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은 고인 됐는데, 얼차려 중대장은 휴가중…강원경찰은 소환도 안 해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은 아직 수사대상자인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을 정식으로 형사입건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살인죄와 상해치사죄 등으로 잇따라 고발하고 나섰다.
8일 세계일보가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강원경찰청은 현재까지 중대장과 부중대장을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소환조사 시기에 관한 물음에 “아직 사실관계를 조사 중인 만큼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군기훈련 규정 위반 의혹은 이미 알려진 대로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입건'에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환조사할 때도 참고인으로서 부를 수도 있고, 피의자로서부를 수도 있다”며 “입건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소환조사 시기에 대해서는 “출석을 요구하더라도 (수사대상자들이) 바로 응할 수 있고, 시간을 좀 더 가진 뒤에 하겠다고 할 수도 있어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군 관계자와 의료진 등 대부분의 참고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는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과 군기훈련 규정 위반 등에 초점을 맞춰 조사하고 있으며, 의료진을 대상으로는 병원 이송과 진료, 전원 과정 등을 면밀히 살피며 사망원인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다른 훈련병들의 가족발 또는 군 내부 관계자발 의혹 제기 등에 대해서도 여러 관계자 진술을 종합하며 실체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중대장의 경우 공식 수사팀에 의해 인지 사건으로서는 입건되지는 않았지만, 잇따른 고발사건에 의해서는 살인 혐의 등으로 입건된 상태다.
앞서 지난달 31일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대검찰청에 중대장을 형법상 살인죄와 직무유기죄, 군형법상 가혹행위죄로 고발했다.
서민민생대책위는 중대장과 함께 육군수사단장과 12사단장 등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직무유기, 범인도피 등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사건은 피고발인이 즉시 입건돼 피의자의 지위에서 수사가 진행되므로, 이들 고발사건이 강원경찰청 수사전담팀으로 이송되면 살인 혐의 등 사건의 피의자로서 조사받게 된다.
그러나 수사전담팀이 인지 사건 수사 결과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면, 살인 혐의나 상해치사 혐의 고발사건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운데 페미니즘 성향 여성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서 최근 육군 12사단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숨진 훈련병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훈련병 사망을 두고 “축하한다” 등의 도 넘는 글을 올리며 비하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에 육군은 유감을 표하며 명예훼손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과 비방 댓글 게재 자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7일 문제의 사이트에는 ‘훈련병 사망을 축하합니다’라는 글 등이 게시돼있다. 이 글은 훈련병의 영결식이 열린 지난달 30일 새벽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훈련병의 장례진행일정표와 빈소 모습, 영정사진을 무단으로 올려 놓고, 2013년 마포대교에서 사고로 숨진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를 언급하며 “둘이 저승에서 잘 얘기해 보라노”라는 등 숨진 훈련병을 조롱하는 내용의 글을 썼다.
이 글에 댓글 작성자들도 훈련병에 대한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육군 관계자는 “훈련병 순직 관련 조롱성 게시글은 고인과 유가족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하고 비방 댓글 게재 자제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5일 오후 사망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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