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급 쓰나미’에 짓밟힌 韓, 일본과 ‘석유화학’ 동맹 맺나 [헤비톡]
중국의 석유화학 공급과잉에 위기로 내몰린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석화 업계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중국의 공급 쓰나미가 막대한 타격을 입히자 아시아권 석화 업계에서 반(反) 중국 전선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석유화학회의(APIC)는 성장 정체와 글로벌 공급 과잉, 탄소중립 대응을 주요 테마로 삼았다. 이 가운데 글로벌 공급과잉은 중국 발(發) 범용 석화의 범람을 의미한다. 세계 3대 석화 회의이자 일본과 대만∙말레이시아∙태국∙싱가포르∙인도 등 7개국 석화협회가 주축인 APIC에서 중국의 석화 공급 과잉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2020년 3200만톤이던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CAPA)은 2022년 말 4600만톤으로 늘어나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급기야 스스로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산 능력이 급증했다. 불과 1년 뒤인 내년이면 중국의 기초유분 자급률이 10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기초유분은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석화 제품의 원료다. 중국의 석화 덤핑이 지금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APCI에 모인 34개국의 석화 업계 관계자 1000여명이 중국 공급 과잉 문제에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 데도 이런 배경이 있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은 APIC 행사장에서 “중국 공급 과잉과 탄소 중립 등 대응책에 대해 각국의 사례를 공유했고 협조를 구했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각국 업체들이 한계 사업의 정리 등 현안을 두고 비즈니스 대화를 나눴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향후 일본과의 석화 협력이 어떻게 전개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일본 석화 업계도 현재 우리나라처럼 중동 발 공급 과잉에 휘청거린 경험이 있는 만큼 한국으로서는 참고할 점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1970년대)보다 20년 앞선 1950년대에 이미 석화 산업이 형성된 일본 석화 산업은 내수를 중심으로 몸집을 키웠다. 그러다 2000년대 중동이 석화 산업에 뛰어들면서 일본은 큰 타격을 받았다. 석화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를 정유에서 추출하는 만큼 산유국인 중동의 원가 경쟁력을 따라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01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총 650만톤의 에틸렌 설비가 늘었는데, 이 가운데 중동의 비중이 35%(230만톤)를 차지했다. 3년 뒤인 2004년에는 비중이 60%로 2배 가까이 급등했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일본으로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본의 상황은 이후 한국의 현재와 유사하게 흘러갔다. △범용 부문의 통폐합 △내수 비중 축소와 수출 확대 △해외 직접 진출 △고부가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이 당시 일본이 취한 대응책의 핵심이었다. 국내 석화 업계가 중국의 공급과잉 영향을 줄이기 위해 범용 제품 대신 고부가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수익성이 떨어진 국내∙외 한계 사업의 정리에 나선 것과 맥이 통한다.
업계 일각은 일본이 아세안으로 눈을 돌려 석화 위기를 돌파한 점에서 시사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석화 업체들은 당시 중국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더 집중했다”며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 현상으로 일본 자동차와 전기전자 업체들이 동남아로 설비를 이전하던 흐름과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한국 석화 업계가 신흥 시장으로 석화 제품 수요가 큰 동남아 공략을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일본 석화 업계와 공동으로 사업 전략을 구상할 여지도 없지 않다.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APIC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일본을 참고할 것이 있고 일본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부분의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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