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지연②]'6개월 규정'에도 하세월…늘어지는 선거법 재판

박현준 기자 2024. 6. 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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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6개월 내 1심 '반드시' 선고 규정
이재명 선거법 재판은 21개월째 진행 중
'울산 선거개입 의혹'은 4년 만에 1심 결론
학계·법조계 "강행·예외규정 필요" 목소리
선거법뿐만 아니라 공안사건도 지연 문제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6.07.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박현준 이소헌 기자 =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재판은 현재 2년 가까이 진행 중이다. 선거법상 기소 이후 6개월 이내 1심 선고가 이뤄져야 하지만 연내 선고 여부 조차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명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재판의 경우 기소된 지 약 4년여 만인 지난해 11월에야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이처럼 공직선거법이 규정한 '6개월 이내 1심 선고' 규정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법조계 일각에선 법원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재판 지연이 반복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반면 방대한 기록에 따른 증거조사 절차 등으로 인해 선거법이 정한 6개월 이내 1심 선고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명은 21개월째 진행…'재판 지연' vs '기록 방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재판을 심리 중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지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한 방송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당시 몰랐다는 취지로 대답해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를 받는다. 또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측의 협박으로 사업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취지로 대답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았다.

이 대표 측은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나아가 검찰이 제출한 증거 대부분을 부동의하면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뉴질랜드 출장에 동행했던 성남시 공무원부터 국토부 관계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지는 등 21개월째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초 재판부는 신속한 심리 계획을 세웠지만, 이 대표의 단식 투쟁과 흉기 피습, 재판장의 사직 이슈 등으로 인해 재판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일각에선 법원이 재판을 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약 20만 쪽에 이르는 방대한 기록 탓에 법원만 욕할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5.21. hwang@newsis.com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4년여 만에 1심 결론…항소심 판결은 또 언제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일컬어지는 선거법 재판은 무려 기소 4년여 만에 1심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청와대가 송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골자로 한다. 수사 청탁을 받은 황 원내대표(전 울산경찰청장)는 당시 울산시장이었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측근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단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2020년 1월 송 전 시장 등 관계자 15명을 재판에 넘겼고 1년이 넘는 공판준비절차 끝에 첫 재판이 열렸다. 이후 76명에 대한 증인신문과 증거조사를 거친 뒤 지난해 11월 1심 판결이 나왔다.

변론 종결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처리 기한을 넘기긴 했다"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판결 선고를 준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재판 진행 경과를 견주어 볼 때 내년쯤 항소심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점쳐진다.

전문가들 "사실상 6개월 내 선고 쉽지 않아"…강행·예외 규정 필요

공직선거법 제270조 선거범의 재판 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에 따르면 선거범 등에 대한 재판은 다른 재판보다 우선하여 신속히 진행하고, 1심 선고는 기소 6개월 이내, 2심 및 3심은 원심 선고로부터 3개월 이내 '반드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을 강제할 방법이 없고, 기간을 넘겨 선고하더라도 재판이 무효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 탓에 선거법 재판 진행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의도적인 재판 지연이나 현실적 제약이 있을 경우 강행·예외 규정을 두는 등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교수는 "최초 법령 제정 취지는 선거 관련 소송이 빨리 종결돼야 정국이 안정된다는 것이었는데 기간을 못 지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6개월 이내 1심 선고) 규정이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이 당선인에 대한 재판을 늦춤으로써 임기를 실질적으로 마칠 수 있게 편의를 봐주는 측면도 없잖아 있다"며 "법원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독립적이고도 신속하게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방대한 증거 등을 따졌을 때 6개월 이내 1심 선고는 어려울 수도 있다"며 "예외 규정을 둬서 선고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조희대 대법원장이 나서서 신속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사진은 서울법원종합청사. 뉴시스DB


이창현 한국외대 법전원 교수도 "관련 사건이 많고 기록이 방대하기 때문에 (재판이 늘어지는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라면서도 "기한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안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제도적인 것보다도 (신속히 심리하려는) 법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행규정을 정하고 안 지키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며 강경책을 제안했다.

선거법뿐만 아니라 공안 사건도 지연 중

재판 지연 문제는 비단 선거법 재판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국가보안법 위반과 관련한 공안사건에서도 심리 지연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데 일명 '창원간첩단' 의혹 사건이 대표적 예다.

창원간첩단 의혹이란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결성된 반정부 단체 자주통일민중전위 활동가들이 지난 2016년부터 북한 대남공작사업 총괄 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각종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일컫는다.

이들에 대한 기소는 지난해 3월 이뤄졌지만 일부 재판 절차만 진행됐을 뿐 재판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사실상 멈춰 섰다. 변호인은 법원에 ▲관할 이전 ▲국민참여재판 ▲재판부 기피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등을 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초 검찰은 구속된 활동가들에 대한 재판을 구속기간(6개월) 내에 진행하려 했지만 무산됐고 재판부는 구속기간 만기를 앞두고 이들의 보석을 인용했다. 결국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월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이송했는데 이 때문에 고의 재판 지연 의혹이 짙게 일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이 같은 절차가 법으로 정해진 피고인들에 대한 당연한 권리이자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는 입장이다. 변호인 측은 지난해 공판준비기일 당시 이같이 말하며 검찰 측의 재판 지연 전략 구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2016년부터 수사했기 때문에 다 알겠지만, 변호인들은 그렇지 않다. 재판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재판을 서두르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hj@newsis.com, hon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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