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olumn] ‘계획’부터 부실했던 수원, 눈앞의 ‘승격’보다 중요한 게 있다

정지훈 기자 2024. 6. 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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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창단 첫 2부 리그를 마주한 수원의 계획은 '초보 감독' 염기훈이었다.

제대로 수립되지 않은 계획이 성공할 수 없는 팀을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된 결과가 현재의 수원이다.

수원은 좋은 성적으로 2부 첫 해 승격을 이야기했지만, 어쩌면 성적보다 먼저 고쳐야 할 게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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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은 '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 함께 하는 은 K리그부터 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수원 삼성이 K리그2에서도 표류하고 있다. 리그 5연패 끝에 염기훈 감독이 사퇴했다. 수원은 이후 변성환 전 대한민국 U-17 축구 대표팀 감독을 새 감독으로 낙점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현재 6위로 목표인 승격까지는 갈 길이 멀다.


명가였던 수원이 2부 리그에서도 헤매는 지경에 온 이유는 복합적이다. 다만 부진의 가장 큰 이유이자 당장 고칠 수 있는 점은 하나로 귀결된다. 합리적인 계획의 부재다.


# 승격 위한 계획이 ‘초보 감독’...납득 어려운 수원의 선택



수원의 올해 목표는 K리그1 승격이다. 수원은 지난해 강등 직후 “바로 올라올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수원이 쌓아온 명성과 열성적인 팬덤, 전성기에 비해 약해졌다지만 2부 리그에서는 상위권인 선수단을 생각하면 그 이하를 목표로 잡을 순 없었다.


그러나 목표에 비해 준비가 부실했다. 창단 첫 2부 리그를 마주한 수원의 계획은 ‘초보 감독’ 염기훈이었다. K리그2가 예측이 의미 없을 정도로 치열한 리그라는 걸 생각하면 잘못된 계획이었다. 심지어 염기훈 전 감독은 지도자 경력이 많지 않았다. 지난해 4월만 해도 선수로 경기에 나섰던 염 전 감독은 플레잉코치 신분에서 9월 갑작스럽게 감독대행이 됐고, 지난 시즌을 마치고 곧바로 정식 감독에 올랐다. 수원은 경력과 준비 과정이 모두 온전할 수 없는 지도자를 험난한 경쟁에 세웠다.


결국 이 선택은 5연패 후 감독 사퇴라는 최악의 결말을 불러오며 ‘실패한 계획’으로 끝났다. 지난해 부산은 6패를 하고도 승격에 실패했는데, 수원은 시즌의 절반이 가기도 전에 7패를 기록했다. 잘못된 계획이 한 해를 망칠 위기에 놓인 것이다. 통할 수 없는 계획을 짜서 실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염기훈 전 감독 사퇴 직후 진행된 박경훈 단장의 인터뷰에 답이 있다.


# 계획의 부재가 팀의 실패로...수원을 무너뜨린 ‘악순환’


“중장기 플랜이 잘 짜여있지 않았다는 생각이 올겨울 (수원에) 와서 들었습니다.”


박경훈 단장은 ‘계획’의 부실을 이야기했다. 탄탄한 계획 속에서 부실한 결정이 나오긴 어렵다. 수원이 가진 목표와 비전이 확실했다면, 지도자 경력을 막 시작한 감독에게 정글과도 같은 K리그2를 맡기는 선택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염기훈 전 감독이 선임된 근거에는 ‘리얼 블루’ 정책이 있다. 수원 출신 축구인을 감독으로 선임한다는 뜻이다. 이 기조는 지난 시즌 중도 부임해 중도 경질된 김병수 전 감독만 제외하고 최근 수원의 모든 감독에게 적용됐다. 그러나 이 리얼 블루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다. 감독 선임 기준을 세우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당연히 성적이지만, 리얼 블루는 이 요소를 전혀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정원 전 감독 이후 수원을 K리그1 파이널 A그룹에 두 해 이상 안정적으로 진출시킨 감독은 없었다. 오히려 하위권 성적이 점차 굳어져 갔다. 그런데도 수원은 이임생(수석코치 출신), 박건하, 이병근, 염기훈 전 감독에 이르기까지 같은 선택을 고수했다.


분명하지 못한 비전이 낳은 결정 속에서 실패한 ‘리얼 블루’가 계속됐다. 그리고 이는 K리그2 강등에 이어 2부 리그 5연패, 중위권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제대로 수립되지 않은 계획이 성공할 수 없는 팀을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된 결과가 현재의 수원이다. 단순히 결과만 못 내서 추락한 게 아니다. 수원은 좋은 성적으로 2부 첫 해 승격을 이야기했지만, 어쩌면 성적보다 먼저 고쳐야 할 게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 수원, 승격보다 중요한 게 있다?


수원에게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현재의 프런트가 이 상황을 끊어야 한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은 염기훈 전 감독의 사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변성환 감독 선임을 결정했다. 감독 선택 기준이 명확하다는 게 눈에 띈다. 박경훈 단장은 “축구 철학이 분명하고, 분석을 토대로 훈련하며 코칭으로 팀플레이를 개선할 수 있는 지도자”가 감독 선임의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과거의 수원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다만 좋은 계획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데엔 인내가 필요하다. 변성환 감독은 합리적 프로세스로 선임된 감독이지만 프로보다는 청소년 대표팀을 주로 맡았다. 육성보다 성적이 우선인 프로 무대 적응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수원은 분명한 기준과 이유를 들어 변 감독을 택했다. 실패했지만 되풀이된 계획을 버리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했다. 기대에 한 번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전과 다른 결정으로 팀을 재건하려는 감독과 프런트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수원은 잘못된 계획으로 적잖은 시간을 허비한 팀이다. 당장 박경훈 단장이 선임된 시점도 염기훈 전 감독 취임이 확정된 이후였기에, 새 계획을 적용하는 데엔 몇 달이 더 필요했다. 이번 결정은 사실상 새 프런트의 첫 스텝이다. 다른 길을 택한 첫걸음이 빠르지 않다고 압박을 준다면, 잘못된 계획이 습관이었던 과거의 수원을 지우긴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의 수원에겐 어쩌면 승격보다 ‘건강한 계획’이 더 필요하다.


글='IF 기자단' 3기 박현일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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