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로드] "밤 되면 야장서 맥주 한잔"…야시장 즐기는 MZ
감성과 SNS 게시물 보고 야시장 찾아
안전·쓰레기 우려 대신 지역경제 활기
모바일 환경이 익숙한 ‘요즘 애들’은 쇼츠나 릴스 등 짧지만 강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문화를 이끌면서도 아이러니하게 90년대 유행하던 레트로 감성을 재현한 통 넓은 바지를 입거나 LP판 카페를 찾아간다. 이들은 최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색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MZ’라고들 하지만 사전적으로 보면 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통칭한다. 이들은 치열한 세상살이 속에서도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며 살아간다. 강원도민일보 디지털국 디지털뉴스부 MZ기자들이 ‘MZ세대’의 트렌드와 문화의 길을 따라가 본다.
‘시장’이 변했다. MZ세대가 찾는 시장으로 변했다.
‘레트로(복고풍)’ 감성이 인기를 끌면서 MZ세대 사이에서 야장(야외 테이블)에서 안주에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유행이다. 입소문을 타 전국 곳곳 야장을 즐길 수 있는 야시장들과 골목들이 붐비고 있다.
최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전통시장 가맹점 8만9000곳의 매출 데이터 57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시장을 찾은 회원의 18%가 지난 4년(2019년~2022년)간 전통시장을 방문하지 않았던 이들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그 가운데 레트로 감성을 즐기면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는 MZ세대에 20대가 2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춘천에서 야장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야시장인 후평야시장(후평어울야시장)과 풍물시장 야시장(꼬꼬야시장)에 직접 방문해 이곳만의 매력을 살펴봤다.
■ 초저녁에도 구름 인파…“북적북적”
6월의 첫번째 토요일 오후 7시쯤 춘천 후평어울야시장은 이미 야장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꽉 찬 모습이었다. 가벼운 옷차림의 MZ세대부터 중장년 세대 모두가 야장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후평어울야시장은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9월까지 열린다. 야시장 개장 1시간 만에 빨간 테이블들을 꽉 채울 만큼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포장마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돼지껍데기와 야채곱창부터, 시장 떡볶이와 닭꼬치, 김치삼겹말이 등 다양한 메뉴에 코가 반응했다.
게다가 가리비 치즈구이와 과일 등 모양도 예쁜 먹거리는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주류는 근처 마트나 시장 안 구멍가게에서 구매해 즐길 수 있었다.
후평일단지시장 상인회가 마련한 야장 테이블에 앉기 위해 십여분동안 빈자리를 노렸지만, 앉을 자리가 없어 야시장 근처 가게가 운영하는 야장에 자리잡았다.
자리를 잡지 못해 두세 번 헤매는 사람들도 보였고, “자리가 아예 없다”며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야장을 처음 방문했다는 김현지(28)씨는 “야장을 즐기는 게 낭만처럼 느껴져서 방문했다”며 “초여름 날씨에 바깥에서 먹는 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후평어울야시장만 두 번 방문했다는 한나라(27)씨는 “후평야시장이 SNS 피드에 자주 떠 호기심에 방문했다”며 “특히 야시장에서 하이볼을 판다는 걸 보고 관심을 두게 됐다”고 했다. 이어 “키조개와 삼겹살 김치말이 등을 먹었는데 음식이 가격 대비 괜찮았다”며 “주차도 편해서 여러 번 야시장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 다양한 메뉴에 발길 이어져
다음날 춘천시 풍물시장 중앙광장에 자리 잡은 ‘꼬꼬 야시장’을 찾았다.
오후 6시 30분쯤 방문한 꼬꼬야시장의 테이블은 3분의 2 정도가 찼을 만큼 방문객들로 붐볐다.
꼬꼬야시장은 오는 10월 27일까지 매주 금·토·일 오후 6시~ 11시 운영된다.
꼬꼬야시장은 풍물시장의 잔디밭 중앙광장에서 열린다. 광장에 15개의 매대가 줄지어있다.
꼬꼬야시장의 메뉴는 분식류, 닭꼬치, 야채곱창 등 주요 메뉴는 후평야시장과 비슷했으며 메뉴는 총 50여가지가 준비돼 있었다. 특히 일본식 닭꼬치인 야키토리가 인기를 끌었는데, MZ세대들은 이를 사기 위해 15분동안이나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야장 옆엔 주류를 판매하고 있어 한 자리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박정민(22)씨는 “춘천 여행지를 찾던 중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다 야시장을 찾았다”며 “쉽게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정다연(27)씨는 “같은 음식을 사먹어도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야장에서 먹는 게 더 좋다”며 “특히 음식과 날씨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MZ세대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와, 반려견과 함께하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꼬꼬야시장을 찾았다.
오후 7시가 되자 야장 테이블은 의자가 없을 정도로 인파가 붐볐다. 술잔을 기울이면서 감성을 즐기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야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 야장 우려, 춘천 야시장엔 없었다…지역 경제 활기
최근 전국 일부 지역의 야장이 확장되면서 ‘야장’을 위해 가게의 테이블을 인도 밖에 깔아두는 등 통행을 방해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일각에선 야장으로 인한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춘천의 야시장들은 이에 잘 대비해 운영하고 있었다. 후평어울야시장은 전통시장 내 아케이드 골목에서 주로 진행됐으며, 일부 식당이 야외테이블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통행로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졌다. 또 야시장 내 차없는 거리를 조성해 차량의 시장 진입을 막아 안전하게 야장을 즐길 수 있었다. 꼬꼬야시장은 천막이 있는 자리와 공터에 자리를 잡아 도로 통행에 문제가 없었다.
후평어울야시장은 야시장 내 네거리에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이 비치돼 있었다. 또, 아파트와 인접한 야시장 입구에서 쓰레기를 분리하는 인력이 있어 방문객들이 쓰레기를 편리하게 버릴 수 있었다. 꼬꼬야시장 역시 술 판매대 옆에 쓰레기통이 있었으며 방문객들의 분리수거를 돕는 인력이 있었다.
춘천의 야장은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지난해 후평어울야시장은 1만2000여 명이, 풍물야시장엔 7만여 명이 방문했다. 야시장은 춘천시와 지역사회가 주력해온 관광상품으로, 체류형 관광을 이끌 효자상품이다. 후평야시장은 지난달 4월 12일 개장 후 이틀 동안 2000여명의 방문객을 끌어냈다. 일부 매대는 개장 후 3시간여 만에 재료가 소진되는 등 인기몰이를 톡톡히 했다.
MZ세대들의 여름밤 놀이가 된 야시장은 상인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후평야시장 상인 김모씨는 “후평야시장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있다. 체감상 전체 방문객 가운데 절반가량은 20~30대다. 야시장 기간이면 사람들이 많이 방문해 매출도 향상돼 매년 야시장을 열 수 있는 시기만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꼬꼬야시장 상인 이모씨는 “대다수 매대는 춘천 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다. 야시장 기간엔 손님들이 매대들뿐만 아니라 시장에 있는 식당에도 가 사람들이 어디에나 많다. 주위에 아파트가 있어 가족 단위 손님도 오지만 요즘은 20~30대가 많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야장 자리를 잡지 못하고 돌아간 이준호(24)씨는 “춘천 맛집 소개하는 SNS 게시물 보고 갬성(감성)즐기러 온 건데 아쉽다”며 “다음엔 오픈런(영업시간 전 대기)으로 야시장에 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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