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는 말에 아내 무참히 살해한 70대 ‘징역 20년’

재판부 “범행 방식 매우 잔혹, 엄벌 필요”
2022년 파킨슨병 진단 후 의처증 심해져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법원 로고 ⓒ 연합뉴스

이혼을 요구한 아내를 잔혹하게 살해한 70대 남편에게 징역 20년의 실형이 내려졌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정성민 부장판사)는 8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74)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월22일 오전 익산시 자택에서 아내 B씨를 흉기와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당시 아침을 준비하던 아내가 자신에게 "이제 같이 못 살겠다. 이혼하자"고 말하자 곧장 싱크대에 있던 흉기를 꺼내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습을 본 아내가 집 밖으로 달아나자 A씨는 쫓아가 아내를 넘어뜨린 뒤 얼굴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이후로도 마당에 있던 벽돌과 둔기를 집어 휘두르는 등 저항하지 못하는 아내에게 일방적인 폭력을 무참히 가했다.

A씨는 아내가 의식을 잃고 더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 후에도 범행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결국 머리와 얼굴, 목 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수년 전부터 신실한 종교활동으로 외부 교류가 잦은 아내에 대해 외도를 의심해왔다. 지난 2022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A씨는 범행 당시 의처증이 굳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20년간 부부로 살아온 피해자는 극심한 공포 속에서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다가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를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완전히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때린 이후에도 다시 흉기로 공격하는 등 매우 잔혹한 방식으로 범행했다"며 "범행 방법과 피해 수준에 비춰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게 마땅하나,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