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쏙 빠진 ‘메가시티’…큰 그림 안보인다
도시규모 키우기만 초점맞춰
도시이익 농촌 교차보전 필요
대구·경북(TK)을 필두로 메가시티(인구 1000만명 이상 대도시권) 조성 등 지방자치단체 통합 논의가 불붙고 있다. 지자체 체급을 불려 수도권 일극 체제가 불러온 지방소멸 현상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메가시티 이후의 농촌’에 대한 고민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 TK, 메가시티 논의 불 댕겨=메가시티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전국에서 번진다. 가장 앞선 곳은 TK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서울처럼 행정안전부 통제를 받지 않고 국무조정실 지휘만 받는 지자체로서 TK를 통합하자”고 제안하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행정 통합이 지역 불균형 등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호응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최근 홍 시장과 이 지사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과 만나 올해 안에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을 제정하고 2026년 7월 통합지자체를 출범한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대전·세종·충북·충남은 행정통합 전 단계인 ‘충청권 특별지자체’ 출범을 추진 중이다. 3개 분야, 18개 부문, 20개 사무에 초광역 협력이 가능하도록 올 하반기 특별지자체를 출범시킨다는 게 이들 4개 시·도의 구상이다.
부산·울산·경남에선 2022년 이미 특별지자체가 만들어진 바 있다. 당시 세 지자체를 하나의 경제·생활권으로 묶어 ‘동북아 8대 메가시티’로 만들겠다며 추진됐는데, 이후 지방선거에서 메가시티에 부정적인 지자체장들이 당선되면서 특별지자체는 없던 일이 됐다. 다만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논의가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을)은 최근 자신의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부산·울산·경남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및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광주광역시에선 강기정 시장이 “메가시티 논의를 위해 광주·전남 연구원이 공동팀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도농 상생방안 마련돼야=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해선 수도권에 대응할 초광역 도시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이런 논의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도시규모를 키우는 데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작 소멸위기에 직면한 농촌에 대한 고민은 이뤄지지 않아 문제다.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메가시티 구상은 도심 밀도를 높이고 도시로 연결망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메가시티 속 농촌의 역할과 메가시티 이후의 농촌 모습에 대해선 논의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소멸에 대응한다는 메가시티가 오히려 농촌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는 “자치 분권 강화가 아니라 도시 사이즈를 키워 전 국토를 메가시티화한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계속 지속될 경우 농촌공간 재구조화 등 문제가 관심 밖에서 멀어져 결국 농촌 소외를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메가시티 논의는 결국 맹탕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 부울경특별지자체만 해도 경남 진주·창원, 부산, 울산 4개 거점도시를 연결하는 게 핵심이었고 농촌 비중이 큰 서부 경남 등의 역할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다가 각 지역의 이익을 두고 분열이 심화하며 결국 좌초됐다.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교통·통신의 발달에 따라 메가시티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트렌드가 됐다”면서도 “다만 메가시티는 수도권에 대응할 새로운 도시를 구축한다기보다 초광역권 안에 대도시 거점, 중소도시 거점, 농어촌 거점을 만들고 각 거점을 상보적 관계 속에서 연결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대도시 등의 이익을 농어촌으로 교차 보전하는 등 상생방안을 고민하지 않고 메가시티를 논의하는 건 무의미하다”면서 “초광역권 내 기금을 만들어 도시 수익이 농촌에서 사용되게 하거나 광역권 도시 활성화로 늘어나는 재산세 등 지방세 수입을 농촌지역에 분배하는 일종의 공동 과세제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