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팀이야, 뭐라 안해"…분노한 양의지, 왜 전민재를 따로 불렀을까

김민경 기자 2024. 6.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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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장 11회말 무사 1, 2루에서 안타로 출루한 뒤 2루주자 전민재의 주루 플레이에 분노한 양의지 ⓒ 두산 베어스
▲ 전민재는 경기 후반 출전해 멀티히트를 기록하고, 끝내기 승리의 발판이 되는 안타를 치는 등 좋은 활약을 하고도 소극적은 주루플레이 탓에 웃지 못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우리는 팀이야. 뭐라고 안 해."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양의지(37)는 7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을 마친 뒤 까마득한 후배 내야수 전민재(25)를 잠시 불러세웠다. 4시간 30분 혈투 끝에 연장 11회말 6-5로 끝내기 승리한 직후였다. 짜릿한 대역전 승리를 기뻐해야 할 상황에서 두 선수는 그러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문제 상황은 11회말에 나왔다. 8회초부터 3루수 허경민의 대수비로 경기에 나섰던 전민재는 타석에서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첫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친 데 이어 11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2번째 타석에서도 중전 안타를 날렸다. 11회에 나온 2번째 안타는 끝내기 승리와 직결돼 더 값졌다.

전민재는 다만 누상에 나가서 소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쳐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먼저 무사 1루에서 헨리 라모스가 우익수 오른쪽 안타를 쳤을 때 3루까지 가야 했지만, 2루에 멈춰 섰다. 라모스의 타구를 뜬공으로 착각했는지 연신 타구를 확인하다 3루로 내달릴 타이밍을 놓쳤다.

계속된 무사 1, 2루에서는 양의지가 우중간 안타를 쳤다. 우익수 나성범의 어깨를 고려하면 홈까지 내달리기에는 깊지 않은 타구이긴 했다. 전민재는 여기서 또 불필요하게 방어적인 주루 플레이를 이어 갔다. 양의지의 타구가 낮게 깔려 이미 바운드가 됐는데도 뜬공을 의식한 것처럼 2루로 되돌아가 태그업을 하려 했다. 그러다 3루로 가는 타이밍까지 늦어버리면서 전민재는 홈에서 승부를 생각해 볼 기회까지 놓쳤다. 양의지가 안타를 치자마자 전민재의 움직임을 보고 크게 분노한 이유다. 무사 만루에서 김재환이 끝내기 밀어내기 사구를 얻으면서 3루주자 전민재가 결국 득점해 승리하긴 했지만, 분명 전민재의 주루 플레이는 문제가 있었다.

양의지는 화를 낸 장본인이기도 하고, 대선배로서 전민재에게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전민재는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주중 시리즈에서 주루플레이 실수로 아웃된 이후 위축된 여파인지 이날까지 소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보여줬다. 여기에 기본적인 타구 판단 실수까지 겹쳐 자칫 경기를 끝낼 기회를 놓칠 뻔했다. 양의지는 경기 후 더그아웃에서 짐을 정리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전민재에게 "우리는 팀이다. 뭐라고 안 한다"며 그라운드에 나섰을 때는 자기 플레이를 명확히 해줄 것을 주문했다.

▲ 두산 베어스 전민재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양석환 ⓒ 두산 베어스

주장 양석환은 의기소침해 있는 전민재를 다독이면서도 따끔한 한마디를 남겼다. 양석환은 "아직 경험 자체가 없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민재를 포함해서 (이)유찬이나 (조)수행이나 더 좋은 주전 선수가 되려면 그런 상황에서 자기의 상황 판단이나 자기가 해야 할 것들을 더 정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의지가 전민재에게 강조한 것과 같은 결의 주문이었다.

이어 "지금처럼 계속 한두 번 그냥 의미 없이 넘어가다 보면 백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의기소침해 있는 건 당연하지만, 의기소침해 있는 (시간) 안에서 본인이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민재의 주루 플레이 실수로 팀 분위기도 가라앉을 수 있었지만, 양석환은 더그아웃 분위기를 살리는 데 앞장섰다. 양석환은 "끝내기 상황이 왔는데도 다 앉아 있길래 '뭐하냐, 물 들고 준비 안 하냐'고 했다. 그랬더니 수행이가 마지막에 '형 (정수기) 물통 준비하면 저희 이겨요' 하길래 정수기에서 물통 빨리 뽑으라고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물통을 준비했더니 진짜 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웃었다.

끝내기 사구를 기록한 김재환은 물세례를 준비한 더그아웃 분위기를 감지하고 1루까지 가능한 천천히 걸어갔으나 정해진 운명을 피할 수는 없었다. 양석환은 "물을 안 맞고 싶어서 주자가 들어올 때까지 안 나간 것 같다. 사실 멋있게 쳐서 끝내면 저희도 좋고, 다 좋은 결말인데 조금 허무하게 끝나서 그래도 재환이 형이 물을 많이 맞았던 것 같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두산은 4연승을 달리면서 시즌 성적 36승27패2무로 3위를 유지했다. 4위 삼성 라이온즈와는 2경기차로 벌리면서 2위 KIA 타이거즈에는 1경기차로 따라붙었다. 1위 LG 트윈스와도 1.5경기차에 불과하다. 이날을 포함해 이번 주에만 3차례 연장전을 치르면서 모두 승리한 게 컸다. 전민재와 같은 후배들이 실수했을 때는 선배들이 그라운드에서 책임감을 알려주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 물세례를 피하지 못한 김재환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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