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 기록한 출산율, 정해진 미래엔 '여성·노인·외국인'이 핵심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84년의 일이다. 1998년에 1.5, 2018년에 1.0 아래로 떨어졌고, 지난해 0.72를 기록했다. 향후 수십년 간의 인구감소는 정해진 미래로 보인다.
저출생 문제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책은 원인에 해당하는 출생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정해진 미래나 다름없는 저출생의 결과, 즉 인구감소와 급격한 고령화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비어보인다.
이철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이 쓴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는 그 빈칸을 채우는 책이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저출생 고령화가 특히 노동시장에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한다. 눈여겨봐야 할 집단은 여성, 장·노년층, 외국인이다.
저자는 안보, 경제, 기술혁신 등에 있어 인구가 많은 편이 유리하다는 오랜 주장을 인용하면서도 "인구 규모가 국민의 생활수준이나 만족도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결론지을 근거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짚는다. "서울시보다 적은 인구를 보유하고도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국민이 행복한 국가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2072년 인구가 약 3600만 명으로 줄어든다는 통계청 중위 추계를 볼 때도 중요한 것은 3600만이라는 인구 규모가 아닌 60년이라는 속도, 그리고 고령화로 특징지어지는 인구구조 변화다. 너무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인구구조 변화가 촉발할 특정 산업의 노동 수급 불균형에 대처하는 것이 한국사회에 주어진 우선과제라는 뜻이다.
다행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저자의 예측은 일반 상식만큼 절망적이지는 않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72년 전체 인구의 45%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일하고 있거나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을 반영한 경제활동인구 비율을 살피면, 56% 선은 유지될 것으로 추정한다. 65세 이상 인구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사회의 고학력화를 반영하면, 생산성을 반영한 노동투입량 감소는 경제활동인구 감소보다도 완만하게 진행되리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노인들의 건강 상태가 전보다 나아졌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2022년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65.2달러에 못 미치는 48.8달러라는 점도 생산성 개선 기회가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물론 생산성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인의 변화를 전부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대신 저자는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인구집단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정책적으로 꾀할 수 있는 인구 감소 적응 수단으로 제시한다.
먼저 여성이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등 북서유럽 국가에 비해 20~30%p 낮고, 일본에 비해서도 10%p 낮다. 일본의 사례에 비춰 저자는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으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 보육비 지원, 돌봄시설 공급 확대 등을 제시한다.
다음은 55~64세 장년층이다. 한국의 장년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지만, 장년남성의 참가율은 높다. 다만 일본의 장년남성 경제활동참가율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에 기초해 저자는 일본의 정년 폐지, 정년 연장, 계속 고용 등을 통한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 의무화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65세 이상 노년층은 어떨까.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2022년 3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다만 대부분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해 임금이 낮고 질이 낮은 일자리에서 일한다. 저자는 이 때문에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노년층의 역량이 낭비되고 있다고 본다.
기존 직장에서 쌓은 노년층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게 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노년층에 전성기 업무량 소화 혹은 퇴직이라는 이분법적 선택지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정년 폐지와 함께 더 적은 임금을 받는 대신 더 낮은 노동강도로 일할 수 있는 중간 선택지를 주자는 것이다. 일터에서 상급자와 하급자 간 나이를 따지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도 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살필 인구집단은 외국인이다. 저자는 지금 같은 외국인력 정책으로는 노동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직격한다. 청년인력 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임금과 일자리의 질이 높은 부문이지만, 한국의 외국인력 정책은 내국인이 꺼리는 사양산업 혹은 저숙력 분야에 인력을 데려오는 데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 환경도 녹록치 않다. 한국으로의 이주가 일어나는 국가에서도 경제발전과 고령화가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력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도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한국을 국제기준에 맞게 외국인의 권익과 인권을 보호해 외국인이 선호하고 오래 머물고 싶어하는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인력과 비전문인력으로 이분된 비자에 중간숙련 비자 추가, 이직을 금지하는 고용허가제 개선을 통한 외국인력의 합리적 배분 등도 함께 제시한다.
이밖에 저자는 높은 교육 열망과 이동성을 갖춰 급격한 산업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높은 청년층의 감소를 보완하기 위한 평생교육 및 이직 시스템 마련과 실패의 위험을 덜어줄 사회안전망 강화, 고령화로 인해 수요 부족이 예상되는 돌봄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 인생 전반을 결정짓는 아동기 교육제도 개선 및 투자 강화 등을 인구감소 대응 정책으로 꼽는다.
책의 촘촘한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성별, 나이, 국적에 따른 노동시장의 차별과 장벽을 걷어내고 일하고 싶어하는 사회적 약자 모두가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드는 일이 결국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 점이 도드라져 보인다. 결론부에서 저자가 이를 위해 필요한 변화를 요약한 말은 "사람을 보는 사회, 사람에게 맞추는 사회, 기회를 주는 사회, 사람을 보호하는 사회"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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