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기둥만 뽑히는 게 아니었네”…‘세기의 이혼’에 휘청이는 SK그룹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재산 분할액만 1조3808억원 달해
만일 SK(주) 처분 시 지배구조 영향
2조로 300조원 SK그룹 지배한 崔
지배구조 취약성 드러낸 이혼 판결
정부·여당 상속세 개편 추진 중
경영성과 기반으로 상속세 개편하고
퇴직연금으로 재벌기업 지배해야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최 회장의 재산은 약 4조원. 이 중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주) 주식 보유분은 약 2조원(지분 17%) 입니다. 최 회장으로선 SK(주) 주식을 처분할 경우 SK그룹 경영권 전반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최대한 다른 자산(미술품, 부동산, 비상장사인 SK실트론 주식 등)을 처분해 재산분할 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최 회장은 SK(주) 지분 17%(2조원)를 통해 300조원(지난해 말 기준·한국신용평가)에 달하는 SK그룹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SK(주) - 여러 중간 지주회사(SK스퀘어, SK이노베이션, SKC 등) - 계열사 등 ‘3중 구조’를 통해서 말이죠.
‘2조원으로 300조원’을 지배한 상황에서, 최 회장이 총재산 4조원 중 1조3808억원을 떼줘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만일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 짓는다면? 최 회장은 최대한 다른 곳 재산을 빼서 이를 마련해야 합니다. SK(주) 지분을 줄이게 되면 그만큼 SK(주)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하기 때문이죠. (물론 다른 재산도 많기 때문에 최 회장이 SK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날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SK실트론 등 비상장사가 제때 팔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각에선 SK(주)를 담보로 한 추가 주식담보대출 혹은 SK(주) 지분 매각 등도 거론됩니다. 1조3808억원이 없어서 ‘300조원’ 자산가치를 보유한 SK그룹 지배구조가 영향을 받는 셈입니다.
다만 1조원 남짓의 돈이 부족해 ‘300조원’ 자산가치를 보유한 SK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재벌그룹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일 나중에 최 회장 후대로 경영권이 승계된다고 가정하면 막대한 상속세 부담(60%)이라는 난관이 있습니다. 대를 내려갈수록 지배구조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실제로 오너일가의 주요 수입원은 ‘경영보수’와 ‘배당’이 있는데, 둘 다 소득세 최고세율(45~49%)을 적용받기 때문에, 아무리 둘을 합쳐서 연간 100억~300억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실제 수령액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조원대(삼성가는 12조원 상속게 납부)를 마련해야 하는 재벌가 입장에선 상속세가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최근 중견그룹인 한미약품 오너일가가 잔여 상속세만 2600억원 이상이 남아 주식담보대출, 지분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죠.
국민의힘(여당)과 정부는 상속세 인하를 적극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오너일가가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피하려고 지주회사 주가를 억누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또는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 기업 상속세제 완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속 부담을 낮춰서 재벌가 4세·5세가 경영 전반에 나서는 것이 과연 한국경제의 혁신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한 국내 사모펀드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재벌 오너일가에게 책임을 덧씌우는 바람에 재벌 오너 3세가 도전보다는 문제를 안 만들려는 현상 관리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상속세율을 어느 정도 합리적인 범위로 낮추되, ‘경영 저성과자’(PBR 1 이하)로 분류되는 재벌 오너일가에겐 실효 상속세율을 높이자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이를테면, 강성부 KCGI 대표는 PBR 1배 이하인 기업들은 장부가를 기준으로 상속세율을 정해야 한다고 말하죠. 만일 상속세율을 30%로 낮추되 PBR 1 이하는 장부가 기준으로 상속세를 매긴다면? 상속세율이 절반이 된다고 하더라도 PBR 0.5배 이하 기업들은 오히려 상속세를 더 많이 내야 합니다.
미국 대표기업들(애플, MS,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등)의 주요 주주는 뱅가드, 피델리티, 스테이트스트릿, 블랙록 등 미국 대표 자산운용사입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인이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 그리고 401K 등 퇴직연금이 이들 자산운용사의 주요 재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미국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과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Vanguard)는 각각 10조 달러, 8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 자금의 출처는 바로 미국인의 투자자금입니다.
미국의 선례를 보면,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일례로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가 국내 투자자로부터 주식·ETF·퇴직연금 등을 유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 등 각 그룹의 핵심 계열사의 주요 주주가 되는 것입니다. 이후 이들 여러 자산운용사가 이사회서 표를 행사하며 팀 쿡 애플 CEO와 같은 전문경영인을 선임하는 것이죠.
오너의 능력을 더욱 발휘하게끔 하는 상속세 개편 (채찍과 당직)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향후 국민의 퇴직연금을 활용해 재벌 기업을 소유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면서 전문경영인을 주로 키워낼 수 있을지 등이 관심사입니다.
확실한 건 오너일가든 전문경영인이든 기업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 선발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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