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남발했는데, 그 대통령은 왜 인기있었을까[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헌법 1조 7항 명시된 입법권 남용 방지 권한
7%만이 거부권 무력화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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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trongly opposes this political ploy.” (이런 정치 공작에 강력히 반대한다) |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1월 출범했지만, 거부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은 2023년부터입니다. 2022년 말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이 장악하고부터입니다. 공화당은 환경 노동 등의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무력화하는 법안을 많이 만들어 통과시켰고. 바이든 대통령은 열심히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1번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기 8년 동안 각각 12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4년 동안 10번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은 숫자입니다.
거부권을 행사할 때마다 바이든 행정부과 공화당 사이에서 불꽃 튀는 여론전이 벌어집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단골 멘트입니다. ‘ploy’는 ‘술책’ ‘공작’이라는 뜻입니다.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술수라는 뜻입니다. 요즘 한국 정치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입니다. 미국의 대통령 거부권 역사를 알아봤습니다.
To give Congress the middle finger.” (의회를 엿 먹이려고) |
외모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개의 이름. ‘거부권’이라는 뜻의 ‘비토’(veto)였습니다. 한국식으로 하면 “비토야!”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러더퍼드 헤이즈 전임 대통령이 박력 있게 의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 감명받아 개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한 유명 정치학자는 이런 이름을 붙인 가필드 대통령의 속마음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미국인들이 욕 대용으로 쓰는 ‘give the middle finger’(셋째 손가락을 주다)는 ‘엿 먹이다’라는 뜻입니다. ‘middle’을 생략해도 됩니다. 마음에 안 드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개집에 처박겠다는 메시지입니다.
실제로 가필드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I might not sign all of the bills Congress passed”(의회를 통과한 모든 법률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비토’는 가필드 대통령을 지켜주는 든든한 존재였습니다. 마구간을 엉망으로 만든 말을 제압하고, 불이 났을 때 요란하게 짖어서 주인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이 정도면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가 아니라 ‘인간보다 더 나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가필드 대통령은 ‘비토’의 이름에 걸맞은 거부권 한 번 행사해보지도 못하고 취임 6개월 만에 암살된 비운의 대통령입니다.
If he approve he shall sign it, but if not he shall return it.” (만약 대통령이 승인하면 서명하고, 그렇지 않으면 돌려보낸다) |
초기 대통령들은 조심스럽게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의회와의 갈등을 원치 않았습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8년 임기 동안 두 번밖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2대 존 애덤스, 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아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거부권은 팽창기에 늘어났습니다. 국력 팽창과 함께 대통령의 권력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1800년대 후반 서부 개척시대, 1900년대 초중반 미국이 국제무대의 최강자가 되면서 거부권이 많아졌다가 지금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The hard lessons learned by the tragic Watergate experience must result in some positive achievement.” (비극적인 워터게이트 경험으로부터 배운 힘든 교훈은 긍정적인 성과로 귀결돼야 한다) |
재역전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 의회로 돌아온 지 한 달 만에 하원에서 371 대 31, 다음날 상원에서 65 대 27의 압도적인 표 차로 다시 통과됐습니다. 대통령 거부권이 무효가 된 것입니다. 거부권 기각(overriding veto)은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3분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역대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 중에서 7%만이 성공했을 정도로 어려운 절차입니다. 기각 표결을 주도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절대적인 국민 요구가 있다면 대통령 거부권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명언의 품격
루즈벨트는 거부권 행사 이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전통을 세운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대공황 막바지에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대우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나라를 위해 싸운 군인들을 돕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었습니다. ‘군인 보너스 법안’(Soldiers’ Bonus Bill)이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 앞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국가 재정이 힘든 상황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단순히 거부권 행사에 그치지 않고 그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기로 했습니다. 1935년 상하원 합동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연설 마지막 구절입니다.
I believe the welfare of the Nation, as well as the future welfare of the veterans, wholly justifies my disapproval of this measure.” (나는 국가의 안녕과 참전용사들의 미래 복지가 이 법안에 대한 나의 거부를 정당화해줄 것으로 믿는다) |
실전 보케 360
Shock Miss USA resignations are just the tip of the iceberg, insiders say.” (놀라운 미스 USA 사퇴는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내부자들은 말한다) |
‘tip’은 활용도가 높습니다. 할 말이 딱 생각나지 않고 혀끝을 맴돌 때 ‘on the tip of tongue’(혀끝에 있다)이라고 합니다. 눈앞의 것에 매몰돼서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것을 ‘can’t see past the tip of nose’(코끝을 지난 지점을 보지 못하다)라고 합니다. ‘tip’을 동사로 쓰면 ‘한쪽으로 기울이다’라는 뜻입니다. ‘tip the scales’는 ‘저울, 즉 상황을 기울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뒤에 ‘in favor of’(그쪽으로) 또는 ‘against’(반대쪽으로)가 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월 8일 게재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각료회의 모습입니다. 요즘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시대의 백악관 회의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각료회의는 사실 지루합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는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혼자 발언을 독점하며 이리저리 주제를 옮겨 다니며 얘기하는 통에 듣는 사람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은 짜릿한 맛이 있었습니다.
▶2019년 1월 8일자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190108/93593041/9
As long as it takes. I’m prepared.” (아무리 오래 걸려도 괜찮다. 나는 각오하고 있다) |
We’re given no credit for it.” (아무도 우리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
Better looking than Tom Cruise.” (톰 크루즈보다 잘 생겼더라) |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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