체 축산농가의 80%를 차지하는데, 형평성을 따지면 ‘한우법’을 제정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며 “올해 ‘한우법’이 통과될 것 같으니 급하게 ‘축산법’ 개정안을 들고 나온 것 아니었냐”고 반발했다.
특히 회장단들은 “2022년 정부가 할당관세를 도입하고 10만t의 수입 쇠고기를 무관세로 반입해 한우값이 폭락했다”면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나타난 쇠고기값 폭락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 이 과장은 “할당관세는 이미 정해진 연간 수입물량 중 10만t에 적용한 것으로, 추가적으로 10만t을 수입하라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정책관 또한 “한우값 하락은 근본적으로 사육마릿수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며 “농가들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이런 상황의 반복을 막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농식품부의 설명이 끝난 뒤 민경천 한우협회장은 “현재 상황에 관해 농가들이 잘못한 것도 있을 것”이라며 “한우자조금 재원으로 시행하는 소비 홍보 대책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니 냉철하게 상황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농식품부가 생산자들의 협력을 구하고자 자리를 마련했음에도 한우협회는 이날 회의에서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를 위한 한우 반납 투쟁안’을 의결해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을 선포했다.
정부의 ‘축산법’ 개정 등 타협책에 대해서도 ‘한우법’에 담긴 조항을 모두 반영할 경우에만 동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같은 요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우법’ 제정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시사한 것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생산비 절감을 위한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아 대책을 촉구하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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