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력 갖춘 ‘젊은 대륙’ 아프리카…농기자재 업계에 ‘기회의 땅’
인구 비해 생산·조달 역량 취약
소형 농기계·비료 등 진출 유망
국내 쌀 공급과잉 돌파구 기대
2024 정상회의 계기 협력 강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다자 정상회담이었던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4∼5일 정상회의 기간 동안 정부는 아프리카 주요 국가와 다방면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47건의 계약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국내 농기계·스마트팜·식품 업체가 아프리카 기업들과 잇달아 계약 실적을 올리는 등 농업계의 성적표도 주목할 만하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프리카가 농업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 소형 농기계 중심으로 공략해야=아프리카 55개 국가는 14억명의 인구를 보유해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증가하는 인구에 비해 식량 생산·조달 역량이 취약한 만큼 농기자재시장이 특히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는 지난해 7월 내놓은 ‘아프리카 주요국 농업 시장동향 및 진출방안’에서 “사하라 이남지역이 고질적인 식량난을 겪는 이유는 농기계와 비료·농약 사용에 대한 인식이 낮고 농업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우리 기업이 진출할 만한 영역으로 소형 농기계와 비료, 농산물 가공 기술 등을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농기계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6.4% 성장할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도 농기자재분야는 구체적인 성과를 거뒀다. 대동은 말리에 200만달러 규모의 ‘트랙터 및 전기바이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대동 관계자는 “에티오피아와 세네갈을 중심으로 농기계 유통·판매처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국내 시장이 포화한 상태에서 아프리카가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최근 ‘한·아프리카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양지원 연구원은 “대규모 상업형 농장은 유럽·미국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아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면서 “중소형 농기계 임대서비스 운영 전략을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정부는 아프리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술 교류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현지에 복합 농업단지를 조성해 농산물 유통·가공·저장 등 전후방 사업 진출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 든든한 소비력 갖춘 미래 쌀시장=아프리카는 쌀 생산량이 부족해 전체 소비량 가운데 4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규모가 전세계 쌀 수입량의 17%에 달할 만큼 거대한 시장이다. 일명 ‘젊은 대륙’으로 불리는 아프리카의 생산인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 쌀 수요도 당분간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가 우리나라의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해줄 대안이 되는 이유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쌀 수출액은 2023년 기준 803만달러로, 미국 수출액(814만달러)과 비슷한 규모를 기록했다. 양 연구원은 “당장은 우리나라 쌀 가격이 높아 아프리카의 구매력이 낮지만 수요가 증가하는 양상을 볼 때 장기적으로 매력적인 쌀시장이 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쌀 가격을 일부 보조해준다면 충분히 공략할 만하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와의 주요 농업협력 수단으로 추진하는 ‘케이(K)-라이스벨트(한국형 쌀 생산벨트) 구축사업’은 민간기업이 현지에 진출하는 데도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K-라이스벨트는 정부가 아프리카에 쌀 생산 인프라를 조성하고, 품종 개발·보급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현재 14개국이 사업 추진 MOU를 체결했고, 7개 국가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 기후에 적응한 벼 품종이 충분히 개발되고 생산 인프라가 갖춰지면 민간기업이 더 쉽게 현지에 진출·적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풍부한 광물자원 보유=아프리카는 세계 광물자원의 30%를 보유한 자원 대국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사하라 이남에 비료의 핵심 원료가 되는 질소·인산염·칼륨의 매장량이 풍부하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프리카 48개국은 미국이 주도하고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에도 동참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에 매장된 풍부한 광물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 등으로 국제 원자재값과 비료값이 상승해 국내 농가가 경영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비료 수급 불안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편 아프리카의 비료 사용량은 농지 1㏊(3000평)당 23㎏으로, 세계 평균치(1㏊당 140㎏)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농업기술 이해도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유통망이 미비해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다. 코트라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비료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비료 수출시장으로서 그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해 아프리카를 상대로 한 우리나라의 비료 수출액은 110만달러로 농기계 수출액(151만달러)의 73%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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